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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자치의 대상이 아닌 지도·감독의 대상

2015-04-04 08:49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조형곤 21C미래교육연합 대표
최근 전라북도 교육청이 학교자치조례의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조례가 제정되면 교사회, 학생회, 학부모회, 직원회가 만들어지고 교무회의는 교장의 학교경영을 간섭하고 제동을 걸 수 있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학교의 민주화처럼 보이지만 이 자치조례에는 대단히 큰 함정과 문제점들로 가득하다. 경기도에서 시작한 학생인권조례가 전국으로 확산되어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트렸듯이 학교자치조례 역시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어 반드시 막아야 한다.

학교는 책임감 있는 교장이 운영하고 경영하는 대상이지 자치기구가 아니다. 학교장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하고 그 책무성 또한 엄중하게 하기 위해 대통령이 학교장의 임명장을 준다. 그렇다고 해서 교장은 자기 마음대로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아닌 교육감의 지도와 감독을 받으며 법률에 따라 운영해야 한다.

세금을 납부하는 학부모는 학교의 실질적 주인이지만 다수의 학부모가 학교를 운영하려 든다면 학교의 정상적 운영은 불가능해진다. 법률에 따르면 심지어 학교운영위원회도 심의기구에 불과할 뿐 의결기능이 없다. 학교의 교육과정에 관해서는 학교의 장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결정하면 그만이다. 다만 학교의 장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사항과 다르게 결정할 때는 상급기관과 운영위원회에 서면으로 보고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것이 학교장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지는 않는다.

학교 자율화는 2008년 4월 15일 이명박 정부 취임 두 달 만에 전격적으로 발표된 것으로 교육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다. 핵심적 내용은 중앙정부가 획일적으로 통제하고 있었던 각종 규제와 지침을 대폭 줄이고 학교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이 조치로 사설모의고사를 학교의 자율적 결정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되는 등 많은 규제가 풀어졌다.

   
▲전라북도 교육청이 학교자치조례의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학교자치’는 진정한 자치가 아닌 학교 교사 혹은 직원들의 횡포를 견제할 유일한 수단인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나아가 이는 학교장의 권한 침해 정도가 아닌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사진=jtbc 캡처
학교자율화의 배경에는 학교의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함이 있는데, 우리나라 모든 국민은 사교육비의 폐해를 너무나 크게 실감하고 있고, 그런 반면에 학교의 책무성은 땅에 떨어져 있었고 이는 상급기관의 각종 규제와 지침 때문으로 귀결되곤 했다.

과거 산업화 시절에는 평준화라는 미명하게 초중고 교육도 붕어빵 찍듯 했고, 각종 규제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글로벌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그러한 획일적 교육체제는 고급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는 한계에 다다랐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교육환경이 개선되지 않자 국민들은 해외의 교육으로 눈을 돌렸고 국내에서도 비싼 사교육비를 추가로 지출해야만 했다.

이에 국가는 학교의 책무성을 강화해서 학부모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의무가 있고 이를 위한 방편으로 학교 자율화를 선택한 것이다. 다시 말해 학교 자율화는 중앙정부에 의한 획일적 교육, 각종 규제와 지침으로 무책임한 학교를 개선하기 위한 학교 교육 선진화의 방편이다.

그런데 전교조 등 소위 ‘진보’ 진영에서는 학교자율화 조치를 미친 교육으로 매도하며 반대하였고, 이는 쇠고기 광우병 촛불 집회와 함께 ‘미친소 미친교육’으로 2008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러나 훗날 이에 대한 국민의 기억은 광우병에 대한 기억만 있을 뿐 ‘미친 교육’으로 매도되었던 학교자율화에 대해서는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연이어 일제고사 반대, 귀족학교 반대 등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교사들의 시국선언으로 이어지며 큰 저항에 부딪혔다.

그런데 그러한 진보진영이 갑자기 학교자치를 들고 나온 것이다. 왜일까. 그들이 그렇게 반대하던 학교자율화는 무엇이고, 그들이 추진하는 학교 자치는 또 무엇인가.

지금의 학교자치 조례는 교장의 학교운영 및 경영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교사회 혹은 교직원회가 등장한다. 이 조례가 통과되면 학교의 장은 교육감이 지도 감독하는 대상이 아닌 교사회가 견제하고 감시하는 대상이 되어버린다. 결국 학교의 주인은 학부모가 아닌 교사들이 되는 것이다.

‘학교자치’는 진정한 자치가 아닌 학교 교사 혹은 직원들의 횡포를 견제할 유일한 수단인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나아가 이는 학교장의 권한 침해 정도가 아닌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학교 수업에 불만이 있을 때 담임이나 교과담당 교사에게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용기 있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자녀가 볼모가 되어버린 지금의 학교 체제에서는 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해 불만을 표시할 유일한 방법은 학교장에게 익명으로 항의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래도 도무지 마음에 안 들면 엄청난 비용이 수반되는 이사를 통한 전학을 가야한다. 학교자치를 하려거든 학부모에게 먼저 학교 선택권을 회복해 주어야 한다.

의무교육과 근거리 강제배정 제도를 법과 규칙으로 강제해 놓고, 학교의 책무성을 물을 여타의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사들과 직원들에 의한 학교자치는 공교육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학교자율화의 3대 요소는 교육과정편성권, 교육예산집행권, 교원인사권인데 이번 학교자치조례(안)은 학교장의 인사권을 침해하기도 된다.

만약 학교장이 부당하게 인사권을 행사한다고 하면 이를 막을 방법으로 조례를 제정할 일이 아니라 학교장의 추천권자와 임명권자인 교육감과 대통령이 가진 감사권을 이용해 학교장을 견제하면 될 일이다. 학교의 책무성을 약화시킬 조례 제정 움직임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조형곤 21C미래교육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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