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보험사의 셀프 손해사정 관행에 대한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으나 보험사들은 여전히 대부분의 손해사정 업무를 자회사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직접 독립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는 건수는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21일 각 보험사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업계 빅3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에 접수된 보험금 청구자들의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 요청은 총 17건에 불과했다.
이중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경우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 요청 건수가 한건에 그쳤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13건, 3건의 손해사정 선임 요청이 있었다.
손해보험사의 경우에도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2건에 불과했다. 손보업계 상위사인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은 각각 8건 10건, 22건을 기록했다.
이처럼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 요청이 적은 것은 그만큼 보험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데 소극적인 탓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독립 손해보험사를 직접 선임할 수 있다는 것과 발생비용 부담이 본인인지 보험사인지 잘 몰랐다.
손해사정은 보험사고 발생시 보험사가 계약자 혹은 수익자에게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는 업무다. 보험회사 직접고용(고용손사), 보험회사 업무위탁(위탁손사), 보험계약자가 선임(독립손사)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 제도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손해사실 확인과 손해액 산정을 통해 적정한 보험금을 지급하고자 마련됐다.
이에 보험사는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권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동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에 동의한 경우 보험사가 관련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자회사로 손해사정법인을 두고 손해사정 업무의 대부분을 맡기고 있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손해사정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현재 삼성·한화·교보 등 생보업계 빅3를 비롯해 삼성화재·현대해상·DB화재·KB손보 등 손보업계 빅4 회사들은 자회사 형태의 손해사정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지난해 자회사인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에 맡긴 손해사정업무는 총 위탁건수 312만2800건 중 280만5078건으로 89.8%에 이른다. 위탁수수료는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이 전체 1043억2033만원 중 98.1%인 1023억8375만원을 가져갔다.
이렇다 보니 전체 보험 민원 중 손해사정 관련 민원(보험금 산정·지급)이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독립손해사정사 선임 활성화와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지난해 5월 손해사정사 선택권 ‘손해사정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 시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임할 수 있다’는 내용과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에 ‘보험사가 동의 시 관련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한다’는 내용을 설명하도록 했다.
다만 이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시행까지는 시일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