[미디어펜=이희연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30세대의 마음을 사로 잡기 위한 '한판승부'를 시작했다. 두 후보 모두 저조한 20~30대 청년층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를 향한 20~30대 청년층의 지지율은 낮은 편이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 후보는 40대, 윤 후보는 60대 이상을 위주로 지지세를 확보했고 20~30대 지지율은 두 후보 모두 취약한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20%, 30대는 29%로, 40대(44%)보다 낮게 나왔다. 윤 후보도 마찬가지다. 윤 후보 20대 지지율은 3%, 30대는 7%로, 60대 이상(46%)에 훨씬 못 미치는 심각한 수치다.(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사진 좌측)와 국민의힘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이에 두 후보 모두 자신의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2030세대의 표심을 잡고자 본선 초반부터 '청년 정책'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이 후보는 "청년들을 위해서라면 포퓰리즘이라도 기꺼이 하겠다"고 말했고 윤 후보는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먼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주말을 전후로 한국거래소·청년공유주택 등을 찾으며 2030세대를 향한 표심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동대문구의 청년공유주택인 ‘장안생활’을 방문한 이 후보는 입주 청년들을 만난 자리에서 "청년들에 기본주택을 우선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입주자들과 함께 앞치마를 두르고 고기를 구워 먹던 중 한 청년이 부동산 문제에 대해 “허탈하다”고 말하자 “주거용 취득의 경우 세제 혜택을 주고 비주거용 돈벌이의 경우에는 금융 혜택을 제한하는 게 실질적 공평이고 그게 진짜 공정”이라며 위로를 건넸다.
그러면서 “대규모 택지 개발로 기본주택과 ‘누구나 주택’을 공급할 생각을 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청년에게 공급할 계획”이라며 “우리 사회 최악의 취약계층은 청년세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7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22세 청년이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 간병을 도맡아 오다 생활고 끝에 아버지를 숨지게 한 사건을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소리 없는 사람들의 서러운 삶과도 함께하는 이재명 정부를 만들고 싶다"며 "희망 잃은 청년을 구하기 위해 포퓰리즘이 필요하다면 포퓰리즘이라도 기꺼이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5일 오후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청년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 경북대학생들과의 대화'에 참석해 참석한 대학생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1.11.5./사진=연합뉴스
이 후보는 8일에도 청년 챙기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전 11시 '스타트업 정책 토크'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미래 경제를 이끌어 갈 스타트업 창업 청년들을 만났다"며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규제 혁신 등 창의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환경에서 스타트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잘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에 뒤질새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2030세대를 향한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펼치며 청년층 지지율 확보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윤 후보는 후보 선출 이후 첫 날인 지난 6일 청년의날 기념식을 찾아 “솔직히 청년들에게 참 미안하다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며 “대통령 후보이기 전에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분께 참 미안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저는 여러분이 신명나게 젊음을 바칠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며 “집 걱정하지 않고 일과 공부에 매진하며 편히 쉴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난히 낮은 2030세대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년 일자리'와 '청년 취업 문제'를 살피지 않고서는 지지율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가 이날 청년 일자리 창출의 주역으로 꼽히는 기업 지원을 거론한 것도 마찬가지다.
윤 후보 청년 정책 중 또 하나의 핵심은 청년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이준석 당 대표와 경선 내내 2030의 호응을 이끌어 냈던 홍준표 의원과의 '원팀' 성사 여부다.
윤 후보가 "우리 모두는 깐부"라며 홍 의원에게 손을 내밀고 있지만 홍 의원은 "내 역활은 끝났다"고 선을 긋고 있어 '원팀'이 이뤄질 지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윤 후보 선출 이후 국민의힘당 홈페이지와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 홍 의원을 지지했던 2030세대의 탈당이 계속되는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 6일 회동을 가졌다./사진=윤석열 후보 경선캠프 제공
이날 이후 인터넷 게시판에는 "노인의힘이냐” “정권교체 물 건너갔다” “(홍준표 의원 지지를) 민주당의 역선택이라고 조롱하고, 우리를 ‘민주당 프락치’로 만드는데 ‘원팀’이 되겠나”라는 항의의 글이 올라왔다.
윤 후보가 주말 청년층 공략에 집중한 배경이다. 윤 후보는 8일 후보 선출 후 처음으로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참석해 "우리당을 열심히 지지해준 2030 청년 세대는 우리당의 정치적 자산"이라며 "당 차원에서 제가 수정하고 보완할 부분을 잘 알려주실 것이고 저는 거기에 따르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 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경선이 끝나고 당 안팎 일부 세대가 2030 세대를 비하나 조롱으로 보일 수 있는 언행을 하고 있다”며 “그들에게 역선택이라고 조롱하는 순간 돌아올 건 역풍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말쯤부터 후보가 수도권과 지방을 넘나들며 젊은 세대와 소통하도록 실무적 준비를 할 것”이라며 “우선 윤 후보의 모교인 서울대 대학생위원회 지부 설립 등, 후보가 직접 젊은 세대와 소통할 기회를 늘리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재명-윤석열 두 사람 모두 저마다 청년 정책의 진정성을 강조하며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 안깐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과연 청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후보는 누가될지 정치권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