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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은 왜 “어머님이 누구니”라고 물었을까

2015-04-24 15:50 |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 이원우 기자

박진영의 ‘엉덩이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여기엔 나름의 역사와 내러티브가 있다.

때는 2003년. 이 시기는 박진영이 비에게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라는 히트곡을 선사한 해로 더 유명하다. 하지만 ‘원투’라는 2인조 댄스그룹을 출격시킨 때이기도 했다. 그리고 박진영 스스로 ‘가장 재밌게 작업한 앨범’이라고 회고하는 원투의 1집 타이틀곡은 ‘자 엉덩이!’였다.

3번 트랙 ‘너 같은 Girl’이란 곡은 한층 직설적으로 엉덩이 예찬을 이어간다. “너의 엉덩이를 봤니 / 너는 니 꺼라 안보이겠지만 / 얼마나 예쁜지 아니 / 농구공을 반 잘라 그냥 붙여놨어 / 어쩜 그렇게 예쁘니 / 물론 고친 건 절대 아니겠지”

세련된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곡이었지만 ‘너 같은 Girl’은 별로 히트를 하진 못했다. 그리고 12년의 세월. 그동안 박진영에게는 원더걸스가 있었고 2PM이 있었고 미국 진출이 있었고 결혼이 있었다. 허나 그 많은 인생의 굴곡 속에서도 박진영의 엉덩이 애호만큼은 변하지 않았나 보다. 2년 만에 발표한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의 주제는 다시 한 번 바로 그(!) 엉덩이였던 것이다.

원투 때와 다른 것은 이 곡이 대중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어머님이 누구니’는 지난 12일 발매된 이래 열흘 동안 멜론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다. 제목이 통째로 유행어가 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낙수가 바위를 뚫듯 그의 일관된 취향도 이제 비로소 세상의 인정을 받는 것인가. 엉덩이 사랑도 오래 하고 볼 일인 건가.

그의 취향이 불편한 사람은 물론 많아 보인다. 2009년의 ‘꿀벅지’ 논쟁이 그랬듯 여성을 성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본다는 푸념들이 나오고 있다. 한 일간지 여기자는 “그의 취향이 ‘뒤에서 바라보면 미치겠는’ 여자인 것은 알겠는데, TV로 라디오로까지 그걸 반복해 들어야 하는 건 불편하다”고 썼다.

   
▲ 박진영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 뮤직비디오 캡쳐

‘어깨깡패’나 ‘초콜릿복근’처럼 남자들의 외모를 상품화 하는 유행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셨느냐고 그 기자에게 묻진 않겠다. 포인트는 박진영이 던진 질문 그 자체다. “어머님이 누구니?” 대체 누구시기에 얼굴과 가슴과 다리까지 성형할 수 있는 이 시대에도 좀처럼 갖기 힘든 예쁜 엉덩이를 주셨니?

성형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이 시대의 아이러니는, 많은 것을 성형할 수 있게 되면 될수록 사람들은 ‘타고난 것’에 더욱 강렬하게 집착한다는 점이다. 박진영의 노래는 그 욕망의 포커스가 지금 엉덩이 부근을 맴돌고 있음을 직설적으로 알려줬을 뿐이다. 노래 사이사이에 박진영이 “God, girl!”이라고 외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모두가 ‘의느님’을 찾는 시대이기에 더욱 특별하게 들리는 생득(生得)에 대한 감탄의 고함이다.

그는 언제나 아슬아슬한 대중들의 욕망 임계점을 절묘하게 간파해 상품으로 내놓곤 했다. 따지고 보면 박진영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 게 아니다. 그는 12년 전부터 엉덩이에 대한 노래를 만들었고, 지금은 다만 대중들과의 채널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을 뿐이다. 움직인 것은 박진영이 아니라 대중들이다.

‘어머님이 누구니’를 근거로 박진영을 비판하는 것도 그 사람의 자유겠지만 견지망월(見指忘月)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닌 박진영은 어디선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겠지만 말이다. 결국 우리는 다시 한 번 그 뛰어난 딴따라에게 ‘즐겁게 당했을’ 뿐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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