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우석 논설위원 |
집권세력(여당)과 체제수호세력(우파) 사이의 단절이 문제다
이후 10년, 세상은 변한 게 없다. 외려 집권여당의 기회주의적 태도는 체질로 자리 잡았고, DNA의 하나로 몸 깊숙이 새겨졌다. 그리고 새누리와의 가치공유를 원하다가 거듭된 배신에 절망하고 상처받던 애국우파의 각성이 뒤늦게 이뤄졌다.
새누리와의 결별 그리고 독자행동 선언이 그것인데, 관악을에 단기필마로 출마해 정계개편론을 펼치는 무소속 변희재 후보가 그 상징이다. 이게 일과성 정치쇼로 끝날까? 아니면 한국정치의 창조적 파괴를 알릴 시대사적 모멘텀일까? 그래서 기회주의 세력 새누리당을 내쫓아내는 긴 싸움의 서막이 될 것인가?
지난 글에서 나는 애국우파의 간판스타 변희재의 출마를 열렬히 환영했는데, 오버한 게 아니다. 선거용 바람 잡기 역시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반복되는 한국사회 위기의 뿌리에는 집권세력(정부 여당)과 체제수호세력(애국 우파) 사이의 결정적 단절이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변희재의 출마는 그 간격을 메울 신호탄이다. 사실 옛 한나라당을 포함한 새누리는 태생적으로 배신의 DNA를 가진 불임(不姙)의 정당이라는 걸 우리 모두는 안다. 꾸역꾸역 정권을 창출해내는 노하우는 아주 없지 않다.
하지만 그건 ‘정치자영업자’의 잔기술에 불과하다. 그들에게 결정적으로 결핍된 것은 대한민국의 가치를 옹호하는 확고한 이념, 그리고 체제를 수호하려는 자세다. 전여옥이 증언했듯 섣부른 민주화의 깃발을 앞세운 좌파에 주눅 든 새누리당은 이념집단은커녕 끝내 얼간이들의 집합체가 돼버렸다.
결정적 증거가 숱한 과거사법에 말려 건국과 산업화의 위대한 유산을 좌파에게 헌납한 것이다. 그 결과 어느덧 부자나라 반열에 들어선 이 나라에선 막상 건국의 아버지를 기리고 부국의 지도자를 떠받드는 당이 없다. 자기모멸과 자해(自害)를 능사로 하는 바보 새누리만 덜렁 남아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당은 미래도 빼앗겼다. 역사교과서에서 보듯 역사를 빼앗겼으니 앞날이 없는 집단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이런 허깨비당에 한두 석을 더 보태준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아스팔트 우파로서의 뚝심에, 지략까지 갖춘 미디어사업가인 변희재의 등장은 시대적 소명이다.
변희재는 2012년 대선의 판도 바꾼 ‘NLL 대첩’의 영웅
▲ 무소속 변희재 후보가 4.29 재보궐선거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9일 오전 서울 관악구 청룡동 관악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악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자 등록을 한 뒤 접수자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 말이 필요없다. 변희재는 누구인가? 무엇보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NLL 대첩’의 영웅이다. 그때 세상이 NLL문제로 술렁대고, 야당에선 억지와 위선을 부렸다. 새누리당의 그 누구도 이 사안을 돌파하지 못하고 쩔쩔맬 때 느닷없이 등장했던 의병(義兵) 한 명이 변희재였다.
그는 역겨운 좌파 진중권을 사망유희 토론에 불러내 삽시간에 KO를 시켜버렸다. 그 한 방은 논객의 싸움을 떠나 대선 판도를 대한민국 대 반(反)대한민국 구도를 만들어내며 대중을 각성시켰다. 그게 박근혜 후보의 승리에 초석이 됐다는 건 상식 중의 상식이다.
문제는 새누리다. 변희재의 ‘NLL 대첩’에 편승해 겨우 승리했던 새누리가 이번 관악을 재보선에서 전대협 출신을 공천했다? 그를 지역일꾼이라며 치켜세우며 예산폭탄을 약속한다? 그거야말로 ‘배신의 DNA’의 끝판왕이다.
관악을 재보선은 통진당 해산으로 이상규 전 의원이 날아가면서 치러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종북 잔재 청산을 목표로 변희재 등 애국우파를 공천하는 게 순리인데 엉뚱한 지역일꾼을 내세웠다? 그게 새누리다. 대표적인 아스팔트 우파로 변희재 캠프의 스텝인 최인식(59)의 말에 진실 하나가 담겨있다.
“우파에서 아직도 새누리당을 우리 편이라고 여긴다면, 그거야말로 딱한 일이다.”
우파가 지키려 노력해온 대한민국의 가치와, 기회주의 야합세력으로 변질된 새누리당의 DNA 사이에 간격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이고, 이번 재보선에서 애국우파 신당이 만들어지는 계기를 잡은 셈이다. 지난 번 글에서 나는 관악을에서 변희재 발(發) 정계개편을 내다봤는데, 그 생각에 전혀 변화가 없다.
이미 유권자들도 알고 있다. 그들은 각각 영남지역과 호남지역을 볼모 삼고 있는 기회주의 야합세력인 여당과, 친노 세력에 의해 황폐화된 야당에 노비문서가 잡혀 있는 상태다. 이 구조에서 냉큼 벗어나는 게 한국정치의 창조적 파괴의 서막이다. 그 첫 출발이 변희재의 관악을에서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10여일 공식선거운동 기간은 그 가능성을 확인할 결정적 찬스다. 만의 하나 변희재가 이번에 10% 내외의 초라한 득표율로 마감할 수도 있다. 그래도 실패는 아니다. 관악을이란 지역구와 인연을 맺은 것만도 일단 수확이다.
현실정치의 노하우를 익힌 변희재가 이번에 장렬히 전사한 뒤 1년 뒤의 총선에 다시 나와 신당을 이끌면 된다. 물론 첫발에 승리를 이끌어낼 경우 대박 중의 대박임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이점 무소속의 정동영과 대조적이다.
정동영은“관악을은 좌파정당 통합의 위한 전략무대”라고 말해왔는데, 그가 관악을 입성 실패 땐 정치 생명은 사실상 끝난다. 변희재는 죽어도 살 수 있다. 친박(親朴)을 해체하고 범(汎) 애국세력을 결집시키는 도화선이라는 점엔 전혀 변화가 없다. 그의 선전과 승리를 기원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조우석 논설위원,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