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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원장 고전특강(63)-플라톤의 이상국가는 법이 바로 선 나라

2015-05-09 08:46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현대는 지식이 넘치는 사회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치관의 혼돈을 겪고 있는 ‘지혜의 가뭄’ 시대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가 복잡화 전문화될수록 시공을 초월한 보편타당한 지혜가 더욱 절실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고전에는 역사에 명멸했던 위대한 지성들의 삶의 애환과 번민, 오류와 진보, 철학적 사유가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고전은 세상을 보는 우리의 시각을 더 넓고 깊게 만들어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고, 지혜의 가뭄을 해소하여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사단법인 행복한 고전읽기’와 ‘미디어펜’은 고전 읽는 문화시민이 넘치는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드는 밀알이 될 <행복한 고전읽기>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박경귀의 행복한 고전읽기(63)- 입법자의 지성이 이상적 법률을 만든다.
플라톤(기원전 427~347)의 <법률>

   
▲ 박경귀 행복한 고전읽기 이사장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하지만 법을 경시하고 오용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요즘의 현실을 보면 우리가 제대로 된 법치를 운용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그곳이 바로 유토피아다. 하지만 현실의 삶은 온갖 법률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국가와 사회를 규율하는 합리적인 법률을 어떻게 만들고 운용할 것인가가 당면의 과제다.

이미 2400년 전에 이상국가를 만들기 위한 법치에 대해 고민했던 이가 바로 플라톤이다. 플라톤의 법치 철학을 집대성한 고전이 바로 <법률>이다. 플라톤의 전체 대화편 43편 중 <국가(Politeia)>와 함께 <법률(Nomoi)>이 최고봉으로 꼽힌다. 이 두 권의 분량이 전체 대화편의 약 30%를 넘을 만큼 그 양이 방대하고 철학의 깊이와 비중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국가>가 50대 플라톤의 열정을 담고 있다면, <법률>은 그의 최후의 역작답게 70대를 넘어서 집필을 시작, 팔순에 생을 마칠 때까지 필을 놓지 않은 원숙한 철학자의 경지가 투영된 대작이다. “플라톤 철학의 전체적 진면목을 달관의 경지에서 보여주는 거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치로 달성하는 차선의 국가

플라톤이 추구했던 이데아(idea)의 세상은 공동선과 전문성, 덕을 갖춘 완벽한 지도자에 의해 통치되는 ‘이상국가’다. 그는 아테네가 전성기를 지나, 펠로폰네소스전쟁에서 스파르타에게 패배하고 몰락해 가는 시점에서 전통적 가치관의 혼돈과 변화의 격류를 보면서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고자 절치부심하며 <국가>를 썼다. 하지만 그리스를 ‘이상국가’로 만들어내고자 했던 그의 철학적 신념과 희구는 스승인 소크라테스를 사형에 처할 만큼 타락한 현실에 부딪혀 좌초되고 만다.

아테네에 환멸을 느낀 플라톤이 약 12년 가까이 메가라, 시칠리아, 북아프리카 등지로 외유를 떠났던 것도 그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철학적 고뇌를 풀어낼 방도를 찾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 오랜 기간의 숙고의 산물이 <법률>이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아테네의 직접 민주정을 군사독재나 금권정치보다 더 나쁜 정체(政體)라고 비판했지만, 말년의 저술인 <법률>에서 완벽한 이상국가 다음의 국가 형태로 법을 우선시하는 민주정체를 설계하게 된다. 결국 합리적 법치로 방종한 직접 민주정의 폐단을 제어할 수 있기를 희구한 셈이다.

플라톤은 법치의 모델을 멀리서 찾지 않았다. 고대 아테네 조상들의 습속과 관행에서 자유와 우애의 균형을 이루던 때를 복원하고자했다. 자연법에 보다 가까웠던 합리적 불문법에 기초하여 새로운 성문법을 설계하고자 했던 것이다. ‘법률’로 옮긴 “헬라스어 nomoi는 nomos의 복수 형태로, nomos가 ‘법’을 뜻하기에 앞서 원래는 ‘관습’, ‘관례’를 뜻하는 말”이었던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불문율로 굳어진 ‘조상 전래의 율법’(partrioi nomoi)이 사회에 구속력을 갖고 있었지만, 국가 체제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인위적 법률의 제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아테네인들은 제우스나 아폴론의 재가를 받는 형식적 절차를 통해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법률에 대한 정당성과 권위를 부여하는 관습이 있었다. <법률>은 변화된 시대적 상황에 맞는 새로운 성문법에 대한 제안을 담고 있으며, 플라톤의 법치의 철학이 짙게 배어있다.

