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해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빌려 만기연장을 앞둔 직장인 A씨. 대출 당시 만기일시상환 방식으로 1년 간 이자만 내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A씨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는 은행 안내에 따라 최근 몇 개월 동안 많은 이자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대출상품의 '최저금리'에만 현혹돼 신용대출에 사용되는 '금융채 만기'를 꼼꼼히 살피지 않은 탓이다.
최근 미국발 대규모 금리상승 여파로 우리나라도 금리가 급등한다는 소식을 접한 A씨는 타행으로 대출 갈아타기(대환)까지 생각하고 있다. 당분간 대규모 금리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금융소비자들이 금융채 만기를 선택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22일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2.25~2.50%에서 3.00~3.25%로 올라섰다. 우리나라의 현행 기준금리 연 2.25%를 넘어섰다.
미국의 거침 없는 금리 인상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다음달 우리나라도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인상)'을 밟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내달 14일과 11월 24일 두 차례만 남은 상태다.
미국이 지난 22일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서, 우리나라도 '빅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규모 금리 인상 우려 소식에 금융채 금리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금융채 금리는 3개월물 2.70%, 6개월물 3.12%, 12개월물 3.50%를 기록했다. /사진=김상문 기자
금리 발작에 채권금리도 요동치고 있다. 특히 신용대출 상품의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금융채 금리는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매달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5일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금융채(KORIBOR) 3·6·12개월물 금리는 지난해 5월까지 모두 0.6~0.8%대에 형성돼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6월부터 1년물이 1.04%로 뛰었고, 10월에는 세 기간 모두 1%대에 진입했다. 당시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부상했고, 한은이 뒤늦게 8월과 11월 금리를 각각 0.25%p 인상하면서 충격이 시장에 고스란히 전달된 여파다.
올해 금리상승 폭은 더욱 가파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데다,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경기침체), 고물가를 막기 위한 미국의 대규모 금리인상 등이 복합 작용한 탓이다. 특히 지난 5월 1.74% 1.94%로 1%대를 유지했던 3개월물과 6개월물 금리도 6월부터 2.08%, 2.37%로 크게 치솟았다.
지난달 금융채 금리는 3개월물 2.70%, 6개월물 3.12%, 12개월물 3.50%를 기록했다. 금리인상이 본격화된 지난해 6월에 견주면 3개월물은 2.05%p, 6개월물은 2.40%p, 12개월물은 2.46%p 각각 급등한 셈이다. 한은이 당분간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금융채 금리는 계속 오를 전망이다.
2020년 1월~2022년 8월 기준 금융채 3·6·12개월물 금리./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캡처화면
거듭된 금리인상 소식에 단기물로 신용대출을 일으켰던 금융소비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담보물을 기반으로 하는 주택담보대출 등과 달리 신용대출은 개인의 신용을 기반으로 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최근 은행권이 시장금리 인상을 대출상품에 반영하다 '이자장사' 논란에 시달리면서 대출금리를 자체 인하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금리가 수시로 급변하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일부 은행이 마케팅 수단으로 '업계 최저금리'를 내세우는 점을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대출은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합산하는데, 고객 신용점수에 따라 차등적이다. 기준금리는 금융채 3·6·12개월 중 선택할 수 있다.
3개월물은 3개월 주기로 금리 변동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신규로 신용대출을 일으키거나 기존 대출을 재연장할 때 가장 낮은 금리를 적용할 수 있고, 기준금리가 동결이거나 인하할 조짐을 보이면 즉각 반영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요즘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상승 직격탄을 분기마다 맞을 수 있어 선택에 주의가 요구된다.
반대로 12개월물은 대출 신청을 일으킬 당시의 12개월물 금리를 1년간 기준금리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고정금리 방식인 만큼, 금융소비자가 자금관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다만 1~2년 전처럼 기준금리가 최저 수준일 때에는 더 많은 이자비용을 지불해야 해 3개월물보다 불리하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상품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KB 직장인든든 신용대출)은 3·6·12개월 중 선택할 수 있으며, 금리는 이날 현재 연 4.96~6.47%에 형성돼 있다. 신한은행(쏠편한 직장인대출S)은 6·12개월 중 선택할 수 있으며, 금리는 연 6.28~7.69%다.
하나은행(하나원큐신용대출 우량)은 6개월물을 기반으로 하며, 금리는 연 4.976~5.576%에 형성돼 있다. 우리은행(우리 WON플러스 직장인대출)은 6·12개월 중 선택할 수 있으며, 금리는 연 4.75~6.57%다. NH농협은행(샐러리맨우대대출)은 6·12개월 중 선택할 수 있으며, 금리는 연 3.44~6.34%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케이뱅크가 3개월물만 취급하며 연 4.52~9.04%를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3·12개월 중 선택할 수 있으며, 3개월물 금리는 연 4.357~7.577%다. 토스뱅크는 3·6·12개월 중 선택할 수 있으며, 금리는 연 4.94~15.00%를 기록하고 있다.
'합리적인' 신용대출 금리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에 달렸다. 변동금리의 리스크를 떠안고 최저금리를 지향한다면 3·6개월물을, 리스크 회피비용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안정적인 비용관리를 지향한다면 12개월물을 선택하는 게 최선인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기준금리+가산금리인데, 기준금리가 1.75% 2% 수준으로 오른 상황이라 (최저 5%대 이상의 금리는) 당연하다"며 "당분간 기준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돼 고금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우려하는 (3개월물)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금리가 내려갈 땐 즉각적으로 내려간다"며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따지긴 어렵고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과 같은 금리 인상기에 고정금리를 가져가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의 선택은 (한국은행 자료를 봐도) 변동금리가 많은 편이다"며 "당장 금리가 오른다고 하지만 언제까지 오를 지 모르고, 미국 경제, 러-우 전쟁, 국제유가 등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