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내 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금리상승기 속 선제적 대출금리 인하로 차주들의 빚부담을 덜어주고 위축된 가계대출 수요를 늘리기 위한 행보다. 일각에서는 은행연합회의 예대금리차 공시에 따른 '낙인효과'가 금리인하에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신한은행은 전날날 △주택담보대출 생활안정자금 △전세자금대출 3종(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 서울보증) △직장인대출 등 개인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를 일제히 인하했다. 주담대 생활안정자금은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 지표금리)와 변동금리(코픽스 지표금리)를 각각 0.2%포인트(p), 0.1%p 감면했다. 전세대출 3종은 (코픽스·금융채 1년·2년(고정))에 대해 일제히 0.2%p 내렸다. 개인신용대출은 상품별로 최고 0.5%p 인하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신한은행 관계자는 "7월에 이미 취약계층을 위해 크게 금리인하를 했고, 당시 계획에 따라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게 됐다"며 "하루 아침에 결정한 내용이 아니라, (계획에 따라) 24일 금리인하를 앞두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2일 가계예대금리차 공시에서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1.62%p를 기록해 '이자장사가 극심하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하지만 7월 금리인하 당시 계획상 연합회 공시일정보다 늦게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서 예대금리차가 두드러졌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실제 신한은행은 7월 초 △5% 초과 주담대 금리 인하 △5년 기한연장을 통한 분할상환금 완화 △금리상한 주담대 약정시 가산금리 면제 △전세대출 2년 고정금리 인하 외에도 취약계층을 위한 '금리 인상기 취약 차주 프로그램'을 단행했다. 뒤이어 지난 16일에는 연리 7% 초과 새희망홀씨대출 등 서민신용대출을 보유 중인 다중채무자에게 1년간 최대 1.5%p의 금리를 인하했다.
신한은행과 더불어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도 금리를 인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 혼합금리(고정금리)형 상품의 금리를 0.2%p 낮추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에도 주담대 금리 최대 0.45%p, 전세대출 금리 최대 0.55%p씩 한시적으로 인하해 연장 적용 중이다.
농협은행은 26일부터 △NH새희망홀씨대출 △NH청년전월세대출에 최대 0.5%p, 0.3%p의 우대금리를 적용할 예정이다. 농업인에 대한 우대금리도 최대 0.3%p로 늘린다.
반대로 수신(예금)금리를 올리는 은행도 포착된다. 케이뱅크는 전날 △코드K 자유적금 △주거래우대 자유적금 △챌린지박스 등 수신상품 3종의 금리를 최대 연 0.8%p 인상했다. 금리 인상에 따라 코드K 자유적금의 금리는 1년 기준 연 2.90%에서 연 3.70%(3년 불입시 연 3.80%)로, 주거래우대 자유적금의 금리는 1년 기준 연 3.20%에서 연 3.90%(3년 불입시 연 4.00%)로 각각 인상됐다. 자동 목돈 모으기 서비스인 '챌린지박스'도 우대금리 0.5%p를 인상해 연 3.5%의 금리를 제공한다.
그 외 카카오뱅크도 지난 4일 예·적금 금리를 최대 0.80%p 올렸다. 파킹통장인 세이프박스의 기본금리는 0.80%p 인상돼 연 2.00%, 26주 적금 금리는 0.50%p 오른 연 3.50%로 조정했다. 정기예금 금리는 0.50~0.60%p 올라 1년 만기 연 3.10%, 3년 만기 연 3.60%로 인상했다. 자유적금 금리는 일괄 0.60%p 인상해 3년 만기 기준 최고 연 4.00%의 금리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카뱅은 수신금리 인상과 함께 대출금리도 최대 0.45%p 인하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11일 '하나의정기예금' 금리를 연 3.40%로 최대 0.15%p 인상했다.
예대금리차 공시를 전후로 은행들이 자발적인 '대출금리 인하, 예금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긍정적인 여론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로선 본의 아니게 '이자마진만 남겨 먹는다'는 프레임에 갇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소비자의 알 권리'로 기획된 예대금리차 공시가 본의 아니게 '은행 줄세우기'로 변모한 까닭이다. 특히 은행업이 '주식회사'라는 점에서 예대금리차가 주주들의 이익에 영향을 주는 만큼, 금리차가 오히려 적어도 문제라는 평가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예대금리차가 적으면 대중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겠지만, 한편으로 주주들이 수익 문제로 반발할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은행마다 벌어들이는 수익구조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단순 공시는 이런 특성을 담지 못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요즘 금리비교 플랫폼이 대세인데 일반 고객이 번거롭게 연합회 사이트에서 목차를 클릭하며 챙겨볼 지 의문"이라며 "대출금리는 주거래은행에서 받는 게 가장 유리한 만큼, 고객들도 이를 참고 용도로만 활용하는 게 낫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신용대출의 경우 리스크가 크고 돈을 회수하지 못하면 채권이 모두 부실화된다"며 "은행업은 리스크가 크면 가산금리를 높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금리대출을 위주로 하는 은행일수록 '은행이 폭리를 취한다'로 보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의식하면 차라리 은행이 중금리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게 낫다"며 "대통령이 예대금리를 언급하며 국정과제에 넣다보니 금융권도 이를 거역할 수 없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세간에 제기된 의혹들을 해명했다. 우선 예대금리차 산정시 요구불예금 제외에 따른 착시현상을 두고 "소비자 입장에서 자산관리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저축과 대출금리를 비교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게 관련기관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매월 예대금리차 산정시 요구불예금을 반영하지 않는 만큼, 이를 제외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수신잔액을 요구불예금으로 대거 마련하는 토스뱅크는 이러한 이유로 7월 가계예대금리차가 5.6%p에 달했다.
중금리대출 등 서민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예대금리차가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신용점수 구간별 대출금리 및 예대금리차를 함께 공시하도록 했고, 평균 신용점수도 함께 공시하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대출 비중도 주기적으로 공시해 오해를 최소화하고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시 대출금리가 실제 개별 소비자에게 적용되는 금리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평균금리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실제 개별 소비자에게 적용되는 금리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개별 소비자가 실제 대출을 받을 때에는 은행, 대출모집인(온·오프라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본인에게 실제 적용되는 금리를 비교·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