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전세계적으로 도심 항공 교통(UA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관련 산업계가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하는 장이 열렸다. 국내 UAM 시장이 활성화 되면 '사회 수용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반면, 일각에서는 지나친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것은 금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지난 3일 사단법인 글로벌항공우주산업학회가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국립항공박물관에서 '항공우주산업의 도약을 위한 경쟁력 제고'를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4일 사단법인 글로벌항공우주산업학회는 전날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국립항공박물관에서 '항공우주산업의 도약을 위한 경쟁력 제고'를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김용석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축사를 통해 "2025년 UAM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로드맵을 준비 중"이라며 "민간의 기술과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며 국민 안전을 보장하는 기준이 마련되도록 관련 법 개정안 발의를 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제1 세션을 맡은 김상호 건국대학교 스마트운행체공학과 교수(㈜돛 대표)는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 패러다임의 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UAM은 친환경·자율 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 산업까지 확장되는 모빌리티 산업"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도심 내 3차원 공중 교통 체계를 활용한 항공 운송 생태계"라며 "UAM은 모빌리티 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에 해결책을 제시해준다"고 말했다.
도심 교통 체증은 날이 갈 수록 심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이를 해결해줄 4차 산업 기반의 자율 운항에 대한 갈증은 커져가고 있다. 현재 이를 위해 도심 내 안전 운항이 가능하도록 저고도 UAM 운항 체계 모델이 개발 과정에 있다. 미 연방 항공청(FAA)이나 유럽 항공 안전청(EASA), 국제 민간 항공 기구(ICAO)는 고밀도 UAM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항공 관리 당국과 관련 업계가 협력해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기 위함이다.
현재 글로벌 항공·자동차·IT 등 제반 산업계는 전기 추진(elecric propulsion) 기반의 2~4인승 UAM 기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포르쉐는 2035년까지 25만대의 UAM을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모건 스탠리는 2040년까지 관련 시장이 현 항공기 시장의 2배 수준인 1조47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전문 스타트업 중심의 기체 개발 주도가 이뤄지고 있고, 관련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9년 6개 기업만 참여했으나 지난해에는 500여 회사로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정책과 실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2020년 6월 국토부는 민관 합동 대규모 실증 사업인 'K-UAM 그랜드 챌린지'를 통해 2025년 세계 최초 UAM 상용화를 이뤄내겠다고 발표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국토부는 'UAM 팀 코리아'도 꾸려 △대한항공 △제주항공 △현대자동차 △KT △LG유플러스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건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도로공사 △카카오모빌리티 등 37개사와 10개 광역자치단체를 참여시켰다.
김포국제공항에서 SK텔레콤 컨소시엄의 UAM이 비행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사진=한국공항공사 제공
한국공항공사·SK텔레콤 컨소시엄은 지난해 김포국제공항 내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세계 최초로 기존 항공기와 도심형 무인 항공기(UAM) 통합 관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조합은 2025년 관광·공공용 UAM을 띄운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와 항공안전기술원은 2040년 국내 관련 시장이 109억달러(한화 약 13조208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자동차와 UAM·드론은 핵심 부품들이 연관성을 가진다"며 "자율 주행차 시대에는 동반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물리적 공간·신 공간(IoT·SNS 등)·행정 정보와 상황 인지가 합쳐진 '디지털 트윈' 시대의 스마트 시티와 연계될 것"이라며 "이를 스포츠나 문화 분야에 활동한다면 사회 수용성도 증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UAM 산업 생태계가 발전하면 사회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사진=김상호 건국대학교 스마트운행체공학과 교수
한편 UAM 상용화 낙관론에 대해 경계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항공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명 피해가 클 것인 만큼 안전성이 담보돼야 하는 만큼 당국 인증 통과도 까다로울 것이기 때문에 상용화가 예상 만큼 빠르지 않을 것으로 봐서다.
항공기 운항에는 형식 증명(TC)·제작 증명(PC)·감항 증명(AC) 등 각종 인증이 필수적인데, 제트기 기준 이를 모두 받는 데에 8년 가량 걸린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의 A 교수는 "흔히 타는 보잉과 에어버스, 엠브라에르 등 여러 항공기 제작사들의 여객기는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며 "이 같은 표준 디자인이 갖춰지기까지 수십년이 걸렸는데, 이 과정에서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했다.
그는 "UAM 역시 업계 표준 디자인이 정립되기까지 20~30년 가량 소요될 것"이라며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아 항공 당국이 특별 감항 인증도 안 내줄 것"이라고 봤다. 이어 "KAI가 제작해 한미 항공안전협정(BASA) 인증을 따낸 민간 소형 항공기 KC-100 정도는 돼야 국토부 감항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