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을 광주 5.18 기념곡으로 지정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다. 1980년 이후 노조, 시민단체 등이 국민의례 시 애국가 대신 제창하고 있는 이 곡은 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다. 2008년 광주 5.18 행사 후 정부기념식에서 국민의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따라 본 행사에서 제외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지정된 기념곡이 없다. 애국가도 물론이다. 애국가가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기념곡으로 지정될 경우, 우리나라 공식 1호 기념곡이 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북한에서 정치적 선전곡으로 이용된 곡이기도 하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자유민주연구원은 광주 5.18 기념곡 지정관련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2일 프레스센터 석류홀에서 관련 전문가들과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아래 글은 차기환 변호사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국가 기념곡 지정에 반대하는 이유를 풀어쓴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 차기환 변호사 |
‘임을 위한 행진곡’의 국가 기념곡 지정에 반대한다
I.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국가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
1. 양동안 교수님의 발제가 적확하게 지적하였다고 본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국가 공식 기념곡이 되려면 첫째, 그 노래에 내포된 메시지가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과 부합해야 한다. 둘째 그 노래에 내포된 메시지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자본주의 경제체제와 부합해야하고, 대한민국의 존속·발전에 부합해야 한다. 이를 판단하기 위한 단계로서 그 노래의 주인공이라는 윤상원이란 인물, 그의 5.18 관련 활동 내용, 그가 지향한 가치, 체제가 무엇이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윤상원이란 인물의 이념, 5.18 기간 동안의 행적에 대하여는 양동안 교수님이 적절히 지적하였고, 김대령씨도 광주 5.18 관련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문헌에 근거하여 지적한 바 있다. 윤상원은 1980. 5. 19. 대오에서 낙오한 계엄군을 잔인하게 돌로 쳐 죽이고 철모와 대검을 뺏어와 자랑했다고 한다. 김효석은 윤상원이 계엄군인을 돌로 쳐 죽인 날짜가 1980. 5. 20.이라고 하고 있으나 김대령씨는 문헌을 대조 검토한 결과 그 날짜를 1980. 5. 19.이라고 하고 있다.
5월 19일이면 계엄군이 대규모 시위 군중이 버스를 앞세우고 돌진하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발포가 있었던 5월 21일보다 2일이나 앞선다. 계엄군이 정웅 사단장의 지시에 따라 시위대에게 퇴로를 열어주지 않고 무리한 토끼몰이식 진압을 하는 과정에서 과잉 폭력을 행사한 잘못이 있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도청앞 발포 사건이 있기 훨씬 전 대오에서 낙오한 군인을 그렇게 잔인하게 죽였던 인물이 과연 국가 공식 기념곡으로 기려야 할 인물인가는 동의하기 어렵다.
▲ 죽은 아버지 영정을 든 아이의 슬픈 모습을 보여주는 이 사진은 광주 5.18의 비극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영정에 나온 ‘조사천’씨는 칼빈 총에 의하여 사망하였고, 국립 5.18 묘지 공식 홈페이지에도 그렇게 밝혀져 있다. 5.18 당시 칼빈 총은 시민군이 쓰던 총이다. '조사천'씨는 시민군이 쓰던 총에 맞아 사망한 것이다. /사진=5.18기념재단, 독일 ‘슈피겔’지 사진을 인용 |
김대령씨는 유네스코 세계 기록 문헌에 근거하여, 윤상원이 1980. 5. 20. ‘범시민민주투쟁위원회 학생혁명위원회’ 명의로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다’라는 제목하에 ‘상황보고:사망자 500명, 부상자 3,000명, 연행자 300명, 놈들의 발포가 시작되었다, 서울 대구 마산 전주 군산 이리 목포도 봉기, 전주 이리시는 경찰이 시민에 가담, 학생혁명군 상무대에서 무기 탈취’, ‘행동강령: 무기를 제작하라(다이너마이트, 화염병, 사제폭탄, 불화살, 불깡통, 각종 기름 준비, 전시민 관공서를 불태워라, 차량을 획득하라, 특공대를 조직하여 군무기를 탈취하라’, ‘아! 형제여! 싸우다 죽자!’라는 유인물을 배포하였다고 한다(첨부 아카이브 사료 참조).
그런데 1980년 당국의 수사 및 1990년대 수사 및 재판에 의하면 윤상원의 위와 같은 유인물 내용은 완전히 허위임이 명백히 밝혀졌다. 결국 위 유인물은 허위사실로 시민을 선전 선동하여 폭력을 조장하고 사태를 악화시킨 것에 사용된 것이 명백하다.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이 권위주의 정부를 종식하고 자유로운 자유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하려는 것이라면 위와 같은 폭력적 행위로 살인을 하고 허위 선전 선동을 한 인물을 기리는 노래를 국가 공식 기념곡으로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고 동의할 수 없다.
