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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파울볼' 김성근과 공포의 외인구단... 웃다 울다 응원받고 갑니다

2015-03-17 16:45 |

[미디어펜=최상진 기자] ‘파울볼’, 이 영화보다도 더 영화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요. 김성근 감독은 “인생은 실패가 아니라 시행착오의 연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말처럼 1093일간 선택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만들어낸 이 기적같은 이야기는 관객들을 울고 웃기다 끝내 따스한 응원을 건넵니다.

‘파울볼’은 2011년 고양원더스 창단부터 지난해 7월 해체, 그리고 끝까지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인천유나이티드 이야기를 담은 ‘비상’, 롯데자이언츠 이야기를 담은 ‘나는 갈매기’와 비슷하죠. 하지만 ‘파울볼’에는 비상, 나는 갈매기와는 다른 감동코드가 있습니다. 바로 선택입니다.

   
▲ 사진=티피에스컴퍼니

고양원더스는 프로팀에 선택받지 못한 선수들을 모은 외인구단이었습니다. 헬스트레이너, 대리운전기사, 택배기사부터 한물갔다고 평가받은 왕년의 스타들이 구성원이었습니다. 창단 소식은 스포츠뉴스와 신문에 대대적으로 소개되면서 반짝 떠올랐지만, 정작 이후 이야기는 그다지 알려진 바가 없었습니다.

영화에는 오합지졸이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상세히 담겨있습니다.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들을 보며 ‘풋’ 하며 웃는 것도 잠시, 비오듯 흘리는 땀과 까맣게 타버린 얼굴에서 비장함이 비쳐지면 어느새 ‘꼭 한번만 이겨라’ 하며 응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승리를 이뤄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박수가 터져나오죠.

이들은 그렇게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90번의 승리를 이뤄냈습니다. 그동안 진 게임은 61경기밖에 되지 않으니 놀라운 성적입니다. 프로팀에도 31명이나 선택받았습니다. 공포의 외인구단 선수들은 하나같이 ‘실패가 아니라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이라는 김성근 감독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따랐습니다.

선택받지 못한 선수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줄 수 있는 독립구단이 여럿 더 생겨나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난해 7월 갑자기 선수들에게 통보된 팀 해체 소식은 ‘청천벽력’의 표정이 어떤 것인지 잔인하도록 생생하게 보여줬습니다. 짧은 뉴스 뒤에 인도에 주저앉아 하늘이 무너진 듯 펑펑 우는 선수들의 가슴아픈 이야기가 숨어있을 줄 그때는 누가 알았을까요.

   
▲ 사진=티피에스컴퍼니

김성근 감독은 “성공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들은 프로에 가겠다는 신념으로 이기기 시작했고, 갈 길이 만들어졌고, 스스로 몰아치면 길이 있다는걸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프로에 가기 위해 다시 글러브를 끼고 배트를 들었지만, 이들은 자신을 몰아치며 스스로의 길을 찾았다는 뜻입니다.

영화에서도 비슷한 말이 등장합니다. “야구를 도중에 그만두는 선수들은 두고두고 후회한다. 그러나 고양원더스에서처럼 할 수 있는 만큼 해보고 나면 적어도 후회는 없다”는 말입니다. 평생을 바쳐온 야구에 마지막으로 자신을 불사를 수 있는 기회, 고양원더스는 선수들에게 최후이자 최선의 팀 아니었을까요.

열 번을 치고, 스무번을 쳐도 투 스트라이크밖에는 안되는 파울볼. 선수들에게 고양 원더스는 파울볼과도 같은 존재였을 겁니다. 치고 또 치다보면 언젠가는 안타도 되고 홈런도 되는, 땅볼을 치더라도 죽어라 달리면 내야안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김성근 감독과 선수들은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몸으로 보여줬습니다.

인생은 야구와 같다고 합니다. 헛스윙을 했다고, 파울볼을 쳤다고, 삼진을 당했다고 주저앉기보다는 다음 타석을 기약하면 됩니다. 타격왕도 4할이 안되는걸요. 이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3년여의 기록이 김성근 감독 말처럼 “자신의 뒤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 사진=티피에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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