법은 지성의 배분이다.

이 책은 플라톤 자신이라고 할 수 있는 아테네인, 메길로스라 불리는 스파르타인, 클레이니아스라는 크레테인 등 세 명이 크레테의 새로운 가상의 식민지인 마그네시아(Magnesia)의 법률을 입법하기 위한 토론을 통해 법률안을 만든 후에 제우스의 재가를 받으러 떠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세 사람은 각각 아테나, 스파르타, 크레테의 관습이나 관례, 현실의 성문법 등의 가치와 내용을 대변하면서 각자의 인식과 해석의 차이를 좁혀가면서 법률 조문을 성안(成案)해 나간다.

주로 마그네시아의 입법을 위임받은 클레이니아스가 의제를 제기하고, 아테네인이 법률 조문과 입법의 취지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플라톤은 아테네인의 입을 빌어 자신의 국가 통치의 철학과 법률안을 제시한다. 법률은 현실의 분쟁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따라서 법률로 제시되는 해결책은 누구나 납득 가능해야 하고 만족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입법의 목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지혜를 갖춘 ‘진리를 고수하는 입법자’가 필요하다. 플라톤은 지성(nous)을 갖춘 입법자가 만든 ‘최선의 법률’(aristoi nomoi)에 통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복종할 때 이상적 법치가 구현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가 법률은 ‘지성의 배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아테네의 법률을 심의 의결하던 민회(ecclesia)가 열렸던 프닉스(Pnyx) 유적지이다. 아고라 맞은 편 언덕에 있다. 오른쪽 돌계단이 연단이다. 아테네 시민 6천여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큰 공간이다. 맞은편에 아크로폴리스가 보인다. ⓒ박경귀

‘법의 지배’(rule of law)와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

플라톤은 통치자들을 ‘법률에 대한 봉사자(hyperetes)’로 규정했다. 법이 통치자와 권력자에게 휘둘리고 권위를 잃을 경우 나라의 파멸을 가져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법이 통치자의 주인이고, 통치자들은 법의 종들인 곳에서는 구원이 그리고 신들이 나라들에 내주었던 온갖 좋은 것들”이 생긴다고 믿었다. 플라톤의 이런 법치의 철학은 바로 근대적 ‘법의 지배’(rule of law)의 정신의 발현에 다름 아니다.

‘법의 지배’는 법의 원칙에 의해 지배되는 것을 의미한다. 법이 궁극적 목적이 되고 통치자와 모든 사람은 그 법 아래에 놓인다. 따라서 통치자가 법을 자의적 전제권력의 수단으로 활용하여 지배하는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는 전제정치, 전체주의와 친화적이고, ‘법의 지배’(rule of law)는 민주정치와 사법부의 독립 등 삼권 분립의 철학과 보다 잘 어울린다.

이런 점에서 ‘법치’란 동일한 이름과 외양에도 불구하고 동서양이 추구해 온 개념은 극명하게 다르다. 한비자 등 중국의 법가사상은 ‘법에 의한 지배’로써 황제의 전제권력을 공고히 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들보다 100여 년 전에 생존했던 플라톤은 법 위에 군림하는 초월적 군주의 위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군주 1인에 의한 자의적 인치(人治)가 아닌 ‘지성의 배분’으로 확립된 ‘최선의 법률’에 의한 통치를 희구했던 것이다. 이 점이 바로 근대 주권재민과 삼권 분립의 정치철학의 근간에 맥이 닿는 부분이다.

중국의 역대 왕조는 황제의 절대권력 유지를 위해 양유음법(陽儒陰法)을 금과옥조의 통치철학으로 활용했다. 양유음법은 겉으로는 유학의 덕치를 강조하는 듯하면서, 속으로는 가혹한 형벌과 적나라한 폭력정치를 뒷받침한 법가의 사상에 의지하는 통치수법이다. 현대의 중국 공산당 역시 이러한 양유음법의 통치철학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근대 법치의 기본적 구조인 삼권분립조차 제대로 수용하지 않는 상황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설득과 소통을 구현하는 이중적 형식의 법

플라톤이 추구한 ‘법의 지배’(rule of law)는 필연적으로 그 지배의 대상들에게 강제적 방식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설득과 이해를 구하는 방식으로 다가갈 것이 요구된다. 플라톤은 반드시 강제성(ananke)과 설득(peitho)을 혼화(混和)하여 법률을 제정해야 하며, 민중에 대한 교육(paideia)을 통해 사전적으로 충분히 소통할 것을 강조했다.