3. 인터넷 자료들에 의하면, 윤상원이 지향한 사회체제가 1871년 파리코뮨 같은 사회주의 내지 공산주의 체제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만약 그러한 주장이 맞다면 자유민주주의 헌법 체제를 지켜야 할 한국 정부(국회 포함)가 윤상원을 기리는 노래를 국가 공식 지정곡으로 하는 것은 정신적 자살행위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II. 무엇을 해야 하는가
1.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윤상원이란 인물의 이념, 사상 및 5.18 기간 동안의 행적이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소개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그 노래가 누구를 기리는 것인지, 그의 행적과 사상이 어떠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윤상원이란 인물의 실체에 대하여 영화 ‘화려한 휴가’의 주인공 민우로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의 진정한 모습에 대하여 공론의 장에서 토론이 있어야 한다.
2. 5.18 광주민주화 운동 기간 동안 있었던 사건에 관하여 잘못 알려진 사실관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 현재 광주 5.18 관련 사실관계가 잘못 알려진 부분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으로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시위대가 질서 정연하게 모여 애국가를 부르는데 계엄군들이 조준사격 자세로 집단발포를 하여 시위대를 학살하는 장면을 들 수 있는데,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1시경 도청 앞 계엄군들은 그 전날부터 대규모 시위대에 쫓겨 다니며 자신의 한몸 지키기 급급한 상황이었고 경찰과 군인이 시위대가 돌진시킨 차량에 깔려 사망하는 등 공포에 질린 분위기였다. 시위대 일부도 총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런 상황에서 버스가 계엄군을 향해 돌진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계엄군이 발포하게 된 것이다. 영화 속 장면과 같이 평화로운 시위대에게 잔인하게 집단 발포한 것이 아니다.
▲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자유민주연구원이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석류실에서 공동주최한 <5.18 기념곡 ‘임을 위한 행진곡’ 제정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긴급토론회 전경. 차기환 변호사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공식기념곡 정부 지정에 반대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
또 하나의 대표적 사례가 조사천씨의 영정을 든 아이 사진이다.
계엄군의 총에 의하여 죽은 아버지의 영정을 든 아이의 슬픈 모습을 보여주는 이 사진은 광주 5.18의 비극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많은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지금도 5.18 기념주간이 다가오면 계엄군의 총에 희생된 대표적인 사례로 이 사진이 사용된다.
그러나 실제는 조사천씨는 시민군이 쏜 칼빈 총에 의하여 사망하였고 국립 5.18 묘지 공식 홈페이지에도 그렇게 밝혀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다. 시민군의 혼란과 오발로 인하여 사망한 희생자가 계엄군이 잔인하게 민간인을 사살한 사례로 인용되고 있는 것이다.
‘화려한 휴가’, 황석영의 ‘어둠을 넘어 시대의 아픔을 넘어’ 같은 작품들이 5.18 진상을 왜곡하거나 그 피해를 지나치게 과장 묘사하여 일반 국민들과 청소년들에게 국군, 정부 나아가 대한민국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하게 한다. 정부는 5.18의 희생자들에게 보상도 했고 그 잘못을 시인도 하였으므로 더 늦기 전에 일반 국민들 사이에 잘못 알려진 부분들에 대하여는 제대로 사실관계를 알려야 한다.
다행히 5.18 관련 인사가 ‘역사 바로 세우기 재판’의 기록에 대한 공개청구를 하여 그 기록들이 공개되어 있고 5.18 관련 단체들이 2000년대 들어 스스로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를 한 문헌들이 많이 있어 1990년대 김영삼 정부의 이른바 ‘역사 바로 세우기 재판’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많은 부분들이 새로 밝혀지게 되었다. 그런 부분들까지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 국민들에게 잘못 알려진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한다.
▲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자유민주연구원이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석류실에서 공동주최한 <5.18 기념곡 ‘임을 위한 행진곡’ 제정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긴급토론회 전경. /사진=미디어펜 |
정부 여당이 다루기 껄끄러운 사항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나 그렇다고 언제까지 미루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 여당이 그럴수록 자라나는 청소년 세대들은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하게 되고 이는 곧 국가안보,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III. 결어
광주민주화 운동이 진정으로 온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민주화운동으로 길이 보존되려면, 호남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국민들도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곡을 선정하여야 할 것이다. 윤상원이 지향했던 가치가 21세기 대한민국에 맞는 것인지, 또 그가 5.18 기간 동안 보여준 행동이 계급적 사관이나 인식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기본권 존중이라는 인류 보편적 흐름에 맞는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하여 보아야 할 것이다.
5.18을 기리는 민간 단체나 일반인들이 그들의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은 자유이나 국가 공식 기념가로 채택하려면 일반 국민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동의 없이 이를 강행하여 국민적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차기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