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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의뢰, 뒤틀린 사형제도를 고발하다

2015-03-18 13:48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성시완 범죄심리학자
손용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뢰’가 개봉되어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형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은 영화로서 개봉과 동시에 우리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형을 선고받은 살인마 조강천(배우 박성웅)으로부터 아내를 잃은 남편 승현(배우 김성균)은 조강천이 숨겨놓은 아내의 시신을 찾기 위해 사형집행 대기중인 조강천을 교도소 밖으로 끌어내려 같은 교도소에 복역중인 다른 사형수에게 조강천에 대한 무자비한 폭행을 의뢰한다.

조강천은 이같이 의뢰된 폭행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나 승현은 조강천을 빼낸다. 승현은 조강천을 인질로 삼아 아내의 시신을 찾고자 하지만 오히려 조강천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승현의 아내는 형사 태수(배우 김상경)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이다.

여동생의 피살 이후 태수는 무시무시한 계획을 들고 나타난 승현의 실체를 알고 괴로워한다. 그러나 여동생 시신을 찾기 위한, 여동생의 원한을 갚아주기 위한 것이었으니. 조강천에게 살해당한 승현을 목격한 태수는 권총을 집어 들고는 조강천을 향해 쏜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사형수가 공권력 집행자인 경찰에게 총살을 당한다는 내용이다.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이래 20년 가까이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제 엠네스티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형폐지를 주장하는 일부 인권단체가 있으나 김길태 사건, 유영철 사건, 안양 초등학생 납치사건, 조두순 사건 등 아동 대상 성범죄와 연쇄살인 사건 등 폐륜적인 강력범죄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 국민의 법감정은 사형제도에 대해 쉽사리 폐지를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 사형존치론자들은 사형제도의 범죄억제력을 가장 중요한 이유로 들고 있다. 흉악범을 사형으로 위협하지 않는다면 사회를 보호할 수 없으므로 사형은 일종의 필요악이라는 관점이 그것이다.

우리 형법 제250조 제1항은 살인죄를 범하였을 경우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타인의 생명을 부정하는 범죄행위에 대해 행위자의 생명을 부정하는 사형을 그 불법효과의 하나로서 규정한 것은 행위자의 생명과 그 가치가 동일한 하나 혹은 다수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라 보고 있다.

   
▲ 영화 살인의뢰 스틸 컷.
‘살인의뢰’를 연출한 손용호 감독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영화를 통해 사형제도가 사회적인 화두가 됐으면 좋겠다. 범죄자들은 늘고 있는데 법 테두리는 진보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우리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법이 조금 더 발전되었으면 한다”며 사형제도의 변화를 촉구하였다. 사형을 선고받은 범죄자는 교도소에 산채 남겨지고 유족들은 그 피해를 영원히 씻지 못한채 살아가야 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비판하려는 듯하다.

사형을 선고받은 범죄자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리된다. 그런데, 손감독이 이법 내용을 미리 알았다면 더욱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사형수에 대해서는 동법에 따라 다음과 같은 처우를 해준다고 한다. 처우(處遇)는 쉽게 말하면 그에 걸맞는 대접을 해준다는 것.

‘사형확정자는 독거수용한다. 다만, 자살방지, 교육․교화프로그램, 작업, 그밖의 적절한 처우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혼거수용할 수 있다(동법 제89조 제1항)’. 사형수는 원칙적으로 독방을 쓴다는 것이다.

‘소장은 사형확정자의 심리적 안정 및 원만한 수용생활을 위하여 교육 또는 교화 프로그램을 실시하거나 신청에 따라 작업을 부과할 수 있다(동법 제90조 제1항)’, ‘소장은 사형확정자의 심리적 안정 및 원만한 수용생활을 위하여 소속 교도관으로 하여금 지속적인 상담을 하게 하여야 한다(동법 시행규칙 제152조 제1항)’, ‘소장은 사형확정자가 작업을 신청하면 교도관 회의를 거쳐 교정시설 안에서 실시하는 작업을 부과할 수 있다. 이 경우 부과하는 작업은 심리적 안정과 원만한 수용생활을 도모하는 데 적합한 것이어야 한다(동법 시행규칙 제153조 제1항)’, ‘소장은 사형확정자에 대하여 심리상담, 종교상담, 심리치료 등의 교화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전문가에 의하여 집중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동법 시행규칙 제154조)’. 사형수는 사형이 집행되기 전까지 심리적 안정을 위한 교육이나 상담, 심리치료 등을 받을 수 있다. 교정시설 내에서 일정 보수를 받는 작업도 할 수 있다.

‘사형확정자의 접견 횟수는 매월 4회로 한다(동법 시행령 제109조)’, ‘소장은 사형확정자의 교화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접견 시간대 외에도 접견을 할 수 있고 접견시간을 연장하거나 접견횟수를 늘릴 수 있으며, 접촉 차단시설이 없는 장소에서 접견할 수 있다(동법 시행령 제110조)’, ‘소장은 사형확정자의 심리적 안정과 원만한 수용생활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월 3회 이내의 범위에서 전화통화를 허가할 수 있다(동법 시행규칙 제156조)’. 사형수도 매월 4회 외부인과 면회를 할 수 있으며 전화통화는 3회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형수가 사형집행이 되기 전까지 그에 걸맞는 처우를 법으로 규정한 것이라 보여진다. 손용호 감독의 시각이었다면 사형수의 ‘심리적 안정 및 원만한 수용생활’을 배려하여 법으로서 위와 같은 대접을 해준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을 것이다. 영화 ‘살인의뢰’의 남편 승현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더욱 광분했을 것이다.

제도로서의 사형제도는 존재하나 현실적으로 집행이 되지 않아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한국. 1997년 사형이 집행되었던 것은 김영삼 정권 말기로서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계속된 사형판결에도 불구하고 집행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은 대한민국에서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둔 법이라고나 할까. 한국이 사형수의 처우(處遇)까지 신경써야 하는 문명국가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 ‘심리적 안정 및 원만한 수용생활’이 일반 수형자들에게 보장되고 있다는 사실에 의아할 시민들도 많을진대, 사형수에게 규칙적인 상담과 면회, 전화통화까지 허용하게 하는 문명국 사형수법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

사형제도의 실효성을 인정하고 폐지하지 않을 것이라면 사형집행의 시기나 사형수 처우 등에 대한 제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성시완  범죄심리학자, 범죄학 박사, 죄와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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