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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나는 왜 죽어야 하나요…살아남은 아이들의 이야기

2022-07-30 14:37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미디어펜=석명 기자] ▲ 비극으로 끝난 일가족 실종 사건

지난 6월 29일 오전 10시 25분, 평소 한산하기만 했던 완도 송곡항엔 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 눈앞의 바다만을 바라보는 가운데, 은색 승용차 한 대가 물 위로 끌어 올려졌다. 바다 밑에 숨겨져 있던 비극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모두가 숨을 죽였다. 전 국민이 안타깝게 느낀 일가족의 실종… 그 결말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5월 24일, 경찰은 실종된 한 사람의 사진을 공개하고 제보를 받았다. 사진의 주인공은 10살 된 조 양. 실종신고를 한 사람은 가족이 아닌 조 양의 담임 선생님이었다. 부모님과 제주도 여행을 간다며 체험학습 신청서까지 제출했던 아이. 하지만 약속한 체험학습 기간이 끝났어도 조 양은 학교로 돌아오지 않았고 부모와의 연락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실종된 일가족의 흔적을 쫓아 경찰수사가 시작되었는데…

안타깝게도 한 달 만에 확인된 사실은 일가족의 사망이었다. 조 양 일가족의 시신이 인양된 승용차 안에서 발견되었고, 부검 결과 3명의 가족 모두에게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부모의 동기는 경제적 문제였던 것으로 보이는 상황. 과연, 이 비극은 막을 수 없었던 걸까. 그리고 스스로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아이는 왜 그런 운명을 맞이해야만 했을까. 만일 조 양이 살아있었다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홈페이지



▲ 아이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

완도항에서 일어난 비극으로 10살 조 양이 사망하기 1년 전, 또 다른 아이의 죽음이 있었다. 지난 2021년 6월 11일, 자신의 방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8살 장하연 양(가명). 하연 양과 같은 방에서 어머니 나 씨도 숨져있었다. 이들의 죽음을 119에 알린 사람은 하연 양의 아버지 장 씨였다.

경찰은 부모가 아이를 살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가 아버지만 살아남았다고 결론지었다. 그 결정적 단서는 하연 양의 시신에서 발견되었다. 숨을 쉬지 못해 숨진 하연 양의 양쪽 손톱 밑에서 발견된 아버지 장씨의 DNA. 하연 양이 죽음을 피하려고 아버지에게 저항했던 증거였다. 게다가 아이를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을 공모하는 장 씨 부부의 메시지도 발견되었다.

2살 때부터 하연 양의 모든 것을 SNS에 기록할 정도로 딸을 애지중지 키워왔던 아버지 장 씨. 그는 왜 이런 비극을 딸에게 강요했던 걸까. 하연이가 시신에 남긴 메시지는 결국 '죽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재판부는 하연 양을 살해하고 아내 나 씨의 죽음을 방조한 혐의로 장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 어른들의 선택으로 살해당하는 아이들

형사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까지 20년간 부모의 선택에 의해 한 달에 한 명꼴로 자녀가 사망했다. 미수 범죄까지 포함하면 부모에 의해 죽음의 기로에 놓이는 아이들은 훨씬 많다는 얘기다. OECD 국가 중 매년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 사회. 그 이면에 숨어있는 이른바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들…

과연, 자녀라는 이유로 살해당해야 하는 걸까. 실제로 미수 경험이 있다며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은 제보자는, 아이들은 결정도 판단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본인이 아이를 끝까지 책임져야 할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그 순간에 놓인 자녀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 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제작진은 안타깝게 숨진 조 양이나 하연 양과 달리, 부모들의 비극적 선택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비극을 경험한 뒤 살아남은 생존자들. 지금은 어른이 된 생존자들은 그때의 기억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같이 죽자고 칼을 든 어머니를 피해 창문에 매달려야만 했던 A씨. 어머니는 '너를 사랑해서 그러는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차가 달리는 도로로 밀침을 당했던 B씨에게 아버지가 했던 말은 '너를 보내야 나도 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굴을 따러 가자며 자신을 데리고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갔던 어머니를 기억하는 C씨는 어린 나이였지만 그때 느꼈던 공포가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이 밖에도 제작진은 여러 피해자들을 만났다. 아무것도 모를 거라는 부모들의 편견과 달리 아이들은 많은 것을 알고 있었는데… 과연, 아이들이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날 왜 갔는지 알려줄까? 그래서 저는 아무 말을 안 했어요. 이미 알고 있으니까." - 생존자 인터뷰 중 -

"나는 아직 죽고 싶지 않다고. 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 생존자 인터뷰 중 - 


오늘(30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나는 왜 죽어야 하나요 - 살아남은 아이들의 이야기' 편으로 완도 일가족 사망 사건을 비롯한 '자녀 살해 후 사망 사건'들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실제로 어린 시절 부모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망에 이를 뻔한 경험이 있는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피해 아동들의 실태를 알아보는 한편, 아동 피해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은 없는지 고민해 본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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