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월호 추모 1주기 행사에서 경찰의 ‘차벽’ 설치에 대해 과잉대응 논란이 일었다. 집회 주최 측은 차벽설치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한 헌재의 2009헌마406결정을 근거로, 차벽설치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할 거라 밝혔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려고 시도하는 등 집회신고 구역을 벗어나려 했기 때문에 차벽설치가 불가피했다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차벽설치 논란의 근원은 불법·폭력 시위로부터 시작된다. 신고구역에서 예정대로 집회를 평화적으로 진행한다면 차벽이 세워질 이유가 없다. 헌재 결정문에 등장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도 불법·폭력 시위대의 자유를 보호하자는 취지는 아니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는 이번 차벽 설치 논란을 ‘집회의 자유 대 공공질서 유지’, ‘공권력의 재량권’ 측면에서 짚어봄으로써 위헌 여부를 논의했다. 아울러 현행 집시법이 가진 문제와 한계를 검토하고 우리사회 불법폭력 시위문화를 개선할 방법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바른사회는 3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차벽설치 위헌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아래 글은 발표자로 나선 이헌 변호사의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 이헌 변호사(홍익법무법인 구성원변호사, 대한변협 이사) |
‘경찰 차벽 설치’ 등 시위관련 위헌 논란
○ 경찰의 차벽 설치의 위헌성
지난 18일 세월호 추모대회 당시 시위를 주도한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측은 경찰이 경찰버스로 차벽을 설치한 것은 헌법재판소가 2011. 6. 30. 선고한 2009헌마406 결정을 내세워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한다. 대부분 언론은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측의 주장과 당시 차벽 설치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성이 있어 헌법위반이 아니라는 경찰측의 반박을 논란거리로 취급하여 보도하고 있다.
이 헌재의 위헌결정을 받아낸 청구인의 대리인 민변 소속 변호사이자 세월호유족들 대리인이 경찰 차벽의 위헌 주장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 결정은 집회나 시위를 주최하거나 참가하는 측이 아니라 일반시민이 청구인으로서 경찰청장이 2009. 6. 3. 경찰버스들로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을 둘러싸 통행을 제지한 행위가 청구인들의 거주ㆍ이전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지 여부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 4월 16일 종로 2가 상황. 세월호 시위대가 경찰버스 위를 점령했다. /사진=폴리스위키 페이스북 제공 |
이 헌재 결정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거주·이전의 자유는 거주지나 체류지라고 볼 만한 정도로 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장소를 선택하고 변경하는 행위를 보호하는 기본권인바, 이 사건에서 서울광장이 청구인들의 생활형성의 중심지인 거주지나 체류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서울광장에 출입하고 통행하는 행위가 그 장소를 중심으로 생활을 형성해 나가는 행위에 속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거주ㆍ이전의 자유가 제한되었다고 할 수 없다.
둘째,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는 서울광장에서 개최될 여지가 있는 일체의 집회를 금지하고 일반시민들의 통행조차 금지하는 전면적이고 광범위하며 극단적인 조치이므로 집회의 조건부 허용이나 개별적 집회의 금지나 해산으로는 방지할 수 없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에 해당한다.
셋째, 가사 전면적이고 광범위한 집회방지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서울광장에의 출입을 완전히 통제하는 경우 일반시민들의 통행이나 여가․문화 활동 등의 이용까지 제한되므로 서울광장의 몇 군데라도 통로를 개설하여 통제 하에 출입 하게 하거나 대규모의 불법ㆍ폭력 집회가 행해질 가능성이 적은 시간대라든지 서울광장 인근 건물에의 출근이나 왕래가 많은 오전 시간대에는 일부 통제를 푸는 등 시민들의 통행이나 여가․문화활동에 과도한 제한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목적을 상당 부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을 고려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시민의 통행을 전면적으로 제지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한다고 할 수 없다.
넷째, 대규모의 불법․폭력 집회나 시위를 막아 시민들의 생명·신체와 재산을 보호한다는 공익은 중요한 것이지만,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공익의 존재 여부나 그 실현 효과는 다소 가상적이고 추상적인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고, 비교적 덜 제한적인 수단에 의하여도 상당 부분 달성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 일반 시민들이 입은 실질적이고 현존하는 불이익에 비하여 결코 크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충족하였다고 할 수 없다.
▲ 4월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경찰 차단대형이 뚫리는 장면. /사진=폴리스위키 페이스북 영상캡처 |
이 헌재의 결정은 당시 경찰이 서울광장에 차벽을 설치함으로써 청구인들의 통행을 제지한 행위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즉 이 결정에서는 경찰의 차벽 설치가 일반시민인 청구인들에 대하여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고,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공물이용권도 포괄적 자유권인 행복추구권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또한 이 결정은 당시 서울광장에서 개최하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에 관한 규탄 집회ㆍ시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려고 한 경찰의 경찰 차벽 설치에 관한 것이므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의 ‘명박산성’이나 이번 세월호 시위와 같이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의 행진을 저지하기 위한 폴리스라인인 경찰 차벽 설치와는 전혀 다른 사안에 관한 것이다.
