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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공로상 임성훈과 성완종 꼴불견 특종싸움

2015-04-21 10:52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리스트 게이트와 특종 싸움이 시끄러운 가운데 방송인 임성훈님이 큰 상을 받았다. 20일 열린 2015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특별상 부문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것. 임성훈님은 “정확한 언어표현과 뛰어난 순발력을 바탕으로 40여 년간 전문 진행자의 길을 걸어왔다”면서 “1998년부터 진행해온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사회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함으로서 공감하는 방송으로 변화·발전하는데 기여했다”는 심사평을 얻었다.

무대에 오른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았다. “언제부턴가 공로상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나이를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나이 때문에 최신 흐름을 놓치거나 뒤처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내오다 뜻하지 않게 수상 소식을 들었다. 내 주민증을 꺼내 들고 내 나이를 확인했다. 공로상 받을 연세가 되어 있더라...”

그는 1950년생이다. 66세에 공로상을 받았지만 가까이서 본 임성훈님은 여전히 그대로다. 방부제 외모라고 해도 될 만큼 그 음성 여전히 청량하고 표정이며 분위기 또한 온화하고 친근하다. 몇 해 전 같은 공로상을 받은 송해 선생님과 매한가지로 그는 우리 미디어산업 깊은 곳에 그대로 서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분들의 자기 돌봄과 노력, 품성을 선망하고 존경한다. 그렇게 되려고 배우고 익히고 따르려 한다. 감화가 추종으로 이어지니 방송계 선후배들 간에 주고받는 참 좋은 행복 바이러스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비하면 불티나게 언-언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이른바 성회장 리스트 게이트 특종 싸움은 아주 많이 비루해 뵌다. 우리 시대 미디어 위인이 멸종 위기에 놓여 있구나 싶을 정도다. 1년 전 세월호 사건 때 재난보도 준칙 하나 없이 헤매다 급기야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멸시의 훈장을 주렁주렁 달게 된 대한민국 언론인 동네 악취가 여태 가시지 않고 있다. 개탄할 따름이다.

딴 것 다 접어두고 언론계가 특종을 바라보는 의식과 행동, 갈등을 유발하는 원천을 가리키는 특종 문화를 짚어봐야겠다. 40년 현장 일꾼으로 우뚝 선 공로상의 임성훈님의 섬김과 예지락지(譽之樂之)라는 높은 가치와 미덕으로부터 분석을 시작한다.
   
▲ '성완종 파문'을 놓고  경향신문과 jtbc가 벌이고 있는 특종 싸움은 본디 우리 언론계가 끌어안고 있던 천박한 특종문화의 비루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한 단면이다. /jtbc 캡처
이번 경향신문과 jtbc가 격돌한 특종 싸움은 본디 우리 언론계가 끌어안고 있던 천박한 특종문화의 비루함을 그대로 노출하였다. 우선 얻어 걸린 특종을 특정 언론사의 전리품으로 자랑해대는 오랜 악습을 또 한 번 씁쓸하게 지켜보았다. 학연 지연과 같은 친소관계 커넥션에서 길어 올린 불로소득은 특종으로서 추앙할 가치가 없다는 지적이다. 취재원 성회장이 주도한 충청포럼을 매개로 특정 신문사에 1차 특종이 그야말로 배타적으로 단독적으로 제공되었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아는 전형적인 특종의 요건을 밑돈다.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로 언론사에 길이 남을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와 견주어 본다면 특종의 품격을 금세 검수할 수 있다. 워싱턴 포스트 미생 기자 밥 우드워드와 동료 칼 번스타인의 활약상은 마치 셜록 홈즈와 친구이자 조수인 왓슨의 탐정놀이를 방불케 했다. 한 점 먼지와 같았던 워터게이트 건물 도둑 사건을 물고 늘어져 끈질기게 익명의 내부 제보자 딥 스로트(Deep Throat)를 찾아내고 워싱턴 포스트 데스크와 발행인 사장의 최종 결정을 갖은 난관을 무릅쓰고 이끌어내는 박진감 넘치는 특종의 모험이 있었다. 당시 뚝심으로 병아리 특종 기자들을 지켜낸 편집국장 밴 브래들리와 “우리 할머니가 정치인들을 혼내줄 거야”라는 믿음을 주고 또 실천했던 미디어 위인 캐서린 그레이엄 발행인이 모두 총출동해 만들어낸 특종 드라마였다.

