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제로금리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 진입이 예고된 지난달 은행 대출의 변동금리가 80%에 육박했다. 이달 0.25%포인트 인상된 기준금리는 내년 초에도 추가 인상이 예고돼 대출금리는 더 오를 전망이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점차 커지면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신규 취급액 기준) 중 변동금리 비중은 79.3%로 지난해 연말(68.1%)과 비교해 11.2%포인트 늘었다. 가계대출 금리는 연 3.46%로 지난해 12월 기준 2.79%와 비교해 올해 들어서만 0.67%포인트 상승했다.
통상 금리상승기에는 이자 부담이 커질 것을 고려해 고정금리를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진입했음에도 대출자들이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를 택한 것은 여전히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금리 차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의 26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440~4.981%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금리)의 경우 연 3.820~5.128%로 하단과 상단 기준으로 변동금리보다 각각 0.380%포인트, 0.147%포인트 높다. 지난 1일에는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3.970∼5.377%)가 변동금리(연 3.310∼4.814%)보다 약 0.6%포인트나 높았다.
문제는 금리가 앞으로 계속 오를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한은이 내년 최대 세 차례의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 1.75%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내년 초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종전 0.75%에서 1.0%로 인상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경기 상황 개선에 맞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과도하게 낮췄던 기준금리를 정상화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8월과 이번 회의를 통해 두 차례의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앞으로 성장 물가에 비춰볼 때 기준금리는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수준으로 완화적이라는 판단이다. 이 총재는 내년 1분기 내 금리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도 "경제성장에 달려 있겠지만 1분기 기준금리 인상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도 오르게 된다.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더욱 커지게 된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차주들의 이자부담은 지난해 말 대비 2조9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로금리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내년까지 최대 기준금리가 1.75%까지도 오를 수 있다"며 "이에 따른 대출금리도 연이어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문제는 일정한 소득 내에서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되면 그만큼 차주들의 삶도 팍팍해질 수밖에 없고,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 경제 성장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