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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 마지막 일주일…‘사면 카드’ 버리고 ‘검수완박’ 매듭

2022-05-06 07:00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9일로 끝나는 임기 마지막 특별사면을 단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5월 8일 ‘부처님 오신 날’을 계기로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일주일 기간 예상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 가능성은 4일 최종적으로 사라졌다. 

문 대통령의 입장은 김부겸 국무총리와 가진 마지막 주례 회동에서 “국가적, 국민적 동의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지 않나”라는 발언으로 표출됐다. 그리고 김 총리는 3일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의 구체적인 발언을 소개했고 다음날 보도됐다.

문 대통령은 사면과 관련해 “대통령 임기 말 사면권을 남용하는 듯한 모습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총리가 ‘경제인 부분은 따로 볼만한 여지가 없겠나’라고 질문했을 때에도 문 대통령은 “이 와중에 경제인만 사면한다는 것도, 오히려 잘 해결될 수도 있는 것을 우리가 바둑돌을 잘못 놓는 것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사면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결정하기까지 고심이 깊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한 청와대 관계자도 “대통령의 고심이 깊었던 것으로 안다. 청와대 직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라졌었다”고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으로서는 김경수 전 지사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 스스로 이미 밝힌 대로 철저하게 국민여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사면 반대 여론이 50%를 넘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가진 마지막 간담회에서 “사면의 판단 기준은 국민들의 공감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2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국립수목원을 방문해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2022.4.22./사진=청와대


사실 그동안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과 관련해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측에서 나온 발언이 많다. 앞서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한 것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을 함께 사면하지 않은 것이 김 전 지사 사면과 맞교환하기 위해서라는 대통령직인수위측의 주장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문 대통령이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은 탓에 주요 사면 대상인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그대로 남았고, 이들에 대한 사면 결정 기준에 대한 고민과 결과, 평가까지 차기 대통령의 몫으로 넘어갔다.

반면, 문 대통령은 3일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일명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검찰개혁 관련 법안들의 공포했다. 끝까지 국민여론을 고려한 사면과 달리 논란을 무릅쓴 결정으로 볼 수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합의했으나 이후 국민의힘이 입장을 뒤집고 법안 저지 투쟁에 나서면서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거부권은 행사되지 않았고, 국무회의에서 오히려 “검찰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국회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한 걸음 더 나아간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검찰에 부패범죄, 경제범죄 2개의 수사를 개시할 권리는 남았다.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목표는 검찰에 기소권만 남기는 것이었으니 미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마지막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사전환담에서 국무위원들과 역대 대통령 초상화와 함께 걸린 문 대통령의 초상화를 보며 대화하고 있다. 2022.5.3./사진=청와대


마지막 일주일을 이처럼 결코 가볍지 않은 고심과 선택으로 보낸 문 대통령은 임기를 마무리하는 행사에서 유난히 노무현 대통령 많이 언급한 일도 있다. 김 전 지사를 포함한 이 전 대통령의 사면 카드를 버리고 논란을 무릅쓰고라도 검수완박을 공포해 검찰개혁을 진전시킨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JTBC에서 방영된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원 위치된 듯하다’는 질문을 받고 “노무현·문재인정부 두 정부 동안 한 건도 북한과 군사적 충돌이 없었다. 반면 이명박·박근혜정부 땐 천안함, 연평도, 목함지뢰처럼 우리 군인들은 물론 민간인까지도 희생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며 “누가 우리의 평화와 안보를 잘 지킨 것이냐. 진보 정부가 훨씬 잘 지켰다”고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4일 백서 발간 기념 국정과제위원회 초청 오찬에서도 노무현정부가 남긴 자료를 언급하며 “통계자료와 지표들은 그 다음 정부와 늘 비교가 됐다. 그 비교를 볼 때 노무현정부가 민주주의뿐 아니라 경제·안보에서도 훨씬 유능했구나 하는 사실을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알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수완박’ 입법에 국민의 과반이 ‘잘못된 일’이라고 답한 여론조사가 5일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4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축소하는 내용의 검찰청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52%가 ‘잘못된 일이다’라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40대를 제외하고 모든 연령대에서 ‘잘못된 일이다’라는 응답이 더 많았다.(조사의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22.0%) 또 6.1 지방선거와 관련해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52%로 조사됐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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