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3번 갱도를 복구한데 이어 4번 갱도에서도 활동 움직임이 포착돼 연쇄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북한 전문 사이트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15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풍계리 4번 갱도에서 새로운 활동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공개된 위성사진에는 4번 갱도 입구 주변에 공사 중인 벽체와 건축자재가 확인됐다. CSIS는 “4번 갱도에서 포착된 새로운 활동은 향후 핵실험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핵실험 갱도가 복구된다는 것은 당연히 새로운 핵실험을 대비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7차 핵실험 이후 연쇄적으로 8차 핵실험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특히 4번 갱도는 3번 갱도보다 규모가 두 배 가량 깊은 700~800m로 추정되고 있어 수소탄 실험도 가능하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4번 갱도 복구 움직임이 아직 본격적인 준비는 아닌 것 같지만 당연한 수순”이라면서 “3번 (갱도)은 원자탄의 다음 단계인 소형 전술핵, 4번 (갱도)은 차기 수소탄”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이어 “소형 전술핵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소형 다탄두와 소형 수소탄의 1단 기폭탄으로 병용이 가능하다”며 “그러니 소형 전술핵을 개발한 다음에 당연히 이를 사용하는 소형 수소탄 개발로 갈 것이다. 북한의 장기 핵개발 방향 실현”이라고 예상했다.
그런 한편, 우리군은 4번 갱도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활동에 대해 지난해 폭우로 유실됐던 갱도 주변 도로를 복구하는 동향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5일 전날 진행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서 북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의 '북부핵시험장의 폐기 방법과 순차' 설명 사진을 보도했다. 설명 안내판에는 풍계리 핵실험장의 4개 갱도와 폭파 지점, 그동안 1~6차 핵실험을 진행한 위치 등이 표시돼 있다. 2018.5.25./사진=조선중앙통신
이럴 경우 7차 핵실험을 하기도 전에 굳이 4번 갱도 복구를 위한 사전정비작업에 착수한 북한의 의도에 의혹이 생긴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7차 핵실험 임박”을 되풀이해 언급하는 상황에서 혼란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아울러 핵실험은 하지 않고 갱도 정비만 이어가면서 당장 핵실험 계획이 없다는 의도를 나타내보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판단에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8~1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이 배경이 된다. 앞서 김 총비서가 전원회의에서 7차 핵실험 단행을 선언할 것이란 예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김정은 총비서는 최근 전원회의에서 ‘강대강·정면승부’를 천명했고, 이는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언급한 ‘강대강 선대선’보다 강경해진 것으로 7차 핵실험 강행을 예고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와 있다.
김 총비서는 8차 당대회에서 전략무기 개발 방향 및 핵심과제를 제시했고, 지금까지 당시 제시된 목표대로 무기개발을 실천해오고 있다. 전략무기 개발 방향은 소형·경량화된 전술핵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사정거리 내 다양한 전략적 대상에 대한 타격 능력 확보이다.
또 전략무기 5대 핵심과제는 극초음속미사일, 수중 및 지상 발사 고체형 ICBM,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군사정찰위성, 무인정찰기이다.
한편, 북한의 7차 핵실험이 한미가 예상하던 것보다 연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날씨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북한을 포함한 대부분의 핵실험이 봄과 가을의 온화하고 청명한 날에 이뤄졌다. 또한 밤보다 통제가 쉬운 낮에 핵실험을 한다.
이춘근 위원은 “지하 핵실험에서도 기상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 비를 포함해 기상이 나쁘면 봉쇄 실패 시 방사성 기체가 확산되어 주변을 오염시킬 수 있다”며 “강풍이 아닌 지면풍이 한 방향으로 6~11시간 이상 지속되고, 수평 가시거리가 20㎞ 이상 되고, 지면에서 600m 고도까지 기온의 역전이 없거나 약하고, 시험 12시간 전부터 낙뢰가 없고, 실험 12시간 후까지 비가 오지 않는 것이 고려 여건”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