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지난해 정점을 찍은 농산물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가공식품 물가는 앞으로도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미콜라이프항 소재 포스코인터내셔널 곡물 수출터미널에서 밀이 선박에 선적되는 모습./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1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농산물 물가는 지난 2020년 3분기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지난해 1분기에 최고점에 도달한 후 올해 2분기까지 하향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가공식품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3분기에 2.2%까지 상승한 후 급등추이가 이어져 올해 2분기에는 7.6%까지 확대됐다.
이같은 흐름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상승한 국제곡물 가격이 반영되는 하반기에도 곡물 수입물가 및 가공식품 물가 상승압력으로 지속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곡물 가격 상승이 국내 가공식품 물가상승의 주원인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국제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누적 식품물가 파급영향은 여타 요인의 영향에 비해 크며 제분, 제당, 배합사료, 전분, 당류 순으로 가공식품 물가상승에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국제 원재료 가격이 2년 전 대비 45~65% 상승하면서 동 기간동안 가공식품 물가는 업종별 최대 21.8% 상승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 요인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계는 정부의 지속적인 대응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식품기업 154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전체의 약 60%가 ‘원재로 수급 및 물가 여건’이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이슈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5월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소비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식품에 대해 할당 관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거나 면제하는 등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치솟는 수입물가 수준을 감당키에는 지원 수죽이 미흡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농촌경제연구원 김상효 연구위원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 기후변화 등으로 향후 국제곡물 시장의 위기는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국제 곡물시장 위기는 국내 가공식품 산업의 생산활동 및 물가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근본적 대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대체 원산지 개발, 금융 및 세제지원 등의 정책들은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2022년 2분기 식품 원재료 수입 가격상승률./자료=관세청
김 연구위원은 “곡물자급률 제고, 해외농업개발, 곡물 유통망 진입사업 등은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의 투자가 이뤄져야 그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지난 2007년 에그플레이션 이후 정부가 위기 대응 수단 마련을 위해 추진된 정책이 이후 이어진 국제곡물 가격안정세로 국민적 관심사에서 멀어지면서 재원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해 중장기적 시각에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해 약 반년간 막혔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이 다시 열렸지만, 국제곡물 가격의 국내 수입물가 반영이 통상 3~6개월 정도 걸리며, 수입물가의 소비자물가 반영에도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가공식품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