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단행하면서 ‘레드라인’을 넘은 북한이 핵실험장 복구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4년 전 폭파한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굴착하고 있어 군 당국은 이르면 다음달에 7차 핵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2018년 5월 폭파했던 갱도 중 일부를 복구하는 활동이 식별돼 한미 당국이 주시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4년 전 폭파한 함경북도 길주군의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를 단기간에 복구하고자 갱도 내부로 가는 통로를 아예 새로 굴착하고 있다고 전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는 4개의 주 갱도가 있으며, 현재 북한은 그동안 한 번도 핵실험이 이뤄지지 않은 3번 갱도를 복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번 갱도는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폐쇄됐고, 1번 갱도는 2017년 6차 핵실험 여파로 거의 완파돼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3, 4번 갱도는 95% 이상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직접 지도에 따라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 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25일 전했다. 2022.3.25./사진=뉴스1
앞서 북한은 2018년 5월 한국을 포함한 5개 국가의 기자들을 초청해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 바 있다. 당시 1차 핵실험으로 오염돼 이미 폐쇄된 상태였던 1번 갱도를 제외하고 2~4번 갱도 각각의 입구를 폭파했다. 이 가운데 3번 갱도가 입구 쪽 폭파에 따른 영향을 적게 받은 것으로 북한은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3, 4번 갱도의 가장 안쪽에 있는 기폭실이 전혀 손상되지 않아서 복구 후 계측장비만 갖다 놓으면 언제라도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도 “1, 2번 갱도는 현실적으로 다시 살리기 어렵고 3, 4번 갱도는 상황에 따라 (북한이) 다시 보수해서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당초 폭파해 무너진 입구 쪽을 복구하는 작업을 벌였으나 최근 이를 중단하고 갱도로 들어가는 새 통로를 뚫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3번 갱도의 입구 재건 절차를 건너뛰고 옆 부분을 굴착하는 것을 볼 때 내부에 들어가는 지름길을 확보해 핵실험을 최대한 빨리 마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이 25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직접 지도에 따라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 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노동신문이 25일 전했다. 2022.3.25./사진=뉴스1
북한이 지금 밀어붙이고 있는 정황대로 갱도 복구를 완성한다면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에 맞춰 7차 핵실험이 가능하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이미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핵무기와 관련해 ▲소형 경량화된 전술핵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사거리 내 타격능력 확보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개발 완성을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북한이 최근 ICBM 모라토리엄 파기와 더불어 7차 핵실험까지 서둘러 준비하는 배경에는 최근 무기력해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분위기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북한이 24일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포 17형을 발사했는데도 안보리는 25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가장 낮은 수준의 언론성명조차 채택하지 못했다.
북한이 화성호 17형이라고 주장한 신형 ICBM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은 좀 더 개량된 기존 화성 15형을 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러 관계가 최악의 상황인 지금 안보리의 추가 대북제재 결의가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화성 17형 완성을 주장한데 이어 전술핵무기용 소형화를 위한 핵폭발 실험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