동양의 법가가 법의 강제성과 위협성을 강조했다면, 플라톤은 설득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췄다. 플라톤이 방대한 <법률>의 기술 내용 중 3분의 2 정도를 법을 입법하게 되는 취지와 입법의 철학을 어떻게 구현하며 시민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채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플라톤은 이런 차원에서 입법을 할 때에는 “입법자가 법으로 공포하는 것을 받아들이게 될 사람이 호감을 갖고 받아들이도록 그리고 호감으로 해서 더 쉽게 알아듣도록 하기 위해서” 법의 본문(logos)이 아닌 충분한 분량의 설득적인(peisitkon) 전문(前文, prooimim)이 기술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대의 법체계에서는 대개 헌법에 전문이 수반되는데 이 또한 플라톤의 입법 방식의 수용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플라톤은 모든 법률 조문마다 전문이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대한 법률은 반드시 전문으로 시작되어야 완전한 법률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차원에서 플라톤은 단순히 법조문을 제시하는 것을 ‘단순한 형식의 법'(ho haplous nomos)’으로, 설득적 전문이 포함된 법 형식을 ‘이중적 형식의 법'(ho diplous nomos)으로 구분했다.

   
▲ 아테네 학술원 앞의 플라톤 좌상, ⓒ박경귀

그 활용의 예를 살펴보자. 현대의 우리들에게도 결혼과 출산의 장려가 큰 사회적 정책 이슈가 되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역시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은 중요한 시민의 덕목이었다. 플라톤은 결혼과 출산을 권장하는 법률을 두 가지 방식으로 보여준다.

먼저 ‘단순한 형식의 법’은 이렇게 만들어 질 수 있다. “개인은 30세가 되면 35세까지는 혼인을 할 것,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벌금과 불명예에 의한 처벌을 받을 것임. 벌금은 얼마 얼마이며 불명예는 무엇 무엇임.”

반면에 ‘이중적 형식의 법’의 입법 조문은 색다르다.

“개인은 30세가 되면 35세까지는 혼인을 할 것, 유념할 것은 인류가 어떤 본성에 의해서 불사성(不死性: athanasia)에 관여(참여)하는 방식이 그것이며, 또한 이에 대한 온갖 욕구를 모두가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것이니라.

유명해지며 죽어서 이름 없이 묻히지 않는 것이 그런 것에 대한 욕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들의 종족은 모든 시간과 함께 묶이어 있으니, 모든 시간이 끝까지 인류에 동반하고 있으며 또한 동반할 것이다. 아이들의 아이들을, 언제나 같은 하나인 것인 것을 남기는 이 방식으로, 곧 출산에 의해서 불사성에 관여(참여)할지니라. 그러니 자의로 저에게서 이를 앗음은 결코 경건하지 못한 일이거니와, 자식들과 아내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이라면, 의도적으로 그걸 앗는 것이다.

따라서 법에 복종하는 자는 벌을 받지 않고 자유로울 것이나, 반대로 불복하는 자는, 즉 35세가 되어서도 혼인을 하지 않는 자는 해마다 얼마 얼마를 벌금으로 내게 하라. 독신 생활이 자신에게 이득과 편함을 가져다주리라고 생각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그 나라에서 젊은 연배의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연장인 사람들을 그때마다 존경해 주는 그런 면도 누리지 못하게 하라.”

법률안이 단순히 '35세까지 결혼하라 그렇지 않으면 벌금을 내라'고 강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결혼을 통해 자녀를 낳는 일이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이 영원히 사는 불사에 참여하는 경건한 일이며, 이런 책무를 수행하는 자만이 존경과 명예를 누릴 자격이 있다며, 설득(peitho)과 강제력(bia)을 병행하고 있어 흥미롭다. 단순한 형식의 법보다 훨씬 호소력이 있지 않은가?

이렇듯 플라톤은 ‘이중적 형식의 법’에 의한 결혼 및 출산 장려법안에서 입법의 당위성과 중요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면서, 혼인과 출산이 공동체 시민으로서의 으뜸의 덕목이고 국가를 유지 발전시키는 중대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플라톤은 설득과 강제를 혼화한 이러한 방식의 입법을 ‘최선의 법률’로 본 것이다.

