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은 11일 오전 8시 자유경제원에서 제2차 과잉범죄화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의 주제는 <‘김영란 법’, 과잉범죄화의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인가>로 지난 5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 일명 ‘김영란 법’이 야기하는 과잉범죄화 경향에 대해 그 심각성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아래는 이 토론회에서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
금년 3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일명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016년 10월부터 시행되게 되었다.
2014년 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대한민국의 부패인식 지수를 보면 100점 만점에 55점을 기록하고 있다. OECD 회원국 34개국 중 27위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불가피한 입법이라는 것이 대세인 듯하다.
그러나 이 법은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의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의 경우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을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즉, 신분범으로서 그 적용범위가 과도하며, 고의가 없어도 처벌한다는 점에서 형법 제13조에서 정한 고의범 처벌 원칙에 반하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다. 결론적으로 김영란법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 여지를 안고 있다.
특히, 이 법은 국민들의 사적인 활동에 과도하게 국가의 형벌권이 개입한다는 점에서 전체주의화가 우려된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중심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전체주의화에 대한 우려
전체주의(totalitarianism)란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을 강조하여 집권자의 정치권력이 국민의 정치생활은 물론, 경제·사회·문화생활의 모든 영역에 걸쳐 전면적이고 실질적인 통제를 가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전통적으로 파시즘과 공산주의가 대표적인 예로 거론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전체주의는 대한민국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적 이념과는 정반대된다는 점에서 우리사회가 전체주의화 될 우려가 있는 법제도의 신설과 변화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 금년 3월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일명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016년 10월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결정됐다./사진=연합뉴스 |
이번 김영란법의 핵심은 일단 일정한 신분에 속한 자가 100만원 이상의 금전 등을 수수하면 일단 범죄가 성립된다는 점에서 국민의 사적 자치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공권력 강화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사법(私法)의 공법화(公法化) 심화현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사법의 영역은 전적으로 공법의 영역의 확대와 축소에 따라 좌우되어 왔으며, 사법 질서는 공법 질서와의 관계에서 수동적 지위를 갖게 된다. 따라서 공권력의 지배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사법 영역은 축소되고, 사법 영역에 비해 공법 영역의 지배력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전체주의나 권위주의 체제에 더욱 가까워지게 된다.
이는 사법 영역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공법에 의한 통제는 감소하고, 이로 인해 그 사회는 자유주의의 체제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번 김영란법은 우리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사법의 공법화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사법의 공법화를 설명함에 있어서는 공공의 이익이라는 보호법익이 존재하지 않거나 과도하게 공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법의 기본원칙인 사적 자치의 원칙을 침해하는 현상이 문제가 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헌법에 명시된 대로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이고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즉,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기반으로 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된 정치원리 및 정부 형태를 말한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을 세우고 민주적 절차 아래 다수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들이 국민주권주의와 입헌주의의 틀 내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체제를 근본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사법의 공법화현상이 자본주의의 사적 자치를 기반으로 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다 함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일인독재 내지 일당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평등의 기본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의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 우리의 내부체제를 파괴·변혁시키려는 것"이라고 설시하고 있다.
즉, 과도한 사법의 공법화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해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천명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따라서 김영란법을 통하여 국가가 과도하게 사적횔동에 개입하는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수 있다.
사적 자치와 공공복리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OECD 회원국 34개국 중 27위라는 사실 때문에 김영란법이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는 정당성은 인정이 된다고 본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사적 거래를 통제하는 입법 자체를 위헌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반사회성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과 평등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보았다.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김영란법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기본권 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벗어 난 것으로서 헌법에 의하여 국민에게 보장되는 사적 자치의 원칙과 재산권 보장원칙 등을 희생시킨 대표적인 국가편의적 입법의 하나라고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위헌적 판단을 하는 기준으로서 3가지를 제시하였는데 첫째, 공공의 복리를 달성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제한 입법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방법의 적정성).
▲ 11일 개최된 자유경제원 토론회 <김영란법, 과잉범죄화의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인가>에 참석한 패널들의 모습. /사진=자유경제원 페이스북 |
둘째, 보다 덜 기본권 침해적 방법으로 공공복리를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려하지 않은 기본적 침해적 입법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피해의 최소성).
셋째, 사적자치의 원칙과 같은 헌법 상의 기본적 가치들에 대한 희생을 무릅쓰면서까지 사적 자치를 제한해야 할 공공의 필요성이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적 자치를 통제하는 극단적 방법을 여전히 사용하는 것은 공공의 필요에 비하여 지나치게 사인의 재산권행사와 사적자치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법익의 균형성).
따라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사적 자치의 제한은 설령 공공복리의 필요성이 존재하더라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위헌적 법률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김영란 법은 우리나라 각계각층에 숨어있는 부정부패의 근원을 발본색원 하고자 도입되었다는 점에서 그 입법목적에 대하여는 나름 정당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법 이외에도 다양한 형사법을 통하여 통제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김영란 법을 제정하여 시행하는 것은 보다 덜 기본권 침해적 방법으로 공공복리를 달성할 방법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려하지 않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과잉금지의 원칙 중 피해의 최소성에 반하는 위헌의 여지를 안고 있다고 본다. 그 외에도 과도한 형벌이 통제방법도 과도하여 규제방법이 부적절한 위헌의 여지도 있다고 본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