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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경제살리기 블랙홀 변질안된다

2015-04-11 14:59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기독교 장로로서 사도와 봉사의 직무를 충실히 한 분이 안타깝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가 점퍼속에 남긴 메모 56자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왔다.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과 현직 비서실장 이름이 등장했다. 현직 총리의 이름도 적혀있다. 대분 인사들 명단옆엔 금품 액수도 적혀있다. 무엇을 노린 것인지 알게 한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당시부터 박근혜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한 참모들을 족집게처럼 표적으로 삼았다. 모지방 자치단체장을 제외하면 한결같이 박근혜정부의 중심인물들이다.

그의 메모는 비수(匕首)처럼 느껴진다. 천국과 새 예루살렘성에 갈 사람이 쓴 것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과 저주가 담겼다. 보복과 앙갚음의 음산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보통 사람은 죽을 때 선한 마음을 가진다고 한다. 용서하고 화합한다고 한다. 아쉬운 점과 불만등은 다 묻어두고 이생을 마감하는 게 상례다. 그는 정반대로 갔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회장은 비극적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여전히 그의 독기가 서린 메시지는 날카롭게 살아서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장기간 모든 국정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까지 했을까? 사자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자살직전 기자회견에서 전현직 대통령을 거론할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그의 56자 리스트에 대해 신빙성에 의문이 간다고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모 목소리감정전문가는 성전회장이 경향신문 기자와의 인터뷰 성문을 분석하면서 “메모지에 적혀있는 인사를 말할 때 신빙성이 뚝 떨어진다”고 했다. “뭔가 적혀있는 것을 일부러 읽는 것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작심하고 말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허위사실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 성완종 메모리스트가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가고 있다. 메모의 신빙성에 의문이 간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권은 검찰의 수사를 주시하면서도 노동개혁과 공무원연금개혁 등 경제살리기에 힘써야 한다. /MBN캡처

성 전회장의 행태에는 모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는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현정부 인사들에게 끈질긴 구명로비를 했다. 표적수사라며 억울해하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기자회견을 열어서 배임 횡령 등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문제는 메모에 남긴 수십억원의 돈의 출처가 어딘지 의아스럽다. 엄청난 돈을 개인주머니에서 줬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만약 회사돈으로 줬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가? 명백한 횡령혐의를 받을 수 있다. 그의 진정성에 의문이 가는 게 많다.

무엇보다 의도가 불순하다는 지적이 많다. 친박실세들만 골라서 찍었기 때문이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인사들과도 두터운 교분을 맺었다. 그래서 의아스럽다.

일부는 사실도 틀렸다. 김기춘 전실장에게 2006년 9월 26일 10만달러를 줬다고 했다. 김전실장은 이미 9월 23일 출국한 상태였다. 유럽가는 인사에게 유로화가 아닌 달러를 줬는지도 의문스럽다. 성전회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김 전실장이 그 당시 야인이라고 했다. 김전실장은 당시 의원이었다.

그가 검찰수사과정에서 이들 이름을 거론안한 것도 문제다. 수사에 대해 억울함이 있다면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밝혔여야 하지 않나 싶다.

메모의 진실및 허위여부는 수사과정을 통해 명백히 가려져야 한다. 메모리스트는 그래도 대한민국 정치권에 핵폭탄을 떨어뜨렸다.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수사가 불가피하다. 김기춘 허태열 전비서실장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황당한 이야기라며 억울해했다. 김 전실장은 그의 멱살을 잡고 따지고 싶다고도 했다. 홍문종 의원은 리스트가 사실이라면 정계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검찰은 신속한 수사의지를 밝혔다. 메모선상에 오른 참모들에 대한 수사는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메모가 진실인지, 출처가 불문명한 것인지부터 밝혀내야 한다. 만약 수사를 통해 메모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이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면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

청와대는 측근들의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투명한 수사, 공정한 수사를 통해 사실을 밝혀내도록 해야 한다. 그것만이 국정3년차 박근혜정권이 대형악재를 털어내는 길이다. 시급한 노동 금융 교육 공공 등 4대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공무원연금개혁도 여야간에 타협과 조정을 통해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도 하루에 60억원의 국민혈세가 보전되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방치하는 것은 국민에게 대죄를 짓는 것이다.

