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꺼냈던 ‘선제타격’이나 ‘버르장머리를 고친다’ 표현과 관련해 “국가지도자로서는 적절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빨리 대통령 모드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6일 JTBC에서 방영된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 “새 정부도 언젠가는 북한과 대화를 복원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데 그때를 생각한다면 말 한마디가 대화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2018년 4월 27일 1차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던 날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나눈 대화’에 대해 “북한은 단계적 동시적으로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주고받기를 원했다”면서 “그런 조건만 지켜진다면 차근차근 영변 핵시설 폐기를 포함해서 비핵화를 해나가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비핵화 협상이 결국 실패한 이유’에 대해선 “실제로 비핵화와 제재 해제 또는 평화협정을 어떻게 동시적으로 이행해나갈 것인가라는 로드맵에 합의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결국 디테일에서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2018년 평양 능라도 5.1경기장 연설’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발언 시간이나 발언 내용에 대해 일체 간섭하지 않고 전적으로 믿고 맡겨준 게 조금 의외였다”고 회상했다.
문 대통령은 “(당초) 아리랑공연을 참관할 계획만 있었는데 평양시민에게 짧게 인사했으면 좋겠다고 김 위원장이 제안했다. 두 번 다시 없을 좋은 기회였고, 그 기회에 반드시 비핵화를 말해야겠다고 작심하고 연설 속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재개나 금강산관광 재개와 관련해 트럼프 정부의 눈치를 너무 봤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을 받고는 “내부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진보적인 분들의 생각”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JTBC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하고 있다. 2022.4.26./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남북 간 제재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협력은 거의 다 했다. 심지어 남북한 철도 연결 도로 연결 개통식까지 다 하고 조사 연구도 했다. 실제로 그 일을 하려면 제재가 해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제재가 해제되기만 하면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는 다 갖추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관건은 북미회담을 어떻게 성공시켜서 제재를 해제 받느냐였다”면서 “그러면 개성공단 문제나 금강산관광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남북 간에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문제 해결을 위해서 별도의 노력을 하려고 북한이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손 전 앵커가 ‘한반도 운전자론은 좀 허구적이라고 비판하는 학자들도 있긴 하다’고 지적하자 문 대통령은 “그럼 5년간의 평화는 어디 날아갔나”라면서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동안 단 한건도 북한과 군사적 충돌이 없었다. 반면에 이면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천안함, 연평도, 목함 지뢰와 같은 군사적 충돌이 있었고, 아까운 군인과 민간인까지 희생됐다. 자칫 잘못하면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방법론이 옳은 것이냐”라면서 “안보, 국방, 보훈, 유해발굴에서도 진보 정부가 잘 했다. 보수 정부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그냥 막연하게 안보는 보수가 더 잘 챙기고 진보는 안보에 대해 무능하다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에 대해 “종전선언은 당위이다. 전쟁이 정말 끝나야 하는 것”이라면서 “종전선언은 이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평화 협상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해당한다. 평화 협상은 비핵화 협상과 함께 가는 것이다. 종전선언이 합의된다면 그 이후 합의까지 함께 이뤄진다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북한에서도 관심을 표명했고, 미국도 지지하면서 한미 간 북한에 제시할 종전선언문에 대한 내용에 의견일치를 이뤘다”면서 “(하지만) 이제 길은 멀고, 날은 저물고, 그래서 저로서는 시간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평가가 여전히 긍정적인지’를 묻는 질문에 “평가를 안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평가하기에 적절한 국면이 아니다. ICBM이 발사됐고, 이것은 분명히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면서 “대화를 접겠다는 신호일 수도 있고, 대화 단절 길목에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