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제 20대 대통령선거 본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지난해 10월 10일 집권여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정확히 150일간 달려왔다.
이재명 후보는 8일 오후 7시 마지막 집중유세로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을 택하고 '촛불민심'에 호소할 방침이다.
본보는 그간 이 후보에게 결정적 장면으로 꼽히는 10번의 계기를 시간 순으로 꼽아보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월 12일 대전 세종 공약 발표에 앞서 대전e스포츠경기장 드림아레나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즉석 연설을 한 후, 주먹을 굳게 쥐고 흔들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변 없이' 후보 확정
민주당 대선 경선에 임했던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10일 발표한 서울 지역 순회 경선 및 3차 국민선거인단 결과, 최종 누적 득표율 50.29%(71만 9905표)를 기록하면서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고 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당초 9일까지 경기 경선을 치르면서 누적된 총 득표율은 55.29%(111만 7896명 중 60만 2357표)였지만, 10일 발표된 3차 선거인단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게 참패하면서 먹구름을 드리웠다.
이 전 대표는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 62.37%를 득표하면서 이 후보와 이 전 대표가 각 단위별로 받았던 득표율 중 최대치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일주일 만에 완전히 반전된 이러한 득표 추이는 당시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다. 이에 따라 당시 이 후보는 후보 선출에도 불구하고 큰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문 대통령 만나 '정통성' 대권행보
이 후보는 선출 후 16일이 지난 10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전날 퇴임을 통해 경기지사직에서 물러난 이 후노는 이날 문 대통령을 만나 '민주정부 계승' 의지를 표명했고 진영 내부를 향해 '원팀 통합' 메시지를 던졌다.
이날 회동에 대해 야권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지만, 청와대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후보가 요청하면 만나는 전례에 따를 뿐더러 선관위 유권 해석까지 받았다고 일축했다.
실제로 군사정권을 제외하면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선후보 간 회동은 앞서 총 5차례 있었다.
당 내로는 문 대통령과 여당 대선후보간 회동이 민주당 '원팀 행보'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계기가 됐다.
선대위 출범식서 부동산 민심 '정면돌파'
이 후보는 문 대통령을 만난지 일주일 후인 지난해 11월 2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자신의 대선 출마 포부를 밝혔다.
특히 이 후보는 이날 "부동산 문제로 국민들께 너무 많은 고통과 좌절을 드렸다.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린다"며 "집권 후에는 최우선으로 강력하고 대대적인 부동산 대개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것이 '부동산 민심'이 악화되었기 때문이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이 후보는 출범식 연설에서 부동산 문제 해결에 대해 공들여 언급했다.
이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이재명 정부에서는 이런 일, 다시는 없을 것"이라며 "개발이익 완전 국가 환수제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이 부동산 대개혁의 적기"라고 자신했다.
또한 그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개발이익환수제 강화, 분양가상한제 등 제도개혁부터 하겠다"며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이재명 정부의 명운을 걸고 확실하게 없애겠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부동산 공급과 관련해 "당정과 협의해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대적 공급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 누구나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고품질 기본주택을 대대적으로 공급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사거리에서 위기극복·국민통합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선대위 제공
'시장 이기는 정부 없다' 선언
이 후보에 대해 퍼진 선입견 중 하나는 사회주의자에 가까운 '큰정부 주의자'라는 비판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지난 1월 6일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고, 정부 정책에 어긋나는 시장도 불가능하다"며 "존중하고 조화롭게 가야 한다"면서 이러한 선입견에 선을 긋고 나섰다.
한국무역협회 초청으로 열린 'CES 2022 라이브' 혁신 기업 정책 간담회에서 나온 전향적인 발언이었다.
이 후보는 이날 간담회에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금 혼란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시장과 대결하려 해서"라며 "시장을 통제하려 하니 충돌이 발생하고 부작용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제활동은 기본적으로 기업과 시장이 한다"며 "정부는 토대를 만들어주고 기업이 할 수 없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후보는 "규제가 경쟁과 효율을 제한한다면 해소하거나 완화하는 것이 경제 전체를 위해 바람직하다"며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역할은 결국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격변하는 세상에서 전문 관료들이 모든 것을 알고 정해주는 것은 불가능하니 이제는 일단 허용하고 사후 검증에서 문제가 있으면 제한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규모 주택 공급 등 '주거 안정' 제시
이 후보는 지난 1월 21일 대규모 주택 공급과 주요 철도·도로 지하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서울 지역 공약을 발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 맞서 서울 지역 표심이 밀린다는 당내외 분석이 잇따르자, 이를 염두에 두고 내린 결단이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은평한옥마을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민 여러분께서 가장 깊이 걱정하고 체감하시는 주거 불안정·교통 체증·지역 불균형·환경 파괴와 같은 문제들을 정공법으로 돌파해나가겠다"면서 7대 공약을 제시했다.
문재인정권의 대표적 실정으로, 유권자들로부터 최대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이 후보는 이날 "주거 안정을 위해 대규모 주택 공급방안을 제시하겠다"며 "공급 규모와 방식을 비롯한 구체적인 방안은 매우 중요하므로 며칠 내에 구체적이고 세심한 방안을 마련해 별도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주택을 공급하면 대량으로 충분히 공급하되 공급 가격이 현재 시세보다 매우 낮게"라며 "대출도 예외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서울에서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량공급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준으로 만들 생각"이라며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인다 해도 공급 계획을 그대로 시행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핵심 목표는 무주택자에 낮은 가격의 내 집 마련 목표 실현"이라며 "만약 주택가격 급변이 오면 그때를 공공주택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기회로 삼는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유연하고 합리적 방역으로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5차 대유행 사태와 관련해 이 후보는 지난 1월 27일 "지금 같은 방식에선 벗어나서 좀 더 유연하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역 대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정부의 강력한 방역대책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비명이 잇따르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세운 고육지책이었다.
