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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땅에서 대한민국 청년의 미래를 보다

2015-05-04 06:24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김흥기 교수

지난 4월 27일 저녁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 공항 외부와 로비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여행사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매주 2회씩 한국으로 송출되는 캄보디아 청년들과 그들의 가족들이다. 이마에 깊은 주름이 파인 이들은 부모요 애기를 안고 있는 아낙네는 처자인가 보다.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본즉 이별의 아픔을 나누는 현장인데, 청년들의 눈빛은 희망과 기쁨으로 가득 차 보여서 묘한 대조를 이룬다.

매번 55명 씩 주 2회, 월 8회 송출한다 하니 매월 440명, 매년 약 5천명의 캄보디아 청년들이 한국으로 일하러 간다. 통상 3년 체류한다 하니 약 15,000명이 한국에서 동시에 일하고 있는 셈이 된다. 캄보디아와 한국 국기가 나란히 새겨진 검정색 점퍼를 입은 그들 중 몇 명에게 말을 걸어보니 한국어를 곧 잘한다. 왜 한국에 가려하느냐는 첫 질문에 “난 꿈이 있어요.” 라고 답한다. 마틴 루터킹 목사의 연설과 아바(ABBA)의 노래 제목이 오버랩 된다.

필자가 보기에 캄보디아 청년들은 한국이 그들의 꿈을 실현시켜줄 ‘기회의 땅’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 믿음의 근거가 궁금했다. 한국가면 돈 잘 버느냐고 재차 물었더니 한국에서 일하고 돌아온 캄보디아 근로자들 중에는 번듯한 집도 사고 농사지을 땅도 마련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한국에 가면 돈 번다는 입소문이 나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외국인(특히 저개발국가)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사장님 나빠요~’의 주인공인 못된 한국인 사장의 인권침해에 대한 뉴스보도를 왕왕 접하던 터라 이들과 이런 얘기를 좀 더 나눠보니 적어도 캄보디아 현지에서는 인권침해를 크게 문제로 여기지 않는 듯 했다. 그런 일을 미리 걱정해서 ‘코리안 드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은 없다고 한다.

필자가 며칠간 자원봉사를 하며 둘러 본 캄보디아의 낙후성을 떠올려보니 ‘배고픔과 가난을 극복하는 길’을 찾는 게 이들에게는 당장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빗물을 받아 마시는 건 양반이고 심지어 동물들과 함께 웅덩이에 고인 물을 마시고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밤이면 등유 등불을 키는 현실에서 가난 극복이 최우선의 목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몇 십 년 전 대한민국의 근세사가 그러했기에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3년 전부터 캄보디아에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40세 황 사장. 우리의 ‘빨리 빨리’ 문화가 없는 그곳에서 ‘느림의 삶'을 즐기고 있다. 크메르어를 현지에 와서 일하며 배웠다고 한다. 중국인 여행사가 중국인 식당에만 손님을 모시고 가듯, 자신은 한국인 식당에만 모시고 간다고 한다. 한국인끼리 서로 도와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애국자다. 캄보디아 청년들은 한국에 와서 일하는데 황 사장은 캄보디아에서 창업을 했다. 그의 큰 성공을 확신하며 그의 도전을 응원한다.

   
▲ 캄보디아 청년들은 한국이 그들의 꿈을 실현시켜줄 ‘기회의 땅’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반면 우리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어떠한가? 필자가 보기에 우리 한민족이 이 땅 위에 발붙이고 살아온 이래 지금만큼 우리 민족과 나라의 힘이 큰 적은 없었다.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삼성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기업 브랜드, 한류 문화예술 브랜드. 모두가 파워풀하다. 아직 대다수 국민들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어느덧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한 것이다.

광복 70년인 올해 선진국의 척도 중 하나인 30-50 클럽(국민소득 3만불, 인구 5000만명)에 세계에서 7번째 진입이 유력시 된다. 그렇기에 캄보디아 청년들에게 코리안 드림이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더 이상 캄보디아가 아니기 때문에 같은 전략을 쓰는 것은 불가능 하다.

선진국 진입은 듣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사실상 저성장시대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가 더 이상 ‘뜨는 시장’이 아님을 의미한다. 극심한 청년실업과 냉랭한 체감경기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청년들은 유럽으로 여행을 떠날 것이 아니라 연해주, 중국과 동남아, 우즈베키스탄 등을 둘러보아야 한다. 노인네가 가득한 유럽은 거리와 공원 곳곳이 깨끗하지만 건물은 노후 되고 활력이 없다. 하지만 아이들로 바글바글한 동남아는 못 살고 지저분하지만 성장과 미래가 있는 곳이다. 경영학의 경쟁전략 관점에서 보면 유럽은 ‘지는 시장’이고 중국과 동남아는 ‘뜨는 시장’이다. 경쟁우위에 서려면 첫째 역량(Competences)을 키워서 둘째 뜨는 시장(Markets)으로 가야 한다.

작년 캄보디아에서는 수도 프놈펜 등 캄보디아 주요도시에서 치러지는 한국어능력평가시험(EPS-TOPIK)에 무려 5만 여명이 응시했다고 한다. 인구 1500만 명에 문맹률도 높은 나라에서 한국 하나의 시장을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시험을 치르는 것이니 이 정도면 엄청난 경쟁이라 아니할 수 없다.

1963년 파독광부 500명 모집에 4만 6000명이 지원하던 한국의 실업난 보다는 나은 형편이지만 그래도 마치 조선시대 과거시험 보러가듯 시골에서 짐 싸서 상경하고 부모들은 시험장 문 앞에서 자식들의 합격을 기원하며 장사진을 이룬다.

파독광부와 간호사 그리고 베트남 파병 군인들이 그러했듯이 캄보디아의 청년들은 그들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을 위해 코리안 드림을 꿈꾼다.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해서 고국에 사는 가족들도 잘 살게 해주고 국가를 위해서 일한다. ‘일’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운다.

오늘 대한민국 청년들의 꿈은 무엇이며 그 꿈을 이룰 시장은 어디인가? 스펙 용 토익 점수가 아니라 ‘일’ 하기 위해서 배우고 익힌 ‘실용’언어는 무엇인가? 희망이 늦을 수는 있지만 없을 수는 없다. 길을 잃어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면 등대를 찾을 수 있다. 꿈과 희망은 영혼의 날개이다. 가장 큰 비극은 꿈과 희망을 이루지 못한 게 아니라 실현하고자 하는 꿈과 희망이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 청년들이여 꿈과 희망을 품고 삶을 바라보라. 해외봉사를 다녀보라. 위만 바라보지 말고 아래도 쳐다보라. 한민족의 위대한 역사를 보고 배우고 뜨거운 사명감을 가슴 가득 담아보라. 사명감이 생기는 그 순간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열정이 춤추기 시작한다.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 '태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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