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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문재인, 왜 박대통령 압박하나

2015-03-19 11:08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조우석 문화평론가
"이미 ‘님을 위한 행진곡’은 5.18민주화운동 이후 33년 동안 추모행사 등에서 언제나 울려 퍼졌던 상징적인 노래이다. 이에 대한민국 국회는 5.18민주화운동 정신이 깃든 ‘님을 위한 행진곡’을 5ㆍ18민주화운동의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한다."
 

지난 18일 확인했던 2년 전의 국회 결의문인데, 한마디로 어이없다. 단 두 문장밖에 안되는데도 맞춤법도 틀리고, 사실관계도 오류 투성이다. 결의안 찬성에는 재석의원 200명 중 158명이 합류했고, 그중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인 김무성-유승민도 포함됐다는데, 그래서 채택한 결의문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가?
 

우선 두음법칙을 무시하는 초보적 실수를 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이 아니라 '임을 위한 행진곡'이 맞다. 단순실수라기 보다는 은연중 북한 표기법을 따랐던 것은 아닐까? 새민련 소속 386 출신이 초안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면, 의구심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두음법칙 무시한 국회는 북한 맞춤법을 따랐나?

더욱이 결의문은 사실관계도 파악 못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이후 33년 동안 추모행사 등에서 울려 퍼졌다"라는 대목이야말로 또 다른 오류다. 2013년을 기준으로 33년이 아니라 31년이 맞다. 지난번 칼럼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당시 시위현장에서 불려진 바 없다. 그게 진실이다.
 

광주 시위가 마무리된 2년 뒤에 소설가 황석영이 노랫말을 만들고, 작곡가 김종률에 멜로디를 붙여 탄생했기 때문이다. "상징적인 노래" 운운도 턱없는 과장인 게, 386세대들을 중심으로 1980년대 중후반 이후 널리 불려진 노래의 하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무식한 대한민국 국회만큼 민망한 건 따로 있다. 17일 여야 영수회담은 뒷얘기가 그러한데, 이튿날 야당은 "박 대통령의 '임을 위한 행진곡' 인식에 크게 유감이다"라고 한마디 토를 다는 걸 잊지 않았다. 이 노래에 대한 저들의 집착을 새삼스레 보여주는 대목이다. 

   

▲새민련이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지정곡문제로 박근혜대통령을 압박하는 것은 금도를 넘었다. 새민련의 정치적 책략에 김무성 새누리당대표마저 장단을 맞추는 것은 우려스럽다. 여야가 헌정질서를 문란케 할 개헌을 고리로 야합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사진 방송화면 캡처

 

세간의 화제도 '임을 위한 행진곡' 얘기인데, 야당의 적반하장에 기가 막히다는 반응이 많다. 김영록 대변인은 18일 국회브리핑에서 "청와대 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이 노래에) 반대하는 분도 있고 찬성하는 분도 있다고 했는데 이 같은 인식이야말로 5.18 기념곡 지정을 둘러싼 국론 분열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대상으로 겁박하는 모양새인데, 사람들은 그것에 놀라워한다. 김 대변인은 이런 억지도 부렸다. "대통령 말씀은 국가지도자로서 국론 통합의 책임을 회피하는 듯해 안타깝다. 그건 무성의하다." 야당은 왜 이렇게 안하무인일까? 1980년대 운동권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문제이지만, 김무성의 언행 탓이라는 게 세간의 중평이다.
 

김무성은 "여당 대표인 내가 참석해 크게 부르겠다"고 했는데, 그가 이토록 국가정체성도 모르고 여야 간 피아(彼我)구별도 못한다는 걸 새삼 만천하에 노출시켰다. 그렇게 원칙 없는 여당 보스를 야당은 자신들과 한 편이라고 볼 것이고, 그래서 더욱 오만방자하게 대통령을 향해 대든다.
 

안타깝다. 취임 2년이 안 돼 당권(黨權)을 잃어버린 대통령의 지휘력이 문제인가, 아니면 새민련의 2중대로 놀고 있는 새누리당이 문제일까? 이런 의구심은 그날 영수회담에서 김무성의 다른 발언도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18일 채널A는 그가 문재인에게 "(나중에) 당신이 대통령이 되면, 내가 잘 도와드리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과 국정철학 공유 못하는 김무성의 한계가 문제

이게 여당 대표 신분으로 대통령 앞에서 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으며,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채널A는 따끔하게 지적하는 걸 잊지 않았다. 회담장의 냉랭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제스쳐일 수도 있지만, 할 수 있는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될 게 있다.
 

아무리 봐도 그건 거의 안하무인의 발언이었다. 그게 회담장에서 일어난 일과성의 돌출발언인가, 아니면 무엇이 더 있는가? 유감이지만 후자가 맞다. 여당이 야당과 공유하는 건 포퓰리즘을 포함해 많다. 개헌야합도 결정적 증거다. 즉 여당 대표가 대통령과 공유하고 있는 국정철학이 생각 이상으로 없거나 엷은 게 문제다.
 

그런 배경에서 김무성은 지난 해 10월 오스트리아 식 이원집정제 구상을 뜬금없이 밝혀 정치권을 뒤집어놓았던 것이다. 자신이 모시는 박 대통령이 취임 2년 차밖에 안된 상황에서 그런 발언을 거리낌없이 할 수 있는 게 김무성이다.
 

유감스럽게도 그의 소신은 여전하다. 그래서 문제다. 엊그제 영수회담은 그저 표면이고, 개헌론을 포함한 여당 대표의 다른 꿈 다른 생각이 올해 정국의 핵이자 저류로 남아있다. 이런 상황이니 영수회담에서 복지국가를 말하고 경제정책이 총체적 실패라고 억지를 부리는 야당 대표와 김무성은 거의 한통속일 수 있었다.
 

시시한 운동권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가지고 여야가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양새의 막전막후 사정이 그렇다. 안타깝다. 정치 사보타지를 하며 할 일은 하지 않고, 거꾸로 개헌론을 들먹이며 헌정질서를 어지럽힐 구상만 하고 있는 이 나라 국회를 어이할까? 정말 개헌을 해야 할까? 그래서 1987년 개헌 때 없앤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을 부활시켜야 옳을까?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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