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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대타협 결렬 최대 피해자는 결국 국민

2015-04-26 09:03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이동응 경총 전무
3월말까지 하기로 했던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되었다. 그런데 그다지 아쉬워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지 않다. 노동계 내부에서는 타결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반응이고, 기업 내부에서도 대타협에 따른 부담을 피할 수 있다는 안도의 한숨도 나온다. 이해득실에 매몰되어 미래를 볼 수 없는 노사 당사자의 반응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로 안타까운 것은 일반 국민의 반응이다.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되고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요원해진 데에 대하여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노사 당사자를 질타하는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고, 언론도 단순히 결렬된 사실만을 사건 보도 다루듯 하고 있다. 국민과 언론들이 정말 큰일 났구나,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려고 이러나, 고용절벽에 막힌 청년들은 어떻게 일자리를 구할 것인가... 온갖 걱정과 우려가 표출되었어야 했다.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노사단체가 아니라 우리 사회전체이고, 국민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걱정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은 국민들이 노사정 대타협 결렬을 그냥 단순히 발생한 사건의 하나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며, 현재의 경제상황과 노동시장의 현황에 대해 전혀 위기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번 대타협 결렬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이루어낼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국민들이 바로 알았다면 합의에 이르지 못한 노사정을 질타하고 안타까워하는 여론이 불붙듯 일어나지 않았을 리가 없다.

2016년 시행을 앞 둔 정년연장, 그와 연계된 임금체계 개편, 대법원 판결이 곧 임박한 연장근로․휴일근로 중복할증 문제와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입법화 등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심각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이번에 해결하지 않으면 정년연장 시행과 맞물려서 청년구직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노사단체가 아니라 우리 사회전체이고, 국민들이다. 2016년 시행을 앞 둔 정년연장, 그와 연계된 임금체계 개편, 대법원 판결이 곧 임박한 연장근로․휴일근로 중복할증 문제와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입법화 등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중요한 문제들이다. 여기에 심각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정년연장 시행과 맞물려 청년구직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사진=미디어펜 
1953년도에 근간이 형성된 우리 노동법제는 고도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요구하는 현대의 산업 및 인력운용 기법과 부합하지 않는 낡은 부대가 되었다. 근로기준법상의 해고 및 임금 규정은 종신고용의 관점에서 해고를 어렵게 하고 연공급형 월급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있다. 그 때문에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의 일자리는 더욱 공고하게 보호하는 도구가 될 수 있었지만, 동시에 기간제, 파견 및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저지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되고 있다.

한정된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이 심화될수록 노동시장의 진입장벽은 그만큼 높아지고 취약한 상태에 놓인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졌다. 그에 더해 세계적인 경쟁의 격화와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한 기업들은 기존의 높은 근로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일자리를 오히려 줄일 수밖에 없었다. OECD가 한국 노동시장 정책의 가장 큰 목표는 이중구조 타파라고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호 감축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것을 가볍게 들어 넘길 수 없는 이유이다.

작년 12월 23일 노동계, 경영계, 정부 3자 대표가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위한 기본합의서에 서명할 때, 노동시장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현재의 위기를 돌파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나 합의에 이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던 수많은 난상토론의 시간과 불면의 밤을 지낸 후인 4월 7일 한국노총은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일방적으로 노사정 대화결렬을 선언했다.

그러나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노사정 대타협의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여전히 우리의 시대적 과제로 남아있다.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의 후배들, 자녀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에 절벽 같은 취업장벽에 맞닥뜨리게 되고, 근로자들 사이의 위화감과 상대적 빈곤감도 더욱 커질 것이다. 정부가 신속하게 후속조치를 발표한 것도 이러한 위기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한다.

공공부문이 민간부문 노사관계를 선도하는 최근의 추세를 고려할 때 비록 노사정 대타협은 결렬됐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취지에 따라 정부와 공공부문이 솔선해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공무원과 교원, 군인 연금제도의 개선, 청년 신규채용 확대, NCS 기반 채용 방식 확산 노력, 저성과자 관리, 연차휴가의 금전보상관행 철폐, 임금피크제 도입, 직무․성과․숙련 등을 기준으로 한 임금체계로의 전환 등을 공공부문이 먼저 솔선하여 추진해야한다.

공공부문에서 먼저 시행한 사실과 경험은 향후 민간부문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을 수립하고 확산시키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업들도 민간 부문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가능한 방안을 발굴하고 계속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

위기를 위기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위험한 국면은 없다. 지금이 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기득권만 꼭 쥐고, 우리의 다음 세대는 모르겠다는 무책임한 태도다. 지금이 위기다. 10년이 지난 후에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지금 필자의 생각이 잘못이었다고 반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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