성완종리스트가 소모적 정쟁으로 변질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야당과 좌파시민단체및 언론이 박근혜정권에 타격을 주는 공격무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가 모든 국정개혁을 마비시키는 것으로 악용돼선 안된다. 국민들은 성완종리스트 관련자 수사는 신속,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정부와 여당을 공격할 호기를 얻었다며 반길 일만은 아니다. 성전회장이 여야를 넘나드는 마당발 기업인이자 정치인이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수사결과에 따라 야당인사들도 수사선상에 오를 개연성이 높다.

검찰수사와는 별개로 경제활성화를 위한 각종 민생법안의 조속한 국회통과도 촉구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제고를 위한 노동개혁도 화급한 현안이다. 한국노총은 예정된 수순대로 노사정위원회에 탈퇴했다. 통상임금확대, 정년연장등의 온갖 특혜는 다 챙겼다. 대기업 노조의 양보가 절실한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 임금피크제 도입, 해고 요건 간소화 등은 노조의 거부로 합의점을 마련하지 못했다.

정부가 이제 칼을 뽑아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을 바라보며 노동시장 개혁안을 제시해야 한다. 백수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기위해서라도 노동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야당은 성완종 리스트를 마냥 정쟁으로만 몰아가선 민심을 얻지 못할 것이다. 수사는 철저하게 요구하되, 민생도 똑같은 비중을 갖고 여당과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9일 국회연설에서 경제유능정당임을 강조했다. 경제를 살리는 야당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의 경제해법은 반시장적이고, 투자와 일자리창출을 저해하는 대목이 많다.

문재인대표는 경제문제에 강한 관심을 갖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새정치경제연합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여당에 대해 경제살리기 문제에 대해 회의를 갖자고 했다. 법인세 인상 등 옳지 않은 방안을 협의하자고 하는 것이어서 우려스럽기는 하다. 청와대와 여당은 문재인대표와 새민련 당직자들과 만나야 한다. 경제위기극복 해법을 놓고 허심탄회한 방안을 조율해야 한다.

문재인대표와 새민련은 성완종을 순교자처럼 만드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소모적 정쟁의 희생양으로 삼으려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성 전회장은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초등학교 5학년 출신으로 매출 2조원대의 중견건설업체를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맨땅에서 사업과 부를 일궜다. 그도 글로벌금융위기는 피하지 못했다. 이명박정부시절 미국발 금융위기 속에서 그가 애지중지했던 경남기업도 자금난을 만났다.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최근엔 자원개발 비리와 관련해서 정부자금유용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았다. 이후 분식회계 횡령 혐의등도 추가됐다.

그로선 억울했을 법하다. 자원외교 비리문제가 드러나지 않으니 별건으로 수사를 하는 검찰이 야속했을 수 있다.

그는 정치권에 너무 발을 담갔다. 국회의원 선거에 몇차례 도전했다. 고향 충남서산에서 국회의원 뱃지도 달았다. 그것도 잠시. 선거법 위반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노무현정부,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 등을 넘나들며 정치인들과 교유를 했다. 충청권 유력정치인들과도 끈끈한 관계를 맺었다. 마당발 기업인이었다. 지인들 1000명의 전화번호를 외운다고 한다. 주말을 제외하곤 매일 점심과 저녁에 사람들과 만났다. 충청포럼을 만들어 정치인, 언론인, 공무원, 학자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는 정치권에 너무 나갔다. 기업인이 정치권에 빠지면 그 결말이 대부분 좋지 않다. 정준양 전 포스코회장도 이명박 전대통령 측근들과 유착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친이실세들을 뒷배경으로 회장에 올랐다는 의혹도 무성하다. 박연차 태광실업회장도 노무현정권과 밀착했다가 곤역을 치렀다.

기업인은 정치권과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 상책이다. 정치권에 너무 들어가면 잠시 영화를 누리는 것 같지만, 종내는 온갖 수난을 당한다. 수십억원을 수시로 정치권에 갖다주는 것도 의아스럽다. 그렇게 많은 돈이 어디서 조성되는지 국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개인돈인지, 회사돈을 쌈짓돈인 것처럼 유용한 것은 아니었는지도 규명돼야 한다.

사자는 말이 없다. 검찰수사가 밝혀줄 것이다. 정치권은 수사를 지켜보면서 정쟁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여야 모두 경제살리기와 공무원 연금개혁 등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성완종리스트를 빌미로 정국을 무력화시킨다면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여야가 성숙한 자세를 갖고 성완종 리스크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미디어펜=문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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