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에 2년 만에 다시 강성 노조 집행부로 회귀했다. 무분규 교섭 타결과 같은 노사 상생 무드를 다시 기대하기 힘들어진 현대차는 새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반도체 공급난 외에 노조 리스크라는 또 다른 어려움을 맞이하게 됐다.
8일 관련업계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9대 임원(지부장) 선거 결선 투표에서 안현호 후보가 53.33%(2만2101표)의 득표율로 최종 당선됐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앞서 지난 2일 진행된 1차 투표에서 1만4238표(34.34%)를 얻어 1위에 올랐던 안 당선자는 이번 결선 투표에서 경쟁자인 권오일 후보(1만9122표, 득표율 46.14%)를 제치고 차기 지부장 자리를 차지했다.
안 신임 지부장을 포함해 수석부지부장, 부지부장, 사무국장 등으로 구성된 집행부는 내년부터 2년간 현대차 노조를 이끌게 됐다.
안 신임 지부장은 현대차 노조 내 현장조직 중 가장 강성으로 분류되는 금속연대 출신으로, 1998년 정리해고 투쟁 당시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노조 위원장으로 현대차 노조와 연대 총파업을 이끈 인물이다.
이번 선거에선 상여금 전액 통상임금 적용, 식사시간 1시간을 유급화를 통한 기본급 인상, O/T(연장근로) 30시간을 적용한 완전월급제, 일반직과 여성 조합원 처우 개선, 4차 산업혁명 고용 대책 마련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강성 집행부가 노조를 이끌게 되면서 앞으로 2년간 현대차의 노사 관계는 지난 2년과는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 말 선거에서 선출된 이상수 집행부는 쟁의권을 확보해 교섭의 지렛대로 삼되, 실제 파업 돌입은 자제하고 협상을 통해 현실적으로 사측이 수용 가능한 것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교섭 전략을 보여 왔다.
그 덕에 현대차는 코로나19 확산 후 2년간 파업 리스크 없이 원활한 내수물량 공급을 기반으로 양호한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전임 노조 집행부 시절인 2019년을 포함하면 올해까지 3년 연속 무분규 교섭 타결이라는 전례도 남겼다.
하지만 내년 출범하는 안현호 집행부는 기본급 인상은 물론,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전기차 부품 사내 생산 등 경영상의 이슈와 관련해서도 파업을 지렛대로 사측을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도‧실리 노선의 집행부 등장으로 선진적 노사관계로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다시 줄파업과 대립적 노사관계가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내년에는 반도체 수급난 완화와 함께 본격적인 생산 증대에 나서야 할 상황인데 파업에 발목이 잡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완성차 산업은 전기차로 빠른속도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며 새로운 구조의 노동형태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완성차 대비 부품수와 공정자체가 현격히 줄어들며 현재의 공장인력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현대차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 역시 새로운 산업으로의 진출을 도모하며 미래산업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준비중이다. 앞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해 포드 등은 대규모의 인력 감축을 단행한 바 있다.
현대차는 현상태를 유지하며 자연감소 방식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반대에 막혀 정체된 상태다. 문제는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노조 집행부에서 이에 반해 강경투쟁을 벌인다면 현대차 경쟁력에 강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 밖에 금속노조 한국지엠 지부는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27대 지부장 선거 결선투표를 치른다. 지난달 29~30일 1차 투표를 통해 결선에 오른 두 명은 현장조직 '들불' 소속 김준오 후보와 '민주세력통합추진위원회'(민추위) 소속의 민기 후보로, 모두 강성으로 분류된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오는 16~17일 1차 투표를 실시한 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26~27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한편, 일부에서는 지난 2019년 강성 기조를 보였던 노조 집행부가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했던 이력이 있는 만큼 내년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국을 고려해 큰 탈없이 넘어갈 수 도 있다는 것이다. 당시 한일무역분쟁으로 시국이 어려워지면서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된 바 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