이 후보는 이날 광주 말바우시장을 방문한 후 기자들을 만나 "오미크론 감염 속도가 너무 빠르고 대신에 치명률은 낮다"며 "이 과정에서 시장 상인들을 포함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피해가 너무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당연히 대규모 선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말 만할 게 아니라 실행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낙연 손잡은 이재명 "정말로 든든"
이 후보는 2월 9일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민주당 중앙선대위 회의에 참석해 "정말로 든든하다"고 말했다.
당시 호남 표심이 흔들리고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결집이 여의치 않자, 이 전 대표를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옹립한 후 가진 첫 일정이었다.
이 후보는 이날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주신 존경하는 이낙연 위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많은 경험과 경륜을 가지고 계시고 역량이 뛰어나시기 때문에 현재의 위기 국면을 슬기롭게 잘 돌파해 주실 거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총괄선대위원장에 오른 이 전 대표는 이날 이후 당내 기강을 바로잡고 전체적인 선거 캠페인 기조 조정과 선거운동에 전면으로 나서게 된다.
이날 두 사람의 모습은 민주당 지지층 결집을 유도한 첫 계기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2월 9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근 불거진 '갑질 의전' 등 논란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한 후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배우자 김혜경 씨 공개 사과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는 이 후보가 이 전 대표와 함께 한 2월 9일 같은날 오후 서울 민주당사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공개 사과했다.
당시 불거진 '갑질 의전' 및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 논란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이었다.
김혜경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가 져야 할 책임은 마땅히 지겠다"며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날 "선거 후에라도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드리고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이라며 "모두 제 불찰이고 부족함의 결과, 앞으로 더 조심하고 더 경계하겠다,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후 김 씨는 일절 선거 유세에 나서지 않고 있다.
최근 열린 대선 사전투표에서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투표에 나선 것과 달리, 김 씨는 대중 앞에 나서지 않고 있다.
'윤석열에 직격' 문재인 대통령 전면등판
2월 10일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의 '전 정권 적폐 청산 수사' 인터뷰 발언을 계기로 여권 대결집에 나섰다.
윤 후보 발언을 '검찰발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여권 지지자들 기저에 깔린 '노무현 트라우마'를 자극해 아직 표심을 잡지 못한 부동층 표심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특히 이날 계기가 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참모회의에서 윤 후보를 향해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면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탄핵 후폭풍과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서도 우리 정치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며 '작심 발언'을 내놨다.
이러한 발언은 문 대통령이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이날 직후 민주당은 윤 후보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화력을 퍼붓고 나서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를 받아 2월 12일 오전 대전 유세에서 "복수 감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해선 안 된다"며 "국민을 협박하거나 선출 권력을 협박하는 것은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국가 역량엔 한계가 있는데, 할 일 조차도 못할 상황인데, 과거를 뒤져서 복수를 하고 어느 세력을 궤멸시키고 국회의원 수십명 싹 쓸어버리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라며 "저는 정치보복 하지 않습니다, 일하기 바쁩니다"고 자신했다.
정권교체 아니라 '정치교체'
"선거용 아니냐고 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난 정치를 반성하고 새롭게 달라지겠다고 약속하는 게 선거다. (선거는) 국민의 우려에 응답하고 국민의 탄식에 대책을 내놓는 기회다. (이번 개혁안은) 동시에 선거만을 위한 약속은 아니다."
지난 2월 24일 이 후보는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다당제 연합정치 보장'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 방안이다. 당시 2주도 채 남지 않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이기기 위해서다.
이 후보는 이날 윤석열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면서 모양새를 갖췄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기자회견을 갖고 "안철수 후보의 새로운 정치, 심상정 후보의 진보정치, 김동연 후보의 새로운 물결도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날 알려진 민주당의 정치개혁안 내용은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양상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도입 및 국민내각 구성 ▲국회의원 선거에서 위성 정당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지방선거에서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새정부 출범 6개월 내 선거제도 개혁 ▲1년 내로 개헌 추진 등이다.
앞서 2월 14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날, 이 후보는 서울 명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에게는 '묻지 마'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 세상교체가 더 필요하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 후보의 정치개혁 승부수는 정치교체 깃발을 들어 정권교체론을 무너뜨리기 위한 복안으로 읽힌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쁜 변화가 아닌 좋은 변화여야 한다"며 "정당한 촛불집회를 무법천지라며 표현의 자유를 부인하고 과감한 정치보복과 검찰에 의한 폭압통치를 꿈꾸는 정치세력이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윤석열 후보를 겨냥해 "이들에게 권력을 쥐여 주고, 더 나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은 정권교체일 수는 있어도 정의일 수는 없다"고 일갈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정치세력 교체를 넘어 정치 자체가 교체되어야 하고, 정치교체를 통해 삶의 터전인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며 "적대적 공생이라 불러 마땅한 거대양당 체제 속에서 우리 민주당이 누려온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