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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누리과정 의무"…문재인의 잘못된 생각

2015-03-25 11:41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무상급식, 누리과정이 의무여야 하는가

Ⅰ. 끝나지 않은 논쟁

2009년 경기도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촉발된 무상급식 논쟁이 아직도 정치권에서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3월 19일)는 지난 18일 오전 11시 문 대표와 홍 지사가 만나 무상 급식을 두고 벌인 논쟁을 다음과 같이 흥미롭게 소개하였다.

문 대표가 “홍 지사의 소신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어디에 살든 급식에서 차별받아선 안 된다”며 “어른들 정치 때문에 경남 아이들만 급식을 받지 못한다면 부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또 “무상 급식은 의무교육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며 "의무 급식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고 했다. 이에 홍 지사는 “무상 급식 중단이 아니라 선별적 무상 급식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정말 힘든 계층 아이들의 급식은 정부에서 해결하고, 우리 예산은 서민 자제들 공부에 지원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문 대표가 “우리가 물로 배를 채우던 시절을 겪고 살아왔는데 애들 밥은 좀 먹이면서 정치를 하라”고 하자 홍 지사는 “대표가 감정적으로 접근한다. 공부하러 학교 가는 것이지 밥 먹으러 학교 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응수했다. 문 대표와 홍 지사는 대화 중 수차례 상대방의 말을 끊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등 날 선 공방을 벌였다.

   
▲ 18일 만나 무상급식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와 홍준표 경남도지사. 문재인 당대표와 홍준표 경남지사는 벽을 보고 얘기하는 듯 했다는 촌평을 남겼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표가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는 우리보다 훨씬 가난했던 1930~1940년대 무상 급식을 시작했다”며 “예산이 확정됐으니 해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면 일어서서 가겠다.”고 하자 홍 지사는 “북유럽은 공산주의 체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보장 체제를 사회주의 방식으로 바꾼 것”이라고 했다. 또 “북유럽 국가의 담세율(擔稅率)은 50%로 국민이 소득의 절반을 국가에 내놓으면 국가가 애도 키워주고 밥도 먹여주고, 의료도 해주고 대신 살림을 살아주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빈부 격차가 심하고 담세율이 20%밖에 되지 않는데 이런 체제에서 북유럽 사회보장 체제는 맞지 않다”고도 했다. 홍 지사는 이어 “미국은 급식 체계가 무상 급식, 할인 급식, 유상 급식 등 3단계가 있고, 일본은 1.7%만 무상 급식을 하고 98.3%는 유상 급식을 한다.”며 “헌법재판소 판례를 보면 급식은 의무교육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우리가 좀 더 노력하면 아이들 급식뿐 아니라 교복까지도 무상으로 제공할 수가 있다”며 “의무교육의 범위는 국가 형편에 따라 점점 넓어져 가는 것이다. 과거에 안 했다고 해서 지금도 안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문 대표가 “지금이라도 경남도 교육감을 만나 서로 대화를 나누라”고 하자 홍 지사는 “지난해 12월 5일 경남도의회에서 예산이 확정됐다”며 맞섰다.

   
▲ 문재인 대표와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논쟁 내역. /자료출처=바른사회시민회의 토론회 자료집 

무상급식에 정치적 생명을 건 정치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무상급식은 앞으로 정치적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권을 노리는 사람들이 무상급식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공표하는 것을 보면 어느 한쪽이나 한 정당이 물러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선거를 치르면서 ‘무상급식’에다 ‘누리과정’이 더해져 급식과 양육을 둘러싼 논쟁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Ⅱ. 양육과 급식은 누구의 의무인가

그런데 “무상급식ㆍ누리과정 의무여야 하는가?”라는 물음의 답은 명백해 보인다. 어린아이와 학생은 생활 능력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을 보살필 수 없다. 따라서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의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누구인가? 부모인가 아니면 다른 어른인가 아니면 사회인가, 국가인가? 답은 부모 아니면 국가다. 다른 어른이나 사회는 실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부모나 국가가 그 ‘의무’를 담당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논의는 간단하지 않다.

