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응 경총전무 |
그러나 임단협 시즌이 본격적으로 개막되지도 않았음에도 임금인상을 둘러싸고 노사정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작년말부터 이른 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우리 경제의 당면과제인 내수활성화를 위해서는 임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확산시키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더욱이 정치권까지 가세하여 영세사업장과 취약계층의 고용창출에 심각한 부작용을 미칠 수 있는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까지 주장함으로써 노동계의 기대심리를 크게 높여놓고 있다. 여기에 IMF 이후 최고치에 달하고 있는 청년 실업률(11.1%)을 해소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고용창출과 투자확대의 주역인 기업의 경영여건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국내외 시장의 침체와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면서 조선, 석유화학, 철강, 건설 등 우리 주력 산업의 대표적 기업이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전자, IT 분야에서도 선진국과 중국 등 후발 공업국 사이에서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 임단협 시즌이 본격적으로 개막되지도 않았음에도 임금인상을 둘러싸고 노사정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통상임금 임금피크제 근로시간 단축 외에 고용기간 연장,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 등 기득권 지키기 이슈들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고용시장의 경직화로 청년 취업이 가로 막힌다는 데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사회통합의 독으로 작용한다. /사진=연합뉴스 |
우리 경제는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무역의존도가 82.4%에 달해, 내수 중심인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근본적으로 다른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엔화의 약세속에 임금 인상을 통한 수출 경쟁력 하락은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또한 내수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1100조에 달하는 가계 부채와 평균 소비성향의 지속적 하락(2010년 75.2%→2013년 71.4%)은 노후생계 불안, 높은 집값, 사교육 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상호 결합한 결과이다. 이는 임금인상과 같은 대증요법(對症療法)으로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임금과 고용은 대표적인 trade-off 관계로 알려져 있다. 임금도 올리면서 고용을 창출하자는 논리는 정치적으로 호소력있게 들릴 순 있어도, 현실 경제에서 작동될 수 없는 모순된 구호일 뿐이다. 더욱이 대기업의 정규직 노조 중심의 노동운동이 우리 산업구조의 고용과 임금구조를 왜곡시키는 상황을 감안하면, 임금상승 과실도 이들에게 집중됨으로써 소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청년 등 예비 취업자의 노동시장 진입을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있다. 일부 정규직 근로자만의 고임금 향유는 국민 경제와 사회통합의 독(毒)이 될 수 있다. 우리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세대가 꿈을 펼칠 수 있고, 취업 취약계층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노사정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이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