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민 교수 |
삼성그룹 신입사원 공채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가 12일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5개 광역시와 미국(뉴욕, 로스앤젤레스) 캐나다(토론토) 등 해외 3개 도시의 80여 개 시험장에서 실시되어 10만 명이 매달렸다. 전날 11일에는 1만 여명이 현대자동차그룹 인적성검사(HMAT)를 보러 서울 4곳, 부산과 전북 전주 각각 1곳 등 모두 6개 시험장에 몰려들었다 한다.
흡사 수능시험이나 공무원 시험을 보는 듯하다. 조선조 과거 시험처럼 비장하고 엄중할 정도다. 명칭도 SSAT다 HMAT다 해서 낯선 이런 진풍경은 매우 부자연스럽고 안쓰러운 좁은 문 쟁탈전만 같다. 10만 명 가운데 삼성은 4,000 ~ 4,500명만 채용한다고 하고 이번이 체제가 바뀌기 전 마지막 삼성고시라고 부르는 것도 무척 공허할 따름이다.
버럭 ‘이게 최선입니까?’하고 싶지만 자꾸만 목에 걸려 외침이 나오지 않는다. 저성장 저소비 저고용 저활력이라는 끝 모를 뉴 노멀(New Normal) 터널로 접어든 지금 환경에서는 구인도 구직도 고용인도 피고용인도 모두 근심 가득일 수밖에 없으니까. 뉴스 인터뷰에 잡힌 대로 “수능보다 더 떨려요...”, “이건 나의 생계를 위한 시험이잖아요. 바로 또 취업 준비하러 가요”하며 생글 생글하는 젊은 얼굴들은 그야말로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하다. 오늘도 내일도 취업 지옥철에 떼밀린 청춘들에게 어떻게 손을 내밀어야 할 텐가?
먼저 미디어가 할 일이 생각났다. 모두가 갑갑해하는 장기 저상장 뉴 노멀 시대 활로로서 뉴딜(New Deal) 해법을 자꾸 발굴하고 제시할 줄 아는 본연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대기업과 손잡고 전국 순회중인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같은 해법은 미안하지만 그저 올드딜(Old Deal)이다. 대기업 종용해서 지역 거점별로 산업집적단지 클러스터 조성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하드웨어 중심이고 공급자 발상이며 너무 작위적이다.
그렇게 대기업 위주로 빅딜 핫딜 추구하다보니 대기업 입사고시가 인생의 거대 장벽이 되어 버린 거다. 대기업 못 들어가면 인생 실패한 걸로 여기는 취업준비생 강박관념이 달리 나온 게 아니다. 21세기 신문명 시대에 버젓이 활개치고 있는 신개념 정경유착과 같은 구체제가 가시지 않고 있어서다.
▲ 삼성과 현대차 고시에 수십만명의 청년들이 목매고 있다. 겨우 수천명 입사하는 데 그치고 있다. 국민연금과 삼성 현대차 등이 창조경제센터같은 올드딜에 벗어나 미국 할리우드 디즈니 타임워너 등을 인수해 10만명의 쳥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담한 창조콘텐츠 뉴딜정책을 추진할 만하다. /연합뉴스 |
올드딜을 분쇄할 뉴딜을 어서 내놔야 한다. 이런 걸 찾아내는 게 창조경제 몸부림이다. 예를 들자면 공무원 연금 개혁 이슈에도 돌파구 뉴딜 금맥이 파묻혀 있다. 공무원 연금이나 국민연금이나 사학연금 수익성을 높일 특단의 조치를 궁리해보자. 적게 걷히고 많이 돌려줘야 하는 암울한 미래에만 전전긍긍하지 말고 당장 확보한 국부펀드로 파이를 키울 묘안을 그야말로 창조적으로 생각해내는 싱크탱크가 나와야 한다.
한 예로 안전 자산을 탈피하는 어려운 결정을 해내야 한다. 우리 국부펀드가 맨해튼 가서 빌딩 사고 선진국 채권 사는 식으로 움직였지만 결국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수익률 낮으니 기관도 공무원도 오그라들게 되고 연금 개혁도 노사정 합의도 험난해지게 마련이다. 이렇게 공공섹터가 위축되니 민간 부문도 몸을 사리게 되고 핑계 좋은 장기 저성장 기조 뉴 노멀 시대 납작 엎드리고 본다는 복지부동이 대세가 되었다. 그러니 마지막 삼성고시란 말까지 언론에서 튀어나온 지경이다.
해서 뉴딜은 정말 다르게 가야 한다. 하드웨어나 채권 사들이는 안전자산 운용 패턴은 큰 도움 안 된다. 해외 자원개발 카드도 자원외교 논란 보듯이 영 아니다. 중동 붐도 홍보 마케팅에는 괜찮아 보이지만 시급한 해갈은 못된다. 전국 17개 거점에 조성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들도 솔직히 반에 반타작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사방이 꽉 막혀 있다.