자유주의 철학자 롤즈는 의무를 ‘자연적 의무’와 합의에 의해서 생기는 ‘자발적 의무’로 구분하였다. 자연적 의무는 보편적으로 인간이 다른 인간 곧 이성적 존재에게 지는 의무이다. 다른 인간을 존중하고, 정당하게 행동하며, 잔인한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할 의무가 여기에 속한다. 여기에는 합의의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자연적 의무와 달리 자발적 의무는 특수하며 합의에 의해서 생긴다. 내가 누구에게 돈을 받고 무엇을 해주기로 했다면 자발적 의무가 발생한다. 롤즈와 같은 자유주의자들에 따르면 일반 시민은 다른 시민에게 보편적이고 자연적인 의무만 지면된다.

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샌델은 공동체적 존재로서 인간은 자연적 의무와 자발적 의무 이외에 ‘소속의 의무’ 또는 ‘연대의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소속의 의무’로서 대표적인 것이 ‘가족에 대한 의무’이다. 부모는 자식을 행복하게 할 특별한 의무가 있는데 이것은 ‘가족에 대한 의무’에 해당한다. 우리가 의무에 대한 샌델의 분석을 받아들인다면 ‘보육과 급식’은 ‘소속의 의무’로 부모가 책임져야 할 의무이다.

물론 양육과 급식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려는 사람들은 그것을 ‘소속의 의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그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주장하기 위해 ‘적극적 자유’를 선포한 ‘세계 인권 선언’을 제시하기도 한다. 세계 인권 선언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들어 있다.

22조 : 모든 사람은 사회의 성원으로서 … 자기 국가의 조직과 자원에 따라 자기의 존엄성과 인격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하여 불가결한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권리를 실현시킬 자격이 있다.

25조 : 모든 사람은 식량, 의복, 주택, 의료 시술 그리고 필수적인 사회 용역을 포함하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충분한 생활 수준에의 권리를 지닌다.

26조 : 모든 사람은 교육에의 권리를 갖는다. 교육은 최소한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단계에서는 무료이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세계 인권 선언’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는 의무를 타인에게 부과하는 로크식의 ‘소극적 권리’를 넘어 ‘적극적 권리’를 요구한다. 이러한 적극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정치 단위를 국가라고 생각하면, 국가는 시민의 복지를 위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세계 인권 선언’은 적극적 권리를 자연권으로 간주하여 보편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이것의 담지자는 개별 국가일 수밖에 없다. 무상 교육과 같은 의무는 자신이 속한 정부에 대한 권리에 해당한다.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주최한 <시한폭탄 안은 복지시스템, 무상급식·누리과정의 근본대책은 어디 있나> 토론회의 전경 /사진=미디어펜 

그러나 무상 교육은 가난한 나라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부자 나라의 경우에도 어디까지 무상 교육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나라의 형편에 따라 다르다. 우리 헌법도 ‘세계 인권 선언’에서 말한 무상 의무 교육을 명시하고 있지만 어디까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3. 보육과 급식은 의무 교육의 일부인가

무상급식을 헌법에 근거하여 정당화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일부이기 때문에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급식을 ‘국가급식’으로 전환하여 국가의 재원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급식’으로서 무상급식은 헌법이 규정한 의무교육의 일부라는 것이다. 국가급식으로서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근거로 헌법 제31조를 제시한다.

헌법 제31조
①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②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
③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의무교육이 무상급식을 함축한다는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의무교육이 무상급식을 필연적으로 포함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의 ‘교육 받을 권리’를 보장하면서 이 권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정과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헌법 제31조의 ②는 자녀 교육에 대한 1차적 책임을 부모와 보호자에 귀속시킨다. 자녀에 대한 교육은 제1차적으로 그 부모와 보호자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라는 것이다. 부모와 보호자의 의무는 국가가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교육 시설을 마련하는 경우에만 그 실효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③에서는 무상의무교육제도를 명시하여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밝히면서, 의무교육을 하는 학교에서는 수업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헌법 조항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안고 있다. ‘의무교육’에 포함될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인가에 따라 ‘무상급식’은 무상이 될 수도 있고 유상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이와 관련된 법령으로 의무교육을 시행하는 학교에서는 수험료를 받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이는 대단히 자의적인 규정이다. 의무교육을 받기 위해 필요한 것이 수험료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 18일 만나 무상급식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와 홍준표 경남도지사. 문재인 당대표와 홍준표 경남지사는 벽을 보고 얘기하는 듯 했다는 촌평을 남겼다. /사진=연합뉴스 