결국 경찰의 차벽 설치에 관한 헌재의 위헌 결정은 일반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인 서울광장을 개별적으로 통행하거나 서울광장에서 여가활동이나 문화활동을 하는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침해된다고 판단하였을 뿐이고, 당시 시위를 주도하거나 참여하는 단체나 사람들의 집회나 시위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판단은 결코 아닌 것이다. 또 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경찰이 차벽을 설치에 관한 사안에 관한 결정이므로 이번 세월호 시위와 같이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하는 시위를 저지하기 위한 경찰의 차벽 설치와는 그 사안이 다른 것이다.
이에 세월호 시위를 주도하거나 참여하는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측이나 일부 변호사들이 경찰의 차벽 설치에 관하여 집회․시위의 주최자 및 참가자의 기본권이 침해한다는 헌재의 위헌결정이 있었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헌재의 결정을 완전히 왜곡․선동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 시위를 주도ㆍ참여하는 측의 입장이라도 이 헌재의 결정 취지는 “사전적 예방적 차원의 전면적 차벽 설치는 위헌이나, 대규모 불법․폭력 집회와 시위 발생 시의 차벽 설치 자체는 위헌이 아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들의 왜곡 선동에 놀아나 헌재 결정의 내용 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하고 경찰의 차벽 설치에 위헌 논란이 있다고 식으로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무책임이나 편향성에 통탄하지 아니할 수 없다.
○ 야간 시위 금지의 위헌성
헌재는 2009. 9. 24.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10조에서 야간의 옥외집회를 금지한 부분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고(2008헌가25 결정), 2014. 3. 27. 같은 조에서 야간에 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제10조에 관하여 ‘일몰시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옥외집회 또는 시위’에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2010헌가2 결정). 이는 야간시위를 금지하는 집시법 제10조 본문에는 위헌적인 부분과 합헌적인 부분이 공존하고 있으며, 위 조항 전부의 적용이 중지될 경우 공공의 질서 내지 법적 평화에 대한 침해의 위험이 높아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시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하여 위헌성이 명백한 부분에 한하여 한정위헌의 결정을 한다는 것이었다.
▲ 버스 위에 올라간 시위자들이 경찰관을 구타해서 버스 위에서 밀어 버리는 동영상 장면이다. 폭력으로 얼룩졌던 촛불 시위가 연상된다. 영상에서 나온, 시위자들이 밀어서 추락한 경찰관은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다. 시위대에 밀려 의식불명에 빠졌던 또 다른 경찰관은 31기동대 소속이다. /사진=폴리스위키 페이스북 영상캡처 |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이유 중 주목할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시위는 다수인의 집단적인 행동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의사표현의 경우보다 공공의 안녕질서 등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고, 일반적으로 집회나 옥외집회보다 공공의 안녕질서, 법적 평화 및 타인의 평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둘째, 야간이라는 특수한 시간적 상황은 시위 장소 인근에서 거주하거나 통행하는 시민들의 평온이 강하게 요청되는 시간대이다. 시위 참가자 입장에서도 주간보다 감성적으로 민감해지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합리적 판단력이나 자제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시위 참가자들 상호간이나 제3자 사이의 식별이 어려워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 쉬우며, 사소한 자극에도 과잉반응으로 이어져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거나 과격 시위, 폭력 시위로 변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셋째, 우리 헌법상 집회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 것은 오로지 ‘평화적’ 또는 ‘비폭력적’ 집회에 한정되는 것이므로, 집회의 자유를 빙자한 폭력행위나 불법행위 등은 헌법적 보호범위를 벗어난 것인 만큼, 형법,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도로교통법 등에 의하여 형사처벌되거나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 등에 의하여 제재될 수 있다.
따라서 청와대로 가자거나 유족들을 만나려 간다고 하면서 야간에 도로를 점거하면서 도로를 점거하는 불법과 진압경찰에 폭력을 행사하는 시위대를 저지하기 위한 지난 18일의 경찰 차벽 설치 등은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경찰의 마지막 수단으로서 적법하고도 타당한 조치라고 할 것이다.
