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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 못잡고 NC에 내준 롯데, '4년 전 강민호' 학습효과도 없었다

2021-12-25 09:28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미디어펜=석명 기자] 이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손아섭(33)을 볼 수 없게 됐다. 손아섭은 NC 다이노스 선수가 됐다.

NC는 24일 FA 외야수 손아섭과 4년 총액 64억원(계약금 26억, 연봉 30억, 인센티브 8억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NC 입장에서는 손아섭이 필요했다. NC 간판타자이자 외야의 핵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던 나성범이 KIA 타이거즈로 FA 이적(6년 150억원)했다. NC는 이미 두산에서 뛰었던 FA 외야수 박건우를 6년 100억원에 계약하며 영입하기는 했지만 나성범이 빠져나간 공백을 온전히 메우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런데 손아섭까지 영입함으로써 외야 및 타선은 오히려 보강된 느낌이다.

그렇다면 롯데 입장에서는 손아섭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



손아섭은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 그 자체다. 부산고를 나와 2007년 롯데에 입단한 뒤 15년간 자이언츠 유니폼만 입고 뛰었다. 팀에 오래 있었다고 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좋은 활약을 해야 한다. 손아섭은 그런 선수였다.

주전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2010년부터 올해까지 손아섭은 2019년 한 차례(타율 0.295)만 빼고 매년 3할대 타율을 유지했다. 통산 타율이 0.324나 된다. 총 2077안타를 때려 현역 가운데 최다안타 기록을 보유했다. '방망이를 거꾸로 잡고 쳐도 3할', '손아섭 걱정이 제일 쓸 데 없는 걱정' 등의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허슬플레이, 야구에 대한 놀라운 집념과 끊임없는 노력 등은 손아섭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많은 팬들이 손아섭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손아섭은 4년 전 처음 FA가 됐을 때는 4년 총액 98억원의 좋은 조건으로 롯데에 남았다. 이번 두번째 FA가 됐을 때도 롯데와 손아섭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었기에, 팬들은 적당한 선에서 계약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손아섭은 롯데의 지역 라이벌팀 NC와 계약했다. 손아섭은 롯데 잔류 의지를 공공연히 밝혀왔기에 뜻밖이었다. 즉, 롯데는 NC가 손아섭에게 제시한 64억원에 꽤 못미치는 금액을 제시했던 것이다.

손아섭의 현재 가치가 4년 64억원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 따져볼 수도 있다. 올해 홈런이 3개밖에 안돼 2011년 이후 최소 홈런을 친 것을 두고 '장타력 한계', '에이징 커브' 등의 얘기도 나왔다.

그렇지만 손아섭은 홈런타자가 아니다. 2018년 26개의 홈런을 날리며 장타력을 과시하기도 했지만 손아섭은 홈런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타석에서 자기 장점을 발휘하는 선수로 꼽혔다. 해마다 3할대 타율을 치면서 홈런도 펑펑 날렸다면 손아섭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을 것이다.

타격 실력 외에도 손아섭이 롯데에서 가지는 상징성이 있다. 팀의 간판스타 이대호는 2022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팬들은 당연히 손아섭이 앞으로 이대호가 해왔던 '사직구장의 리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롯데 구단의 생각은 달랐나 보다.

물론 이번 FA 시장은 예상을 훨씬 넘는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100억원대 대형 계약이 속출하는 등 선수들 몸값이 많이 올랐다. 롯데가 손아섭에 책정한 '적정' 금액과 요구액 사이에  많은 차이를 보였을 수 있다.

'시세'라는 게 있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횟집에 가면 메뉴판에 고급 생선의 경우 가격 대신 '시가'라고 쓰여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시세에 따라 가격이 등락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장의 원리다.

롯데 팬들은 손아섭을 놓치는 것을 보면서 4년 전 강민호의 FA 이적을 떠올린다. 당시에도 강민호는 두번째 FA 자격을 얻었는데, 롯데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삼성으로 이적했다. 강민호는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고,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였다. 그런 강민호의 마음을 붙잡지 못한 롯데는 이후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주전 안방마님의 빈자리는 컸고, 마땅한 후임 포수도 없었던 롯데는 전력 약화로 4년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강민호와 포지션의 차이는 있지만, 손아섭은 팀 타선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핵심 주전이다. 그가 떠난 빈자리 역시 클 수밖에 없다.

'강민호 학습효과'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롯데 구단이다. 내부 FA 손아섭을 품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번 FA 시장에서 외부 영입을 통한 전력 보강도 전혀 없이 뒷짐만 지고 있는 듯하다. 실망한 팬들은 내년 시즌에도 롯데가 바닥권 성적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혀를 차고 있다.

NC와 계약 후 손아섭은 "롯데에서 은퇴할 줄 알았다"며 롯데를 떠나는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다. 그런 선수를 롯데는 '적'으로 만들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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