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겐 명예회복의 절대명제가 주어져 있다. 그룹경영정상화를 위한 특명이다. 극심한 아픔과 시련을 겪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할 때만 해도 욱일승천했다. 그룹외형도 커지고, 재계순위도 10위권으로 점프했다.
가업을 수성하는데 성공했다. 가업을 더욱 크게 일궜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친 박인천 회장은 물론 먼저 간 형님들인 박성용전회장, 박정구 전회장등의 영전에도 보고할 것이 많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박삼구회장에게 쓰나미로 다가왔다. 신만이 알 수 있는 초대형 금융위기를 맞은 것. 힘들게 품에 안았던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차례로 내놓았다. 언론은 금호가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고 했다.
▲ 금호산업은 씨앗을 뿌리고 땀을 흘린 농부에게 경영권을 주는 게 도덕적으로 바람직하다. 상도의를 무시한 무리한 인수합병경쟁은 불씨를 남길 수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그동안 경영정상화를 위해 사재출연과 감자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항공산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업종도 아니다. |
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에 사활을 걸었다. 계열사및 부동산 매각과 사재출연의 투트랙으로 경영정상화에 전력투구했다. 금호산업의 경우 자신의 지분이 없어지는 감자도 받아들였다.
필사적인 구조조정노력이 조금씩 보답을 받고 있다. 그룹 유동성위기가 거의 해소된 것.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말 자율협약에서 졸업했다. 금호산업도 조건부 워크아웃졸업했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6월까지 지분을 매각한 후 워크아웃에서 해제시켜준다는 방침이다.
정상화의 관건은 금호산업을 되찾는 것. 채권단은 현재 금호산업 입찰을 진행중이다. 매각 지분은 57.5%. 현재론 호반건설과 MBK파트너스, IBKS-케이스톤 컨소시엄, IMM, 자베즈파트너스 등 5곳이 후보로 참여했다. 4월말에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추려진다.
입찰 참가 업체중에는 호반건설이 가장 의욕적이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금호산업을 인수할 체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강조했다. 김회장은 호반건설 계열사들과 함께 단독으로 입찰하겠다고 했다. 입찰에 필요한 1조원은 확보했다는 식으로 말도 했다.
호반건설이 인수의지를 보이는 것은 사업다각화와 그룹덩치를 키워보려는 포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30.08%)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곧바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갖게 된다. 아시아나는 또 계열 에어포트 금호터미널 금호리조트 아시아나IDT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금호산업을 품에 안으면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아시아나 계열사들도 따라들어온다. 사실상 금호그룹을 통째로 인수하는 효과가 있다.
호반건설이 항공사를 인수해서 영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설사 내부자금으로 충분히 인수할 능력이 있다고 해도 따져봐야 할 게 많다. 항공사는 안전과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안전한 운항이야말로 항공사의 생명이다. 항공산업에 경험이 없는 기업이 제대로 할 수 있을가라는 의구심도 해소해야 한다.
국토부는 금호산업 입찰과정을 유심히 들여본다고 했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사의 특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자금력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은 87년 출범했다. 올해로 28주년을 맞는다. 금호그룹은 모든 것을 쏟아부어서 아시아나항공을 글로벌항공사로 발전시켰다. 대한항공과 함께 국적항공사로 성장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이착륙시간대에서 황금시간대를 다수 확보했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영업권이다. 박삼구 회장 등 임직원들이 신산고초를 겪으면서 얻어낸 값진 성과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박삼구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지난 수년간의 충분한 자구노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박회장의 사재출연과 희생도 감안했다. 경영정상화의 열매는 씨를 뿌리고 땀과 피를 흘린 농부가 따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채권단은 그동안 사재출연등에 미온적인 다른 그룹 대주주에겐 경영권 박탈등의 패널티를 가했다.
박회장은 채권단이 인정할 정도로 구조조정에 솔선수범했다. 특혜로 볼 소지가 전혀 없다.
호반건설 김회장은 강한 인수의지를 보이고 있다. 기업가의 도전정신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과연 호반건설이 항공사를 운영할 노하우와 운영능력, 대외신인도를 갖고 있는지는 정부와 국민, 시장이 판단할 것이다.
호남이란 동향기업끼리 경쟁을 벌이는 것이 바람직한가 라는 지역정서도 무시할 수 없다. 호남기업 중에 제대로 된 대기업이 별로 없다. 호반건설이 좀 더 통 큰 시각에서 사업다각화와 공격경영을 하면 어떤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인수금액만 올려놓는 것은 아닌지도 궁금하다. 온갖 희생을 다해 정상화시킨 박삼구회장의 부담만 가중시킬 개연성은 없는지...
사업에서 윤리나 도덕은 사치품이라고 한다면 할 수 없다. 오직 돈놓고 돈먹기라고 한다면 더욱 할 말이 없다. 상도의(商道義)라는 게 있다. 애써 남이 힘들여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버젓이 놓으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는 자명하다. [미디어펜=이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