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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대출 가산금리에 예보료 부과 불합리"…역대급 실적 은행권 '유구무언'

2022-10-25 11:41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은행의 대출 가산금리 산정 시 예금보험료(예보료)와 지급준비예치금(지준예치금) 등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객이 은행에 자금을 예치하기 위해 내는 보험료 성격의 비용이 대출 가산금리에 반영되는 건 부적절하다는 시각이다. 

금감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은행권은 "은행이 고객을 대신해 납부하는 예보료를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못할 경우 궁극적으로 예금이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은행의 대출 가산금리 산정 시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예치금 등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11일 정무위 국감에서의 이복현 금감원장./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종합 국감에서 '은행들이 대출 이자에 예금보험료 등을 넣고 가산금리 등으로 대출 차주를 봉으로 여기고 있다'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고 우리도 공감한다"며 은행의 이자 산정 및 가산금리 체계를 개선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이 원장은 "여신이 아니라 수신 쪽의 원인으로 인한 비용을 은행이 가산금리 형태로 부담하는 데 대해 문제의식이 있어 지급준비금이나 예보료는 가산금리에서 빼서 산정하는 것 등을 정책 방향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출과 원가로 보자면 수익의 어떤 부분을 반영할지 은행과 조정할 부분이 있어 얘기 중"이라며 "금융위원회와 이자 산정체계 적정성을 점검하고 그 과정에서 은행의 가산금리 팩트를 분석한 바 있어 개선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하반기에도 검사 계획이 있어 진행 과정에서 반영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이 향후 은행들에 대한 검사에서 이자 산정 및 가산 금리 체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원장의 전날 발언에 은행권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표명하면서도,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은행권이 금리인상 호재로 역대급 실적을 경신한 데다, 이자비용 급증으로 민심이 흉흉한 만큼,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표출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 원장의 발언에 대해) 우리가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대중 정서가 좋지 못하고, 실적을 예측하는 곳에서 은행 실적이 좋다는 의견이 계속 나오는데 4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금감원도 은행이 반박하지 못할 것을 고려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수익이 좋아지고 있어서 은행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차 떼고 포 뗀 후에 금리가 정상화됐을 때 은행 수익성이 나빠지면 그 때는 왜 나쁜지 비판하는 의견들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도 은행권의 가산금리 집계를 들여다 봤을 것인데, 지금까지 아무말도 안 하지 않았느냐"며 "가산금리 체계에 문제 있다고 해서 몇 개 은행을 징계하고 있었는데 그때 아무 말 안하다가 국회의원이 말하니까 문제라고 하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임기응변'식 대처라는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가산금리는 예보료, 지준예치금을 비롯해 업무원가, 신용리스크프리미엄, 마진 등 다양하게 구성된다. 은행으로선 고객 법적부담금인 예보료와 지준예치금을 대납해주는 만큼, 이를 대출금리에서 제외해도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예보료와 지준예치금의 경우 고객들이 부담해야 할 법적비용인 만큼, 이를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면 고객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으로 예보료는 고객이 예금에 가입했을 때 향후 은행이 부도날 가능성에 대비해 보험 성격으로 가입하는 비용이다. 은행은 대출을 제공할 때 고객 예금 일부를 떼어 제공하는 만큼, 고객들이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에서 예보료를 받는다는 게 의아할 수 있겠지만, 대출을 취급할 때 은행이 고객의 예금 일부를 예치해야 하는데, 거기서 발생하는 비용이다"며 "고객이 부담하는 법적비용인 만큼 법적으로 못하게 할 경우, 예금이자에서 빼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은행이 고객을 대신해 사전에 원천징수하는 비용인 만큼, 예금고객들이 수취할 수 있는 최종 이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덧붙여 그는 "예보가 예금자보호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린다 하는데 담보해야 할 금액이 커지는 만큼, 예보료도 늘어날 것이다"며 "이자에 예보료가 포함되니 실제 수령하는 이자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예금자의 혜택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은행권은 새로운 대출금리 산정기준을 이미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은행권과 논의를 거쳐 대출금리 모범기준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께 새로운 기준이 도입될 것이라는 후문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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