이에 시위를 주도한 측에서 이번 경찰의 차벽 설치가 공권력을 남용하였다거나 차벽의 설치가 위헌으로 불법한 공무집행이니 이에 저항하는 것은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위를 격화시키려는 정치적 목적하의 불순한 주장이거나 자신들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의 정당성을 변명하는 주장일 뿐이다. 오히려 야간의 도심지에서 발생한 불법ㆍ폭력시위에 대하여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의2가 정하는 ‘경찰봉’이나 제10조의3이 정하는 ‘최루탄’ 등의 사용으로 엄정하게 공권력을 집행하였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 추모행사냐? 집회․시위냐?
세월호국민대책회의측은 당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로서 집시법의 집회나 시위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하면서 이를 저지한 경찰의 조치는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시법 제15조는 관혼상제 등에 관한 집회에는 옥외집회의 경우 사전에 신고서를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는 집시법 제6조 등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관혼상제에 해당하는 장례에 관한 집회가 옥외의 장소에서 개최된다고 하더라도 그 집회에 관해서는 사전신고를 요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그 집회참가자들이 망인에 대한 추모의 목적과 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노제 등을 위한 이동․행진의 수준을 넘어서서 그 기회를 이용하여 다른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하는 행위에까지 나아가는 경우에는, 이미 집시법이 정한 시위에 해당하므로 집시법 제6조에 따라 사전에 신고서를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할 것이 요구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04.26. 선고 2011도6294 판결).
여기서 집시법이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이로 하여금 일정한 사항을 사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관할 경찰서장이 그 신고에 의하여 옥외집회나 시위의 성격과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하여 적법한 옥외집회나 시위를 보호하는 한편, 옥외집회나 시위를 통하여 타인이나 공동체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여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사전조치를 마련하도록 하는 데 있다. 따라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통하여 나타내고자 하는 의견이 정당한 것이라고 하여 위와 같은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8도9049 판결).
▲ 4월 16일 스피커로 현장을 정리하려는 경찰에게 삿대질하고 끌어내리는 세월호 시위대. /사진=팩트TV 영상캡처 |
따라서 18일 행사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행사라고 하더라도, 단순히 추모를 위한 이동․행진의 수준을 넘어서서 그 기회를 이용하여 정치적 목적 등 다른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인 태평로를 점거하여 행진하면서 ‘세월호의 인양, 시행령 폐기’ 등을 주장하면서 청와대 방면으로 향하는 행위를 시위가 아니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추모제라는 식의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측 주장은 추모하려는 모든 행위가 적법하여 이를 저지하면 위법이라는 독선적이고 편협한 주장이다.
참고로 대법원은 특정 인터넷카페 회원 10여 명과 함께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지나는 명동 한복판에서 퍼포먼스 형태의 플래시 몹 방식으로 노조설립신고를 노동부가 반려한 데 대한 규탄 모임을 진행한 행위에 대하여 이는 위 모임의 주된 목적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집시법 제15조에 의하여 신고의무의 적용이 배제되는 오락 또는 예술 등에 관한 집회라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유죄로 인정한 바가 있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1도2393 판결).
○ 시위의 제한 여부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여 시위를 비롯한 집회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집회의 자유는 개인이 국가권력의 개입이나 강제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할 수 있는 기본권으로서, 개인의 인격발현의 요소이자 대의제 자유민주국가의 필수적 구성요소에 속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13846 판결).
집시법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의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함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그리고 집회 그 자체의 개념에 관하여는 아무런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면서도 시위에 관하여는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광장․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는데(제2조 제2호), 집시법상의 시위는 다수인의 집단적인 행동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의사표현의 경우보다 공공의 안녕질서 등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지고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기 위하여, 도로 등 공공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이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집시법상의 집회나 옥외집회보다 공공의 안녕질서, 법적 평화 및 타인의 평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헌재 1994. 4. 28. 91헌바14 결정).
▲ 세월호 시위대가 차벽으로 세워진 경찰버스를 호스로 당겨 끌어내고 있다. 경찰버스가 파손되고 있는 장면이다. /사진=오마이뉴스 페이스북 영상캡처 |
그리고 집시법이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이로 하여금 일정한 사항을 사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관할 경찰서장이 그 신고에 의하여 옥외집회나 시위의 성격과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하여 적법한 옥외집회나 시위를 보호하는 한편, 옥외집회나 시위를 통하여 타인이나 공동체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여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사전조치를 마련하도록 하는 데 있다. 따라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통하여 나타내고자 하는 의견이 정당한 것이라고 하여 위와 같은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8도9049 판결)
적법한 집회와 시위를 보장하고, 공공의 안녕질서와의 조화를 위한 규율을 집행해야 하는 행정관서의 입장에서도 야간의 시위는 주간의 시위보다 질서를 유지시키기가 어렵고, 예기치 못한 폭력적 돌발상황이 발생하여도 어둠 때문에 행위자 및 행위의 식별이 어려워 이를 진압하거나 채증하기가 쉽지 않다. 야간 시위의 위와 같은 특징과 차별성을 고려하여 야간의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사회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고 시위 참가자 등의 안전과 제3자인 시민들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헌재 2014. 3. 27. 2010헌가2, 2012헌가13 결정)
○ 광우병 촛불시위의 추억
주제발표자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가 불법ㆍ폭력시위로 장기간 지속되어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광화문 일대의 상인을 대리하여 당시 촛불시위를 주도한 참여연대 등 단체와 주요인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비록 이 소송은 패소하였으나 뿔난 광화문상인 등 일반시민이 불법폭력시위에 대하여 법적 조치로서 경고하였다는 데에 큰 의미를 지니고, 실제로 광우병 촛불시위가 잦아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이었다.
