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최근 건강기능식품 유통과정에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이른바 ‘쪽지처방’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행위를 자율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방안이 마련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이하 건기식협회)가 심사 요청한 ‘건강기능식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 제정안을 승인했다고 30일 밝혔다.
동 공정경쟁규약은 병‧의원에 대한 쪽지처방 유도, 부당한 이익 제공 등의 행위를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쪽지처방은 건강기능식품 업체가 의료인으로 하여금 자사 ‘제품명’이 기재된 처방전과 유사한 형태의 양식을 사용하도록 유도해, 해당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행위로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한다.
이에 공정위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건강기능식품 업계의 쪽지처방 행위를 시정하는 한편, 건기식협회,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등과 제도개선을 추진했다.
건기식협회는 업계 간담회 등을 거쳐 건강기능식품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건강기능식품 공정경쟁규약’ 제정안을 마련해 공정위에 심사를 요청했고, 공정위는 보건복지부, 식약처 등 관계부처 의견조회를 거쳐 지난 17일 소회의 심의에서 규약(안)을 승인했다.
이번에 마련한 건강기능식품 공정경쟁규약은 규약 제정의 취지, 기존 규약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이미 운용 중인 의약품 공정경쟁규약과 유사한 체계 및 내용으로 구성했다.
먼저 의료인, 병‧의원에 대한 금품류(경제상 이익) 제공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나, 예외적으로 정상적인 상거래 관행상 허용되는 금품류 제공행위에 대한 행위유형별 허용원칙과 절차를 규정해 의료인의 예측가능성과 법 집행의 투명성을 높였다.
금지되는 금품류 제공행위는 건강기능식품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병·의원 및 소속 의료인에게 해외여행경비 지원, 현금 및 물품 협찬, 병원 공사비 지원 등이며, 관행상 허용되는 행위는 견본품 제공, 기부행위, 학술대회 개최‧운영 지원, 제품 설명회, 전시‧광고, 강연‧자문 등이다.
또한 건강기능식품 관련 법제 및 시장환경 등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공정경쟁규약 내용을 합리적 수준으로 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판촉자료 및 안내서에 소비자의 오인을 일으킬 수 있는 표현의 사용을 제한하고, ‘처방전’ 등 용어를 사용해 쪽지처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안내서의 제공을 금지했다.
다만, 건강기능식품의 유통‧판매 등을 위한 서면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지급하는 정당한 대가는 허용했다.
이와 더불어 건기식협회 내 규약심의위원회를 과반수의 외부 인사로 구성해 자율감시기능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토록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규약 마련으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쪽지처방, 부당한 경제적 이익 제공 행위를 차단해 소비자의 선택권이 향상될 것”이라며 “이와 함께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건기식협회는 규약 시행에 필요한 하위규정 제정 등을 거쳐 2022년 4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며, 공정위는 향후 규약이 시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운용상 개선사항이 없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또한 공정위는 쪽지처방과 관련해 지난 4월 건강기능식품 유통회사 ㈜에프앤디넷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7000만원을 부과하고, ‘부당고객유인 자진신고센터’를 운영해 6월부터 9월까지 3개사에 경고 조치한 바 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