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연합회가 지난 23일 7월 기준 은행별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를 본격 공시했다. 예대금리차를 비교한 결과, 5대 시중은행에서는 신한은행이, 지방은행에서는 JB전북은행이, 인터넷은행에서는 토스뱅크가 각각 1위로 나타났다.
특히 중·저신용자 대출을 주력하는 이들 은행은 포용금융을 했다는 이유로 1금융권 중 '예대마진을 가장 많이 남긴 은행'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은행연의 최초 공시 이후 '이자장사' 논란으로 은행별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23일 7월 기준 은행별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를 본격 공시했다. 예대금리차를 비교한 결과, 5대 시중은행에서는 신한은행이, 지방은행에서는 JB전북은행이, 인터넷은행에서는 토스뱅크가 각각 1위로 나타났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3일 은행연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1금융권 19개 은행 중 가계예대금리차(가계대출금리-저축성수신금리)가 가장 많은 곳은 전북은행으로 6.33%포인트(p)에 달했다. 뒤이어 토뱅 5.6%p, 광주은행 3.39%p, 케이뱅크 2.46%p, 카카오뱅크 2.33%p 순이었다. 반대로 금리차가 가장 적은 곳은 BNK부산은행으로 0.82%p를 기록했다. 계열사인 BNK경남은행도 0.93%p에 불과했다.
5대 시중은행을 놓고 보면, 신한은행이 1.62%p로 가장 컸다. 뒤이어 NH농협은행·우리은행 1.40%p, KB국민은행 1.38%p, 하나은행 1.04%p 순이었다. 6대 지방은행의 경우 전북은행에 이어 광주은행 3.39%p, DGB대구은행 1.58%p, 제주은행 1.54%p, 경남은행 0.93%p, 부산은행 0.82%p 순이었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토뱅 5.6%p, 케뱅 2.46%p, 카뱅 2.33%p 등으로, 토뱅이 홀로 5%p대를 기록했다.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을 합친 예대금리차는 토뱅이 5.65%p로 가장 컸다. 뒤이어 전북은행 4.59%p, 광주은행 2.5%p, 케뱅 2.45%p, 카뱅 2.33%p 순이었다. 예대금리차가 가장 적은 곳은 KDB산업은행으로 0.53%p에 불과했다. 뒤이어 부산은행 1.08%p, 하나은행·SC제일은행 각 1.1%p 순이었다.
5대 시중은행을 놓고 보면, 농협은행이 1.36%p로 가장 컸다. 뒤이어 우리은행 1.29%p, 국민은행 1.18%p, 신한은행 1.14%p, 하나은행 1.10%p 순이었다. 지방은행의 경우 전북은행, 광주은행에 이어 제주은행 1.75%p, 경남은행 1.73%p, 대구은행 1.62%p, 부산은행 1.08%p 순이었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토뱅 5.65%p, 케뱅 2.45%p, 카뱅 2.33%p 등이다.
'평가기준별 줄세우기'로 은행별 순위가 매겨지면서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예대금리차가 낮은 하나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주요 시중은행들 중 가장 낮은 예대금리차를 보였다"며 "코로나19 재확산 및 소비자 물가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이자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소비자의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이행한 결과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지난 7월 '빅스텝'에 맞춰 총 31종의 예·적금 상품 기본금리를 최대 0.9%p 인상했다. 또 청년·신혼부부 대상 저리 전세대출 공급, 실수요 가계자금대출 고정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 외에도 고금리 개인사업자대출 및 서민금융지원 대출에 대해 각각 최대 1.0%p의 금리를 지원했다. 자발적으로 예금금리는 올리고 대출금리는 인하하는 식으로 소비자 권익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획일적 평가기준에 반발하는 의견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토뱅은 공시 직후 △요구불예금(파킹통장) 미반영 △포용금융 △신용대출 포트폴리오 등 세 가지를 이유로 반박 입장문을 내놨다.
토뱅은 출범 당시인 지난해 10월 아무 조건 없이 파킹통장에 납입된 금액에 2%의 이자를 제공했다. 당시 기준금리는 0.75%로 동결됐는데, 시중은행 수신금리가 바닥수준이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었다. 또 토뱅의 수신자금은 압도적으로 파킹통장에 유입되는데 이번 평가에서는 평가기준의 통일성을 위해 예·적금으로 유입된 자금만 반영했다. 토뱅이 뒤늦게 3%의 금리를 자랑하는 '키워봐요 적금'을 출시했지만, 만기 이전까지는 기본금리 1%만 반영된다. 현재로선 수신금리를 1%만 적용해야 하는 셈이다.
담보대출상품이 전무한 점도 원인으로 꼽혔다. 토뱅은 출범 후 가계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를 위한 사장님대출만 공급하고 있다. 개인의 신용을 기반으로 자금을 내어주는 신용대출 상품들인 탓에 담보물·보증 기반의 대출을 취급하는 경쟁사보다 금리격차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토뱅 관계자는 "카뱅과 케뱅은 전세대출과 주담대가 있는데, (상품) 상단금리가 아무리 높아봐야 신용대출에 비해 훨씬 낮다"며 "보증이고 담보상품인 덕분인데, 우리는 담보대출이 아예 없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은행별 예대금리차 비교/자료=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제공
당국의 요구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린 점도 금리차를 확대하는 주요 요인이다. 3월 말 현재 인터넷은행 포용금융 비중은 카뱅 19.9%, 케뱅 20.2%, 토뱅 31.4%(7월 말 38%)다. 올해 목표치는 카뱅·케뱅 각 25%, 토뱅 42%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설립 조건으로 제도권 은행의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중·저신용자를 위한 포용금융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포용금융에 적극적인 토뱅으로선 이러한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아 '이자장사'의 오명을 무방비로 뒤집어 쓰게 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전북은행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서민금융상품을 공급하고 있어 가계예대금리차가 두드러졌다. 신한은행은 햇살론 등 서민금융에 매년 약 1조원을 공급하고 있고, 전북은행도 '햇살론뱅크', '햇살론youth(유스)'의 비중이 높다.
최초 공시로 은행권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향후 공시 기준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신용점수(CB)를 50점씩 9개로 나눠 금리차를 공시하는 점에 대해 일각에서는 "고객 상황에 맞게 자체 내부심사를 거쳐 대출을 내어주는 만큼 획일적으로 비교하기엔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은행들이 예대금리 공시에 앞서 이를 의식해 예적금 금리를 크게 올리는 식으로 대응했다"며 "은행들이 공시제도에 맞춰서 수치만 조작할 소지가 있어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