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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사장 "신사업 통해 혁신"…젊어지는 현대중공업그룹

2022-09-11 09:39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중공업그룹이 MZ세대를 대표하는 오너 3세인 정기선 HD현대 사장과 함께 젊은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 장남인 정기선 사장은 다른 그룹사 3·4세들과 비교할 때, 비교적 이른 나이부터 유력 후계자로 거론돼 왔다. 부친이 확고한 '소유와 경영 분리' 이념 아래 그룹 경영에서 한 발 물러나 있던 탓이다.

이런 정기선 사장은 신사업과 함께 그룹의 미래방향성을 이끌어가는 주역으로 다음 단계의 현대중공업그룹을 책임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2 CES 프레스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는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지주 대표. /사진=미디어펜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제시한 그룹 비전 '퓨처 빌더'(미래 개척차) 실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이를 적극주도하는 회사는 자율운항 선박 전문기업인 아비커스다. 창립 2년차를 맞은 아비커스는 정 사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글로벌 자율운항 선박 시장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달 100% 자회사 아비커스가 단행하는 1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아비커스는 조달한 자금의 8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20억 원은 시설자금에 쓸 계획이다. 아비커스가 모기업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것은 작년 7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아비커스는 80억 원을 모집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한국조선해양 내 자율운항연구실로 시작한 아비커스는 2020년 회사에서 독립하며 '1호 벤처회사'로 공식 출범했다. 7명이던 아비커스 직원수는 작년 말 기준 4배 가까이 늘어난 29명이 됐다. 

아비커스가 시장 안팎의 주목을 받게 된 배경에는 정기선 사장이 있다. 그는 전통적인 선박 건조사업도 중요하지만, 비(非)조선사업과 미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기술 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선박기자재 애프터서비스(AS) 전문회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 분사가 대표적이다. 

정기선 사장은 2014년부터 현대글로벌서비스 사업의 가능성을 주장했고, 2016년 물적분할시켰다. 정기선 사장은 현대글로벌서비스 초대 대표이사를 맡아 '알짜회사'로 육성시켰다. 2020년에는 로봇기업인 현대로보틱스를 출범시켰다.

아비커스 역시 정기선 사장이 주도한 신사업이다. 설립 직후만 하더라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2'에 참가하며 위상이 달라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CES 참가를 결정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CES에 참여한 역사도 없던 만큼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정기선 사장은 CES에서 그룹 미래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정기선 사장은 "자율주행 선박과 로봇, 해양수소 밸류체인 등 신사업을 강화해 세계 1위 쉽 빌더에서 퓨처 빌더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자율운항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해양모빌리티가 우리의 새 미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아비커스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 회사 아비커스가 16일 경북 포항운하 일원에서 '선박 자율운항 시연회'를 개최했다./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


더욱이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정기선 사장과 동행한 주요 계열사 대표에 포함돼 곁을 지킨 바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부스는 아비커스의 자율운항기술을 중점적으로 전시했고, 프레스컨퍼런스에서는 정기선 사장에 이어 아비커스 엔지니어가 '퓨처 빌더' 관련 비전과 목표를 발표했다.

정기선 사장이 자율운항 선박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미래 성장성이 높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마켓리포츠에 따르면, 자율운항 선박과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6%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28년에는 시장 규모가 2357억 달러(한화 약 30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흑자를 내는 시점도 가시화되고 있다. 임 대표는 지난달 열린 '아비커스 자율운항 시연회'에서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아비커스는 최근 세계 최초로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을 상용화하며 국내선사 2곳과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아비커스의 대형선박용 자율운항 솔루션인 '하이나스 2.0'은 내년 8월부터 총 23척의 대형선박에 순차적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하이나스 2.0은 2020년 개발한 1단계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1.0'에 자율제어 기술이 추가된 것이다. 하이나스 1.0은 총 170여기의 수주고를 올렸고, 인공지능(AI) 기반 항해보조시스템인 '하이바스'는 50여기 수주했다.

특히 아비커스는 대형선박 뿐 아니라 레저보트 등 소형선박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매년 신조되는 레저보트는 20만 척 이상인데 반해, 고부가가치 상선은 500척에도 못 미친다. 글로벌 자율주행 레저보트 시장의 뚜렷한 선발주자도 없다.

재계에서는 아비커스의 성과가 정 사장의 승계 기반 구축과 직·간접적인 연관성을 가진다고 분석한다. 정기선 사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장남이다. 정몽준 이사장은 그룹 지주사 HD현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정기선 사장이 실질적인 오너로서 그룹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유일한 후계자인 만큼, 정기선 사장이 차기 총수가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기선 사장이 시장 안팎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미래사업 토대를 구축하고, 성과를 내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자회사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HD현대 주가부양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정 사장의 승계 작업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부친의 지분을 넘겨받아야 한다. HD현대 최대주주는 정 이사장으로, HD현대 지분율 26.60%를 보유 중이다. 정 사장은 5.26%로, 국민연금공단(7.46%)에 이어 3대주주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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