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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자막' 방송…'박근혜'와 '박 대통령' 사이

2015-03-27 17:5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조우석 문화평론가
"리콴유 29일 국장(國葬)…박근혜 참석". 며칠 전 종편 jtbc의 저녁뉴스 때 떴던 굵직한 자막인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 외교행사와 관련된 자국 대통령 이름을 마치 이웃집 아이 부르듯 처리한 '막말 자막(字幕)' 때문이다. 국가원수에게 이렇게 무례해도 되는 걸까?

"박 대통령 참석"하면 될 걸 왜 이렇게 함부로 처리했을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정명령을 내리는 게 우선인데, 이와 동시에 좌편향으로 논란을 빚어온 jtbc의 파행방송 전체를 공론화할 때가 지금이다. 좌파 상업주의로 전환한 뒤 지난해 내내 세월호 선동보도로 세상을 어지럽혀온 주범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우선 막말 자막은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jtbc 보도부분 사장 손석희는 이 일과 직접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는 자기가 진행하는 뉴스룸 프로와 관련된 모든 것, 즉 자막에서 기자의 의상, 방송 멘트까지를 콘트롤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에게는 꼬박꼬박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직함 불러줘

실제로 자막에서 그래픽까지 그는 두루 챙긴다. 때문에 이번 사고는 단순하지 않다. 그가 직접 지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스텝들이 손석희의 정치적 취향에 맞췄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일은 삐딱선을 탄 jtbc 보도국 분위기가 만들어낸 집단 사고인 셈이다.

더욱이 이 방송사고 이후 자체 징계 움직임이 없다. 현재까지 분위기론 사과방송도 없이 뭉개고 넘어갈 태세인데,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이 방송은 북한의 30대 애송이 독재자 김정은에게 꼬박 꼬박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직함을 붙여주는 예우를 잊지 않다.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더욱 한심하다. 손석희가 jtbc 메인뉴스의 진행을 맡은 건 2013년 9월인데, 지난해 9월부터 방송시간을 크게 늘리면서 '뉴스룸'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변화는 예상한대로 '뻘짓의 행진' 그 자체였다. 진행시간을 100분으로 늘리면서 '팩트체크', '뉴스키워드' 코너를 집어넣어 뉴스를 연성화시켰다. 그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뉴스 중간에 허구한 날 연예인을 등장시키는 인터뷰 코너란 게 우스꽝스럽다. 당대의 뉴스메이커를 불러 묻고 따지는 진지함 대신 예의 감성팔이 뉴스로 시종하는 셈이다. 그러고도 시청률은 바닥을 긴다. 메인뉴스의 평균 시청률은 1.8~1.9%. 지상파와 종편을 통틀어 최하위다.

"모바일-PC를 통해보는 시청률을 포함하면 훨씬 높다"는 게 jtbc의 나홀로 주장인데, 물론 검증 불가능한 소리다. 대형포털 다음이 메인화면에서 뉴스룸을 줄창 걸어놓고 젊은 층에게 시청할 것을 권유해도 여전히 이 지경이라는 게 놀랍다.

1년 넘게 이렇다면 좌편향을 쌍끌이하고 있는 jtbc와 카카오다음이 자체 반성을 해야 하는데, 저들은 너무도 뻔뻔하다. 사실 지난해 내내 이 방송은 세월호 선동보도로 날을 새웠음을 우리는 모두 기억한다. 그 하이라이트가 다이빙벨 소동인데, 그게 방송의 공정성을 넘어 사회통합에 치명적이었다.

   
▲ jtbc 메인뉴스의 진행을 맡고 있는 손석희 보도부분 사장./사진=jtbc 캡처 
노골적 선동방송에 몰입했던 세월호 보도 때의 손석희

거의 범죄행위에 가까운 이런 방송진행에 방통위를 포함해 누군가가 따끔하게 책임을 물었어야 했는데, 어쨌거나 손석희의 실체를 이제 우리는 다 안다. 당시 진도 팽목항 현지에 내려가 뉴스를 진행했던 그의 감성팔이는 실로 황당했다. 쇼맨십에 강한 그는 의도적으로 매일 같은 옷 한 벌만 입고 나오는 걸로 대중적 화제를 만들어내곤 했다.

시청률이 떨어질라치면 울컥 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신파(新派) 진행자의 치기를 발휘하는 잔머리도 잊지 않았다. 그건 자질 낮은 진행자의 파행 방송이겠지만, 실은 jtbc 전체가 문제다. 이런 걸 알면서도 방관하는 회장 홍석현은 또 뭔가?

언론인도 아닌 아나운서 손석희, 논문 표절 혐의까지 쓰고 있던 그를 인지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모셔온 게 그 사람이다. 이후 저들은 좌파 상업주의로 확고하게 방향을 잡았다. 미래의 시청자인 젊은 층을 공략하려는 전략일까? 사업보국의 기치로 세운 삼성그룹과 연고가 있는 이 방송이 이렇게 유치하게 막가도 되는 걸까?

홍석현은 jtbc의 좌편향을 우려하는 지인들에게 "나는 우파인데 우리 아들정도가 좀 좌파라서…"하며 발뺌하는 걸로 알려졌다. 이거야말로 무책임의 극치라서 언론사 오너가 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님은 물론이다.

jtbc 누적적자액만 4000억 원대…저들이 위험하다

저들은 내부적으로 "조만간 SBS부터 따라 잡는다"고 허장성세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난 해 전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 시청점유율의 경우 MBN(3.532%), TV조선(3.015%), 채널A(2.656%)에 이어 jtbc(2.610%)의 순이니 이 종편은 종편 4사 중에서도 최하위다. 메인뉴스도 꼴찌, 전체도 최하위인데, 참고로 SBS의 시청점유율은 11.3%(지역민방 포함)다.

jtbc가 상대적으로 강한 것은 예능과 드라마 부문인데, 이 대목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콘텐츠 강화의 측면에서 기대치에 근접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뒤를 받치고 있는 종편으로 주력해야 할 정통 뉴스를 엉망으로 만든 작금의 성적표는 참담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실은 내부 경영도 문제있다. TV조선이 지난해 첫 흑자 경영을 이룩한데 비해 jtbc는 적자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구조들. 개국 3년이 안된 지금까지 이 종편의 누적 적자액은 4000억 원대로 알려졌다. 체질이 허약하다는 뜻이다.

마무리 하자. 본래 종편은 방송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자는 의도로 허가됐다. 당시 지상파 방송들의 좌편향을 바로 잡자는 의도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지난 3년 종편은 시청률의 덫에 빠져 선동방송에 합류한 느낌이 없지 않아 유감천만이다. 하지만 jtbc 같은 돌연변이가 나오리란 예측은 아무도 못했다.

이번 막말 자막 사고는 그점에 비춰 작은 사고가 아니다. 미디어 격변기에 정도(正道) 경영만이 시청자의 신뢰를 얻는다 건 상식에 속한다. 그게 흔들리는 jtbc와 중앙일보는 그래서 위기다. PD 이영돈이 엉뚱한 일로 사고친 건 이번 막말 자막 사고의 위험성에 비해 대수롭지 않은 수준인데, jtbc는 이 모든 걸 직시하길 바란다.

즉 해사한 외모이지만, 역겨운 손석희 따위가 문제가 아니다. 오너 차원의 각성이 필수다. 각성이란 무얼까? 언론의 제자리 찾기가 아닐까? 그렇지 않을 경우 결과는 참혹할 수도 있다. 방송은 3년마다 인허가를 갱신하는데, 올해 말이 딱 그 시점임을 기억해두길 바란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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