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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쟁점화, 북 다시 입 열까

2022-06-20 18:13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2년여 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사과에 나섰던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이 바뀐 정권에서 쟁점화되면서 또다시 북한의 입장 표명이 나올지 주목된다. 

2020년 9월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으로부터 사실된 우리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이대준 씨에 대해 ‘자진 월북’이라고 했던 해양경찰청과 국방부가 지난 16일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다”며 입장을 바꿔서 발표했다.

이에 감사원은 곧바로 해경과 국방부를 상대로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고, 여야가 이 문제를 두고 정면충돌하면서 신구 권력간 갈등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북한은 2020년 9월 25일 우리측에 통지문을 보내 김 총비서의 ‘미안한 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공무원에 대해 ‘불법침입’ ‘사살 추정’ 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월북’이란 말을 안썼고, 우리가 발표한 ‘시신 소각’에 대해선 유감을 표하며 부인했다. 

그런데 당시 우리군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시신 소각’과 함께 ‘자진 월북’을 발표했다. 정부는 정보 분석 결과 이 공무원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고, 어업지도선을 이탈할 때 신발을 유기했고, 소형 부유물을 이용했고,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식별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당시 국회 정보위 비공개 간담회에서 “SI상 본인이 월북했다는 표현이 있어서 국방부가 그렇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의 ‘SI’(Special Intelligence)란 북한군 통신을 감청해서 확보한 정보를 말한다.

그리고 이번에 국방부는 이대준 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추정한 당시 발표를 철회하면서 “관련 내용을 다시 한 번 분석한 결과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었다”면서 “당시 북한군이 우리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정황이 있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23일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공무원이 피격된 것으로 추정된 황해도 등산곶 해안이 보이는 우리 영해에서 해군 함정이 경비하고 있다. 2020.9.25.사진=연합뉴스


이처럼 2년 전과 완전 달라진 ‘자진 월북’ 및 ‘시신 소각’ 발표에 북한의 추가 반응 여부가 거론되는 것은 당시에도 이례적인 ‘김정은 사과’가 나올 만큼 무고한 인명을 해친 사건이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삼엄한 국경차단 중이었다고 하더라도 우리국민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 우리측에 알리는 조치를 했어야 했다. 이전에 남북 간 신병 인도의 사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인도적인 차원에서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를 한 것에 대해 공분을 살만하다.  

여기에 만약 피격된 공무원이 자진 월북이 아니라 해상에서 표류하다가 북한군에 의해 발각돼 사살된 것이라면 정부가 이 공무원의 소재를 파악했을 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6시간을 허비했다는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이 때문에 20일 민주당 전 국방위 소속 의원들이 긴급 브리핑을 열고 “당시 여야가 함께 감청을 듣고, 같은 결론을 냈다”며 반발했다.

정부가 25일 김 총비서의 사과가 담긴 북측의 통지문을 받은 사실을 발표하며 이 사건을 마무리한 이후에도 남은 의혹과 아쉬움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대준 씨의 실종 사건 발생 보고가 이뤄진 22일 오후 6시 36분부터 피격 및 시신을 불태웠다는 첩보가 입수된 22일 오후 10시30분까지 적극적인 신병 확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북측이 이대준 씨를 사살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NLL 북쪽에서 사건이 발생해 군사작전을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대준 씨가 북한에서 구조돼 귀순 등의 절차를 밟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말도 나왔다. 정부의 무책임함을 드러낸 대목이기도 하다.

김 총비서의 통지문을 받았다고 밝힌 정부는 이후에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북측이 밝힌 사건 경과와 우리측 첩보 판단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계속 조사해서 사실관계를 규명해나가기로 했다며 북측에 공동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북측이 호응하지 않아 전혀 이뤄진 것은 없다.

이제 이 사건은 정치권의 SI 공개 공방으로 옮아가며 우리 정보자산의 노출 우려를 낳고 있다. 또 이대준 씨 유가족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검찰의 수사도 예상된다. 이 사건으로 한차례 사과를 한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문제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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