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 있는 SK C&C㈜와 SK㈜이 합병을 결정하면서, 향후 양사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주주가치 향상 가능성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SK C&C가 지주회사 SK㈜를 지배하는 ‘옥상옥’의 불완전한 지배구조로 논란에 섰던 SK그룹으로서는 이번 합병을 통해 완벽한 지주회사 체계를 갖추게 돼 그 의미가 더욱 커졌다.
▲ 'SK C&C·SK 합병' SK, 선택과 집중으로 구조혁신…"재도약 신호탄" |
20일 SK C&C와 SK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양사 간 합병을 결의하고 통합법인을 출범키로 했다. 양사는 이를 통해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지배구조 혁신을 적극 추진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SK C&C와 SK의 향후 합병 비율은 각각 약 1대 0.74로, SK C&C가 신주를 발행함으로써 SK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 합병 방식이다.
통합법인의 사명은 ‘SK주식회사’로, 양사는 기존 SK 브랜드의 상징성과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한다는데 뜻을 함께 했다. 통합법인은 오는 6월 26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8월 1일 합병이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업계는 통합법인이 SK C&C가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기반으로 한 사업과 SK가 가진 자원이 하나로 융합되면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 구조가 개선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사업이 탄력받는 등 기업 경쟁력 강화에 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는 “합병회사는 총자산 13조2000억원의 명실상부한 그룹의 지주회사가 되며, 안정적 지주회사 체계 완성을 바탕으로 강력한 성장동력 추진과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고객, 주주, 구성원, 사회 및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SK C&C와 SK의 합병설은 그동안 재계와 업계 안팎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옥상옥 구조에 갇힌 SK그룹 지주회사 체제를 속히 개선하고, 사상 초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합리적인 대안으로 제기돼 왔던 것.
재계에 따르면 SK㈜는 그룹의 지주회사다. 하지만 SK㈜의 최대주주는 SK C&C이다. SK C&C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분 32.9%를 보유해 SK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올라 있다.
최태원 회장의 SK㈜ 지분은 0.02%(1만주)로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1만1695주)보다도 낮다. 다만 최태원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SK C&C를 통해 사실상 그룹 전체를 지배해 다소 기형적인 지주회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아울러 SK C&C와 계열사 간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오너 재산 불리기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이번 양사의 합병이 현재 수감생활중인 최태원 회장의 책임감과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란 시각도 대체적이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
지난해 최고경영자의 부재 가운데 SK그룹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의 성장이 정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강력한 혁신안으로 이번 합병을 결정짓게 된 것이라는 재계의 반응이다. SK그룹은 지난해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매출과 수익 면에서 사상 초유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합병으로 최태원 회장이 합병회사의 직접 대주주가 되면서, SK그룹은 그동안 최태원 회장→SK C&C→SK㈜→사업회사'로 연결되는 복잡한 구조가 '최 회장→합병회사→사업자회사'의 간결한 형태로 개선된다.
합병이 성사되면 최태원 회장의 지분은 32.9%에서 23.2%로, 최기원 이사장 지분도 10.5%에서 7.4% 정도로 낮아진다. 다만 두 사람의 지분을 합치면 종전과 마찬가지로 30%를 넘게 돼 경영권에서 문제가 발생되지는 않는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탈피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SK C&C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 지분이 43.43%에 이른다. SK C&C의 그룹 내부 거래액은 2013년 기준 954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1.5%를 차지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SK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SK C&C가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면서 SK㈜와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SK C&C와 SK㈜를 합병한 뒤 사업회사를 자회사로 전환할 경우 그룹 내 매출 비중이 줄어들고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SK그룹 측은 두 회사가 합병하면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 지분은 43.43%에서 30.6%로 줄어들지만, 여전히 30%를 넘기 때문에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여전히 받게 되는 만큼 이번 합병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 차원과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SK C&C와 SK의 합병은 지배구조를 본격적으로 개선하는 동시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기존 지배구조 논란에서 벗어나 현재의 경영위기를 극복해 향후 그룹 성장의 토태를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현실화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미디어펜=김세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