의무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교과서와 학용품, 교통비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신발, 실내화, 교복, 체육복도 필요하며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점심 식사뿐만 아니라 잠잘 집도 필요하다. 의무교육에 수험료 면제만 포함시키자는 주장이나 무상급식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다른 것들은 제외하고 그것들만 포함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통의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점심무상급식 주장을 받아들이면, 우리는 ‘가파른 경사면’에 올라가게 되어 학생들의 점심뿐만 아니라 그들과 관련된 모든 것을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의무교육의 순차적 실시를 대통령령에 위임 (합헌결정 ; 헌재결 1991.2.11. 90헌가27)’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ⅰ) 사건개요 : 중등교육에 대한 의무교육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순차적으로 실시하도록 한 교육법 (제8조의 2)이 의무대상교육을 법률로 정하게 한 헌법 제31조 제2항에 위배되는지 여부

ⅱ) 중학교 의무교육의 “실시여부”라든가 그 “연한”은 교육제도의 수립에 있어서 본질적 내용으로서 교육제도 법률주의(§31⑥)의 요청상 국회입법에 유보되어 있어서 반드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 규정되어야 할 기본사항이라 하겠으나, 그 실시의 시기, 범위 등 구체적인 실시에 필요한 세부사항은 그의 구체적 타당성이 있는 기민한 정책결정이 필요하므로, 집행기관인 행정부가 적의결정하도록 위임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학교급식법 제8조 제2항 등 위헌소원 (2012. 4. 24. 2010헌바164)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판시사항】

의무교육 대상인 중학생의 학부모에게 급식관련비용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는 구 학교급식법(1996. 12. 30. 법률 제5236호로 개정되고, 2006. 7. 19. 법률 제79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 후단 및 제2항 전단 중 초․중등교육법 제2조의 중학교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 한다)이 의무교육의 무상원칙을 위반하였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헌법 제31조 제3항에 규정된 의무교육의 무상원칙에 있어서 의무교육 무상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헌법상 교육의 기회균등을 실현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비용, 즉 모든 학생이 의무교육을 받음에 있어서 경제적인 차별 없이 수학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비용에 한한다.

따라서, 의무교육에 있어서 무상의 범위에는 의무교육이 실질적이고 균등하게 이루어지기 위한 본질적 항목으로, 수업료나 입학금의 면제, 학교와 교사 등 인적․물적 시설 및 그 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인건비와 시설유지비 등의 부담제외가 포함되고, 그 외에도 의무교육을 받는 과정에 수반하는 비용으로서 의무교육의 실질적인 균등보장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비용은 무상의 범위에 포함된다. 이러한 비용 이외의 비용을 무상의 범위에 포함시킬 것인지는 국가의 재정상황과 국민의 소득수준, 학부모들의 경제적 수준 및 사회적 합의 등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입법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학교급식은 학생들에게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영양공급 차원을 넘어 교육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교육적 측면은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학교 교육 이외에 부가적으로 이루어지는 식생활 및 인성교육으로서의 보충적 성격을 가지므로 의무교육의 실질적인 균등보장을 위한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비록 중학생의 학부모들에게 급식관련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지만, 학부모에게 급식에 필요한 경비의 일부를 부담시키는 경우에 있어서도 학교급식 실시의 기본적 인프라가 되는 부분은 배제하고 있으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학부모의 급식비 부담을 경감하는 조항이 마련되어 있고, 특히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지원방안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넘어 헌법상 의무교육의 무상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4. 양육과 급식은 부모의 의무

여러 가지 이론적 논쟁을 떠나 양육과 급식은 부모의 의무이다. 자기 자식을 부모가 돌보는 자유 시민의 권리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부모가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 제한적으로 국가가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것은 국가의 미덕이지 의무는 아니다.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이 글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주최한 <시한폭탄 안은 복지시스템, 무상급식·누리과정의 근본대책은 어디 있나> 토론회에서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발표한 주제토론문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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