무엇을? 비안전 자산으로 돌파하자. 고위험.... 당연히 있지만 위험을 낮추고 고수익이 가능한 분야로 눈을 돌려야 산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으로 잔뼈가 굵은 원조 창조경제 섹터에 뛰어들어 방울을 매달아야 한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창조콘텐츠 산업이다.
가령 국민연금 국부펀드나 삼성, 현대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하나 둘 쯤 인수하는 정도 파격적인 핫딜이라야 진정한 뉴딜이 될 수 있다. 디즈니, 타임워너, 유니버설, 콜롬비아 픽처스, 폭스, 파라마운트, MGM 등 할리우드 7대 메이저 가운데 단 하나라도 한국 기관 또는 기업이 가져온다면 바로 그 곳에서 현대판 10만 양병이 가능하다.
중동 붐보다 더 높고 광대한 할리우드 붐이 될 수 있고 이른바 양질의 고급 고부가가치 인력과 기술이전도 가능해 지지부진한 국내 창조경제 클러스터들에게도 생명선이자 안전망이 될 수 있다. 환율도 좋고 과거 일본 소니가 도전해왔던 할리우드 체험기도 친절한 학습효과로 상차림 되어 있다. 논리적으로도 간결하다. 안전 자산에서 비안전 자산으로 이행. 이게 뉴 모덜 시대 살아가는 뉴딜 전략 한 예시와 단초가 될 수 있다. 우리 언론 미디어들이 주력해야 할 건설적이고도 생산적인 이슈로서도 손색이 없다.
미디어가 받쳐줘야 하는 뉴딜 방향이 또 하나 눈앞에 서 있다. 세월호 인양 과업에서부터 지혜를 모아 봤으면 한다. 1000억 ~ 20000억원이 든다 하고 1년도 더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돈도 바라보기에 따라서 저성장 저소비 저고용 기조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는 뉴딜 전략 실탄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대공황에 맞선 1930년대 미국이 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를 설립한 것과 같이 세월호 인양 같은 재난방지, 안전 시스템 사업 같은 프로젝트를 고용과 활력을 촉진할 오픈 시스템으로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다.
예컨대 2000억 원 인양 비용을 그냥 특정 소수 전문 업체나 군경 시설 동원에만 투입하게 되면 경제적 효과는 미미하다. 게다가 인양 결과가 조금이라도 삐끗하게 되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도 웃자랄 터이다. 그보다는 마치 건축주가 집을 짓는 전 과정을 인부들과 함께 하듯 더 많은 청년 인력, 더 절실한 생계 곤란 국민들이 들어올 수 있는 뉴딜 시스템을 짜는 편이 낫다.
이를테면 미디어를 전공한 취준생 100명이라도 뽑아 1년 동안 팽목항 인양 본부에 배치시켜 대국민 소통하고 기록하고 연구하는 커뮤니케이션팀 정규 업무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면 인양 작업 첫 날 시작부터 국민들은 흐뭇해하고 맘 든든하게 저마다 일상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SNS 스마트 콘텐츠로 세월호 인양 방송국 하나 설립해 내놓는 거다. 서로 무관해 보이는 세월호 인양과 미디어 콘텐츠 직무마저 한데 붙여 가동할 줄 아는 창조적 발상과 사업 집행이 곧 창조경제 뉴딜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인양 작업 실무도 가칭 ‘세월호 복원 프로젝트’ 조직이 책임지고 소방 방재 분야 전공 졸업생 몇 십 명을 채용해서 현장 훈련을 거쳐 긴급 보조 인력으로 투입한다면 중동 붐, 할리우드 붐이 따로 없는 생생한 성공 케이스가 될 수 있다.
세월호 인양 사업 같은 경우는 야구로 치면 스몰 볼처럼 적은 규모여서 한계가 있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그렇게 노력하고 실천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세월호 복원 프로젝트’를 한다면 그도 1년 만에 싹 해산하지 말고 서울 일대 싱크홀 문제 같은 후속 일감들을 연속해서 다루는 한국판 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 모델로 확장시킬 만하다.
창조경제 클래식이자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고수익 투자처로 언급한 할리우드 붐 아이디어도 제대로 된 싱크탱크와 이미 한국이 배출한 유능한 콘텐츠 전문가들과 함께 한다면 지금 너무나 좁게 살아가는 한국 청년들에게 그야말로 21세기 지리상의 대발견, 신대륙이 되고도 남는다. 더구나 할리우드 붐은 잘만하면 한류가 드라마틱하게 전세를 뒤집고 세계경영을 취하는 멋진 머니볼이 될 공산이 크다. 문화적 한미동맹 자산으로서도 요긴하다.
그리하여 삼성도 현대도 세월호 현장 커뮤니케이션팀에 들어온 미생이나 할리우드 말단 미생들을 직접 스카우트하여 미래를 개척하는 건강한 인적 자원 생태계를 갖춰나가길 바란다. 그렇게 반가운 마지막 삼성고시 뉴스를 기대하며.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