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금융감독원에 매년 지급했던 100억원 규모의 출연금 지원을 올해부터 중단하기로 하면서 양측이 설왕설래하고 있다.
한은은 금감원의 출연금을 중단하더라도 현재는 금융기관의 수익이 증가해 금융기관의 분담금만으로도 자체 경비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금감원은 한은이 출연금을 중단할 경우 금융기관의 부담이 증가하며, 감독당국의 공동검사, 정보 공유 등에 대한 경비를 한은이 분담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발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승범 금융위원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9월 3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제공.
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00억원 규모의 금감원 출연금 납부를 중단하는 내용 등을 담은 ‘2022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앞서 한은은 이미 지난해 12월 2021년도 예산을 확정하며 올해부터는 금감원 출연금 납부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으며, 이 같은 결정 배경을 금감원 측에도 알렸다.
한은은 금감원이 출범한 직후인 1999년부터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감원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발권력을 동원해 매년 출연금을 지급해왔다. 금감원이 출범한 1999년 금감원 전체 예산의 31.2%인 413억원을 지원한 이후 점차 출연금 규모를 줄여오다 2006년부터는 매년 100억원을 출연했다.
한은은 이번 결정에 대해 금감원 설립 초기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당초 지원 동기가 달성됐다고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당초 금감원의 출연 동기는 설립 초기 안정적인 지원을 위한 것”이라며 “현재 금융기관의 수익이 증가해 금융기관의 분담금만으로도 자체적인 경비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2020년 수지차익(총수입에서 총지출을 제외한 금액)은 624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금감원은 한은이 출연금을 중단할 경우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경비가 증가하며, 한은에 공동검사 인력과 자료공유를 제공하는 만큼 출연금 중단은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이에 대해 “금감원 예산은 기본적으로 감독 기능 수행에 소요되는 비용이므로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피감기관인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한다”며 “금융기관에 대한 공동검사 및 자료제출 요구권은 한국은행법 제87조 및 제88조에 보장돼 있는 만큼 별도로 비용을 지급할 필요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한은과 금감원과의 충돌을 두고 일각에선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한은과 금융위원회 간 갈등이 금감원으로 번져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전금법 개정안은 빅테크(대형IT기업)에 대한 관리를 위해 전자지급거래 청산업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빅테크 내부거래가 외부청산기관인 금융결제원을 통해야 한다는 외부청산 의무화 조항과 금융결제원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금융위가 갖는 조항을 두고 한은과 금융위 양측이 정면 충돌했다. 특히 한은은 금융위가 한은 고유의 지급결제 업무를 침범하려 한다면서 강하게 반발해왔다.
그러나 한은·금감원 모두 이같은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가 한은과 금감원 출연 중단과 관련한 사항을 협의중이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