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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 오류 인정 피케티의 '반쪽 반성문'

2015-04-13 10:18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지난해 『21세기 자본』을 출간함으로써 '록스타 경제학자’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불평등을 인류의 난제로 규정하고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였던 프랑스의 젊은 경제학자 피케티가 자신의 기존 학설을 부정하는 듯한 논문을 발표하여 또 다시 논쟁의 불씨를 당기고 있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불평등에 대한 실증적 분석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제안으로 자본주의의 본질적 문제점을 부각시키면서 반자본주의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모습이며 이는 경제성장률에 앞서는 자본수익률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을 그대로 두면 세습자본주의가 도래하여 심각한 불평등은 영원히 고착된다는 우울한 전망도 잊지 않았다. 따라서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에 대한 통제력을 다시 회복하고, 공동의 이익이 사적인 이익에 앞서도록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외침으로써 이데올로기적으로 예언자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는 불평등 완화를 위해 부, 소득, 상속에 대한 가혹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설파함으로써 많은 사람의 갈채를 받았다. 나아가 그는 “모든 사회과학자, 모든 저널리스트와 평론가, 노동조합 활동가와 모든 형태의 정치 활동가, 특히 모든 시민은 돈과 돈의 크기, 돈에 대한 사실들 그리고 돈의 역사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그들의 이익을 방어하는데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숫자 다루는 것을 거부하면서 가난한 사람의 이익에 봉사할 수는 없다”고 함으로써 선동가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21세기 자본』이 출간되자 그의 학설에 대한 상찬과 함께 문제점들이 지적되어 왔다. 그가 제시한 경험적 데이터ㆍ세습자본주의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과 '자본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 자본수익률도 떨어진다.’는 경제학의 기본법칙도 고려하지 않는 오류를 범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빌 게이츠까지 가세하여 부에 대한 과세보다는 소비에 대한 과세가 불평등 해소를 위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동안 피케티의 핵심 주장에 대해서 경제학자들의 반응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러한 비판적 반응은 많은 경제학자들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피케티는 자신의 책에 가해진 위와 같은 반박 사례들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어 '전미경제학회지(AER)’에 “21세기 자본에 대해”라는, 본문 내용이 5쪽 남짓한 짧은 논문을 5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 논문에서 그는 “나는 r>g가 20세기의 소득과 부의 변화를 고찰하거나 21세기의 불평등의 행로를 예측하는데 유일하거나 일차적인 도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제도 변화나 정치적 쇼크가 불평등의 심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에서 1980〜2010년 불평등이 확대된 원인은 r>g가 아니라 CEO와 일반 근로자의 임금 격차의 확대에 있다고도 하였다.

나아가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의 부의 불평등은 100년 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였다. 이는 명백히 『21세기 자본』에서 주장한 “1970년대 이후 선진국들에서 소득불평등은 크게 증가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 소득 집중도가 1910년대 수준으로 - 사실은 그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 되돌아갔다”는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곧 『21세기 자본』에서 야심적으로 제시한 '도표1.1. 미국의 소득불평등, 1910-2010’가 잘못되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피케티는 기존의 입장에서 대폭 물러서면서도 부의 불평등에 대한 해결책으로 자본과 소득에 대한 살인적인 중과세에 대한 주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피케티가 이 논문을 발표하자 보수 경제학자들은 '피케티가 자신의 오류를 수정한 것’이라며 공격에 나섰다. 그동안 피케티가 주장해온 앞으로도 계속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앞서 불등의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이렇게 되면 그의 이론을 배경으로 삼은 높은 세금과 그에 따른 강력한 재분배을 지지하는 정책들이 철회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피케티의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면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폭넓게 주장되었던 '부자 증세’,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과 같은 정책 처방들도 버려야 한다. 그 대신에 조세 제도, 규제, 복지 수혜자의 범위를 개혁하여 모든 사람에게 경제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기운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그가 제시한 경제학적 사실이나 발견이 그동안 다른 경제학자들이 제시한 경험적 사례에 의해 반박당했고, 그가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 자신의 이론을 수정하게 되었다는 사실만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자본주의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려면 민주주의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거나 “21세기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는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와 공적 소유권과 사적 소유권 사이에 새로운 형태의 공유적 소유권(shared ownership)을 발전시키는 것이다”라는 정치경제학적 주장에 주목해야 한다.

피케티의 불평등의 정치경제학은 '가파른 경사면’이라 일단 발을 들여 놓으면, 사유재산의 부정은 물론 노력하고 성공하고 부를 가진 자에 대한 적대감으로 무장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가진 자와 못가진자라는 이분법에 기초한 불평등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을 위한 경제학과 경제정책이 무엇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자유 시장경제는 그것을 선택한 모든 집단의 생산 수준을 향상시켰으며, 피케티의 주장과 달리 빈부의 격차를 감소시켰다는 역사적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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