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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화들짝 영끌족…신용대출 상환건수 8개월만에 전년수준

2022-10-18 14:08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올해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중도상환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급등으로 이자부담이 커지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을 중심으로 대출 상환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한편으로 대출 규모가 큰 주택담보대출의 중도상환 건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환'을 중요시 하는 대출자(차주)들이 당장 갚을 수 있는 빚부터 갚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올해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중도상환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급등으로 이자부담이 커지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을 중심으로 대출 상환을 서두르는 모습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중도상환 건수(상환수수료)는 33만 7408건(109억원)으로 집계됐다. 약 8개월만에 지난해 34만 170건(138억원)에 버금가는 수치를 기록한 셈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10만 3136건으로 가장 많았고, 농협은행이 9만 5775건, 국민은행이 7만 495건, 신한은행이 4만 5995건, 하나은행이 2만 2007건 등으로 나타났다. 

상환수수료 수익은 국민은행이 3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 23억원, 하나은행 20억원, 농협은행 17억원, 신한은행 12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8년 43만 4499건(185억원), 2019년 45만 8435건(190억원), 2020년 43만 5010건(189억원), 2021년 34만 170건(138억원), 올해 1∼8월 33만 7408건(109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올해 중도상환건수를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4만 2176건으로, 지난해 2만 8347건 대비 약 149% 폭증했다. 월평균 중도상환건수가 4만건을 넘어선 건 올해가 처음인데, 상환 건수가 급증하는 만큼 연말께 은행권이 취할 수수료 수익도 커질 전망이다.  

신용대출 상환 급증은 가파른 금리인상에 대처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인상)'을 단행하면서 신용대출 금리상단은 연 7% 돌파를 앞두고 있다. 

특히 전날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8월 2.96%보다 0.44%p 높은 3.40%로 집계됐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시중은행이 예·적금이나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 금리로, 신용대출의 준거금리로도 활용된다. 

반면 주담대 중도상환 규모는 매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1~8월 5대 은행의 주담대 중도상환 건수(상환수수료)는 16만 1230건(389억원)으로 지난해 27만 2979건(744억원)에 크게 못미쳤다. 은행별로 우리은행이 3만 9411건으로 가장 많았고, 농협은행이 3만 4122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국민은행 3만 3314건, 하나은행 3만 133건, 신한은행 2만 4250건 순으로 나타났다. 

상환수수료 수익은 국민은행이 신용대출에 이어 10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 80억원, 하나은행 74억원, 신한은행 65억원, 농협은행 61억원 순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42만 1662건(985억원), 2019년 39만 6087건(1031억원), 2020년 39만 1889건(1069억원), 2021년 27만 2979건(744억원), 올해 1~8월 16만 1230건(389억원)에 그쳤다. 신용대출에 비해 상환건수가 매년 줄어드는 셈이다. 

주담대 상환이 지지부진한 건 복합적이다. 주택가격이 폭등했던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담보물의 가치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으로 부채상환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빚을 '즉각 갚는 것'이라는 시각보다 '지렛대(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던 것이다. 영끌투자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일부 2030 세대들은 갈수록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는 '체증식 상환'을 택한 것도 이런 점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주담대 규모가 천문학적인 데다, 즉각 갚아야 하는 신용대출까지 끌어 쓴 탓에 상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는 것.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도 발목을 잡는다. 전날 기준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50~6.09%,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연 5.01~7.01%에 육박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거듭되는 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유행한 영끌족, 빚투족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는 만큼, 최우선적으로 신용대출을 상환하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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