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3일 한국은행 총재 인사를 놓고 청와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으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을 지명한 것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추천하고 동의한 적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무슨 소리냐"며 "일방적으로 발표하려면 그건 (청와대) 마음이니까 마음대로 하시라, 저희는 그런 분 추천하고 동의한 적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장제원 비서실장은 기자들에게 "발표하기 10분 전에 (청와대가) 전화 와서 발표하겠다고 하길래 웃었다"며 '당선인측 의견을 들었다'는 청와대 관계자 발언에 대해 "이건 감사위원 임명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장 비서실장은 이어 "정식으로 당선인에게 추천을 요청하고 (당선인이) 수락하겠다고 하는, 추천하는 상호간 협의나 절차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장 비서실장은 기자들에게 "(청와대 이철희 정무수석이) '이창용씨 어때요' 하길래 내가 '좋은 사람 같다' 그랬다"며 "그게 끝이다, 그걸 갖고 당선인측 얘길 들었다는게 납득 가나"라고 오히려 물었다.
2021년 7월 30일 당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입당 발표에 앞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장 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 발표에 윤 당선인의 반응이 어떻냐고 묻자 "웃으셨다"며 "장제원 비서실장님, 뭐 추천을 했습니까(라고 당선인이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참 안타깝다"며 "우리한테 (청와대가) 왜 이러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장 비서실장은 "어느 정도 현안에 대해서 협의가 되고 최소한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이렇게 현 정권과 차기 정권이 갈등의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는 행동들을 (청와대가) 해 나가고, 청와대가 진정성 있게 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장 비서실장은 "차기 정권 인수인계를 국민들 보시기 아름답도록 저희들을 대해주면 거기에 무슨 만나는 조건이 있겠나"라고 재차 아쉬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