광화문상인의 광우병 촛불시위에서 나타났던 여러 쟁점 등은 이번 세월호 시위에 관한 법률적 관점과 앞으로의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하였던 단체와 인사들은 이번 세월호 국민대책회의나 4․16연대에 참여하고 있고,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서울대학교 수의과 우모 교수와 박모 수의사 및 통상전문 변호사라고 자칭하던 민변의 송모 변호사 등은 지금의 세월호 유가족 중 반정부투쟁에 몰두하고 있는 인물들과 대체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고, 이 시위가 격렬하고 불법․폭력화되는 원인에는 민노총과 전교조가 적극 참여하기 때문인 점도 동일하다. 무엇보다 세월호국민대책회의를 구성하는 단체나 인물들은 용산사태나 노무현 대통령 자살사건, 국정원 댓글사건 당시 관련 국민대책회의가 주도하는 집회․시위 등에서 보여주었듯이 이번에도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와 동일한 상황을 야기하려는 노력에 골몰하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수긍할만한 일이다.
▲ 18일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세월호 시위 모습. 세월호 시위 주최 측 추산 2만 명, 경찰 추산 1만 명이 모였다. 세월호 시위대는 불법폭력시위를 자행했다. /사진=연합뉴스TV 영상캡처 |
대법원은 불법․폭력시위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에 대하여 집회주최자 및 질서유지인의 집회질서유지에 본질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 한계 안에서 질서유지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집회주최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고(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다60022 판결) 또, “그 집회나 시위의 장소, 태양, 내용과 소음 발생의 수단, 방법 및 그 결과 등에 비추어, 집회나 시위의 목적 달성의 범위를 넘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을 발생시킨 경우에는 위법한 위력의 행사로서 정당행위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하여 신고한 옥외집회에서 고성능 확성기 등을 사용하여 소음을 발생시킨 행위가 인근 상인 및 사무실 종사자들에 대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기도 하였다(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도4467 판결).
○ 정리
우리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 것은 오로지 ‘평화적’ 또는 ‘비폭력적’ 집회․시위에 한정되는 것이므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빙자한 폭력행위나 불법행위 등은 헌법적 보호범위를 벗어난 것이 분명하다. 폴리스라인을 벗어난 불법 시위를 경찰이 저지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주장은 범법행위에 대하여 적법하게 공무를 집행하는 공권력이 불법이라는 식의 가당치않은 주장이다. 공권력의 과잉 행사가 있었더라도 불법․폭력 시위 자체가 정당화될 수는 없고, 민주국가에서 시위는 의사표현의 수단인 것이고, 의사관철의 수단이거나 투쟁의 수단이 아닌 것이다. 민주화된 시기 이후의 시위는 과거 군사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 투쟁의 수단으로 화염병과 보도블럭 투척을 정당화하던 시기와 동일할 수 없고, 이를 동일시하는 시각은 그야말로 수구적인 70-80년대 좌파 운동권의 논리를 답습하는 것이다.
이들이 자행하는 주말 도심의 불법폭력시위로 말미암아 이제 주변에 주거하는 시민뿐만 아니라 일반 서울시민들은 더이상 주말 도심지에서 휴식이나 여가를 보낼 수 없게 되고 보행이나 교통에도 큰 불편과 피해를 입게 되었다. 지난 19일 시위에서 현재 시위를 주도하는 세력은 100여명 경찰이 다치게 하고 70여대의 차량이 파손하는 등 폭력성향을 보였고, 게다가 태극기를 불태운 시위참가자의 행위에 대하여도 사실상 동조하고 있는 등 반국가적 성향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의 상황과 같이 국가가 반국가적 폭력적 시위를 정당화하고 선동하는 세력에 대하여 공공질서를 유지하고 제3자인 시민들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한 공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아니한다면, 또 다시 뿔난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사실과 법리 왜곡으로 불법․폭력시위를 주도하는 세력에게 엄중한 경고와 응징 조치를 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헌 변호사(홍익법무법인 구성원변호사, 대한변협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