이 특종을 추앙해 할리우드는 명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와 더스틴 호프만을 캐스팅해 제작한 명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All The President's Men, 1976>로 화답했다. 이 영화에서 밥 우드워드역을 맡은 레드포드가 칼 번스타인역 호프만과 한 방에서 말없이 타자기만으로 ‘Deep Throat’라고 타이포그래피를 찍어가며 소통하는 순간은 명장면 그 자체다. 익명의 제보자 딥 스로트와 통화하며 기자의 질문만으로 사실을 최종 확인하는 장면 또한 영화로도 감흥이 줄지 않는 특종의 결정적 순간이었다.

이런 워터게이트 특종에 비하면 이번 경향신문의 오리지널 1차 특종이나 매체를 바꿔가며 나온 jtbc의 논란 많은 2차 특종은 둘 다 함량 미달이다. 탐사하지 않았고 보도에만 치중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특종 불가 요인은 거의 얻어 걸려 낚은 콘텐츠로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성회장 리스트 게이트와 특종 운운 논란은 꼭 리크게이트(leak gate)를 닮아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 대량 살상 무기가 있다며 이라크를 침공해 들어간 빌미로 쓴 그 특종과 리크게이트(leak gate) 말이다. 부시대통령은 2003년 1월 28일 연두교서에서 “영국정부가 후세인이 최근 아프리카에서 니제르로부터 대량살상무기용 우라늄 상당량을 구입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힘으로써 이라크전의 명분을 강조했다. 결국 이라크전은 발발했고 나중에 보고 또 봐도 대량살상무기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이 엄청난 파장과 피해를 가져온 첫 신호탄이 바로 뉴욕타임스 주디스 밀러 기자의 특종보도였다. 밀러 기자는 부통령 딕 체니 쪽으로부터 흘러나온 언론 플레이용 정보를 결과적으로 잘못 사용해 화근이 된 단독 특종 보도를 하고 말았다. 당시 전쟁을 옹호한 네오콘(neo cons) 인사들은 방송 대담에 적극 나와 말끝마다 “뉴욕타임스에 이미 보도된 기사가 있으니...”라며 여론을 몰아갔다.

이 리크게이트(leak gate) 사건은 추악한 전쟁이라고도 하는 이라크전 정당화 의도에 본의 아니게 춤을 춘 비뚤어진 언론 특종의 자화상으로 역사에 아로새겨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번 성회장 리스트 게이트에 춤을 춘 두 언론사들의 특종들은 과연 워터게이트에 가까운가? 리크게이트와 같은 과인가? 앞으로 우리 미디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통렬함 한 스푼, 스트레스 왕 짜증 아홉 스푼을 투척한 희대의 특종 민폐는 아닐런가?

양비론 비난을 피하려 다투고 있는 경향과 jtbc 특종 공방 경중을 따지고 싶지도 않다. 어느 한 편이 맞는다고 낫다고 해야 좀 더 명쾌한 논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오늘 다루고 싶은 주제는 그게 아니다. 모두가 하수도 특종 문화의 희생자들이기 때문이다.

방송인 공로상 임성훈님의 면모인 譽之樂之(예지락지)란 가치를 도외시한 헛된 특종 공방이기 때문이다. 남의 좋은 점을 찾아내어 칭찬하고 배우는 일을 낙으로 삼는다는 譽之樂之(예지락지) 마인드가 실종되어버린게 문제다. 이 용어는 퇴계 이황 종손인 이근필님이 즐겨 사용함으로써 바깥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내방객들에게 譽之樂之라 손수 쓰고 낙관한 붓글씨 글귀를 주며 이 좋은 정신을 전파해주고 계시다.

특종을 탐하기 전에 40년 건승해온 임성훈님이나 20년은 족히 더 보태야 하는 송해 선생님과 같은 살아있는 전설이자 미디어 위인들의 정신과 미덕을 우러러보는 언론계 기풍이 아쉽다. 그렇지 않고는 이번처럼 그다지 고맙지도 않은 특종 건수에 서로 헐뜯는 언언 갈등을 넘어설 길 없다. 언론인이 정치인이나 기업인, 문화예술인 등 역사 무대의 출연진들과 동료 언론인들을 위하고 섬기고 돌봄으로써 스스로 돌보고 커가고 인정받는다고 하는 譽之樂之(예지락지)의 미담을 우리는 갈망하고 있다.

우리 저널리즘 현장에서도 송해 선생님이나 임성훈님과 같이 오래 가고 친근하며 존경할만한 미디어 위인을 많이 만나고 싶다. 경향이 jtbc를 칭찬하고, jtbc가 경향에 경애심을 표현하는 광경이 걸핏하면 아군끼리 총질하는 지금 짓거리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제발 소모적이고 파괴적이고 그나마 후련치도 못한 어설픈 리스트 게이트 특종 어뷰징(abusing)은 그만두면 좋겠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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