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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숙제 끝낸 이재용, 이제 필요한건 예습의 시간

2021-11-26 11:39 | 조한진 기자 | hjc@mediapen.com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지난 8월 정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하면서 엄중한 경제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코로나19 백신’과 ‘반도체’ 분야에서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3개월 여만에 정부가 내준 ‘숙제’를 모두 해결했다. 미국 모더나와 단판을 짓고, 삼성바이오직스에서 생산하는 백신의 국내 공급을 2개월여 앞당겼다.

최근 미국 출장에서는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신공장 투자 계획을 마무리 했고,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을 강화했다. 앞서 8월 삼성은 코로나19 이후 미래 준비를 위해 24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고용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오후 캐나다와 미국 출장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백신’과 ‘반도체’ 미션을 완수했지만, 이 부회장의 표정은 밝지 않다. 지난 24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 부회장은 “시장의 처절한 목소리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제가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고 걱정했다.

이 부회장은 1년 여만에 해외 출장길에 올라 ‘혁신의 현장’을 직접 살폈다. 코로나19, 미·중 무역갈등, 원자잿값 폭등, 물류대란 등 다양한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힌 가운데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을 마주한 이 부회장의 고민은 더욱 커진 듯 보였다.

격변의 시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준비’와 ‘대응’이다. 그러나 삼성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은 여전히 발목이 묶여 있다.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의혹 재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취업제한 논란도 부담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에게 더 많은 역할을 바라고 있다. 우리 경제와 삼성을 위해 글로벌 시장을 누벼야 할 경영인의 활동이 제한되는 점은 국가적 손실이라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압도적 의견으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검찰의 결정에 아쉬움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삼성의 성장 동력을 강화해 왔다. 이를 통한 사업개편과 인수합병(M&A)은 큰 시너지를 가져왔다. 경쟁력에 의문부호가 달리는 사업들을 선제적으로 교통정리 하면서 손실 확대를 막았고, 신성장 사업에는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려왔다.

내년 글로벌 시장은 올해보다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곳곳이 지뢰 밭이다. 어느 때보다 기민한 대응과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준비’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 세계시장을 쥐락펴락했던 기업도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하고, 자만하면 사라지는 것은 순간이다.

글로벌 리더들과 교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고급 정보는 기업과 국가 경제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적임자가 이 부회장이라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이제 이 부회장과 삼성에게는 다가올 미래를 위한 자율적인 예습이 중요하다. 특히 이 부회장이 걸림돌 없이 글로벌 경영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이 부회장은 정부가 내준 과제를 완수 했다. 이제 정부가 다시 한번 답할 차례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대선 주자들도 ‘이재용 카드’에 대한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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