민주적 법질서와 공동체의 윤리

플라톤은 입법 이전에 국가의 최선의 통치체제와 통치의 조건들에 대해 먼저 숙고했다. 특히 ‘법의 지배’를 위해 통치자에게 과도한 권력을 부여하는 것을 크게 경계했다. 알맞은 정도(적도, 適度: to metrion)로 통치 권력을 제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인 통치 체제가 되었을 때 초래하는 자유와 우애의 위축을 우려했던 것이다. 스파르타가 2명의 왕을 선출하고, 거기에 에포로스(ephoros)라는 5명의 ‘국정감독관’을 두어 왕의 국법에 따른 통치를 감독하고 견제하도록 했던 것도 이런 철학과 취지가 같다.

플라톤은 ‘훌륭한 법질서’(eunomia)를 위해 시민들 간에 자유(eleutheria)와 우애(philia) 그리고 지성(nous)의 공유(koinonia)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덕(arete)을 쌓기 위해 지혜와 절제가 요구되었고, 자연히 이를 함양시키기 위한 시민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플라톤의 입법안은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이념과 가치 그리고 유지해야 할 질서의 틀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 있다.

교육과 학습에 관한 법률을 상세히 규정하고, 축제에 관련한 법률도 지나친 쾌락의 추구나 방종으로 흐르지 않도록 규율했다. 토지 및 가축 등 사유재산권의 침해에 대한 합리적 보호와 침해 시 충분한 보상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점도 주목을 끈다.

특히 반역자와 신전 약탈자, 법률을 강제로 무너뜨리는 자에 대해서는 추방이나 사형 등 엄벌에 처하도록 하고, 모든 범죄에 대해 고의성의 여부에 따라 형량을 달리 규정했다. 또 과실(過失)에 대해서는 최대한 관용을 유지하되, 자발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형량을 무겁게 제시했다. 이는 사회적 교육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측면에도 기인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로써 시민교육을 통한 범죄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환기하는 취지가 깔려있는 듯싶다.

아울러 플라톤은 부모 공경의 덕목을 해치는 존속 구타, 학대, 살인 등의 패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영원한 추방과 사형 등 엄벌에 처하도록 했다. 또 이를 목격하고도 가해자를 제지하거나 피해자를 돕지 않은 경우에도 태형, 추방 등으로 강력하게 처벌하여 시민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회 윤리의 수호를 위한 사회적 책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플라톤이 꿈꾼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참된 의미의 ‘철인 통치자(philosiphosbasileus)’가 절대적 권력을 확보했을 때나 기대할 수 있는 ‘아름다운 나라’(kallipolis)는 아니다. 이런 나라는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결국 플라톤은 ‘철인 통치자’에 의한 권력남용의 위험성을 내포한 ‘최선의 나라’보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차선의 나라’를 구상하게 된 것이다.

플라톤의 <법률>은 실현 불가능한 ‘이상국가’가 아닌 ‘훌륭한 법질서’(eunomia)를 통한 차선의 ‘아름다운 나라’(kallipolis)를 구현하려 했다는 점에서 근대적 법치(rule of law)의 초석을 다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의 법률은 ‘지성의 배분’의 의해 만들어진 ‘훌륭한 법질서’일까? 통치자들은 ‘법률에 대한 봉사자’란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국가는 공동체가 추구해야할 가치와 질서를 존중하기 위한 민주시민교육을 방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의 국회의원들은 최선의 법률을 만들 지성을 갖추고 있을까? 우리의 입법자들은 신성한 입법권을 무기로 국가의 여러 영역에서 전제적 권력을 과도하게 행사하고 있다. 이른바 '과잉통제(over-government)’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통제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수한 '거래 비용’이 바로 부패다.

우리의 국회의원들은 이익집단에 포획되어 그들에게 우호적인 입법을 안겨줌으로써 이에 상응하는 경제적 반대급부를 추구하는데 길들여져 있는 것은 아닐까? 국회의원들의 부패행위가 끊이지 않는 것이 이의 입증하고 있지 않는가. 성찰해 볼 대목이 꼬리를 문다. 합리적 법치를 통한 이상국가를 만드는 답안은 우리 손 안에 있다. 실천이 문제다. /박경귀 사단법인 행복한 고전읽기 이사장,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 ☛추천도서: 『법률』, 플라톤 지음, 박종현 역주, 서광사(2012, 2쇄), 10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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