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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취약차주 부상 '주담대·청년층'…"정책금융, 상환능력 따라 제공해야"

2022-10-31 13:18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가계대출 위험성이 취약대출자(차주)를 너머 주택담보대출 보유자와 청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이들의 부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추가 금융지원 및 상환유예 등을 펼치고 있지만, 현 정책금융이 도리어 상환부담만 더 지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상승기의 취약차주 부실관리 정책체계에 관한 소고' 제하의 논단을 통해 "그동안 주로 저신용·저소득층에 국한됐던 가계대출 취약성이 최근 빠르게 금리가 상승하면서 일부 주담대 보유층과 청년층으로 확산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가계대출 위험성이 취약대출자(차주)를 너머 주택담보대출 보유자와 청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급격한 금리상승은 가장 큰 문제다. 오 연구위원이 금리리스크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대입해 DSR가 40% 이상인 취약차주 비중을 분석한 결과, 6월 기준 비중은 전체의 18.0%로 추산됐다. 소득분위로는 저소득층(1분위)이 22.9%, 고소득층(5분위)이 10.1%로 소득이 높을수록 감소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1.1%, 30대가 15.9%, 40·50·60대 이상은 각각 18%대로, 40대 이상의 비교군에서 취약성이 높게 나타났다. 주담대 보유자와 미보유자를 놓고 보면, 보유자 20.6% 미보유자 16.9%로, 보유자의 취약성이 더욱 높았다. 

문제는 기준금리가 변동금리형 대출금리에 모두 반영될 시점에는 취약차주 비중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평균 대출금리가 일괄 1%포인트(p) 상승할 경우, 전체 차주 중 취약차주 비중은 20.2%로 2.1%p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담대 보유자를 중심으로 취약성이 두드러졌는데, 보유자의 취약차주 비중은 4.6%p, 미보유자는 1.2%p 각각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 20대가 27.0%에서 33.1%로, 30대가 23.2%에서 29.8%로, 40대가 21.4%에서 26.8%로, 50대가 19.5%에서 23.3%로 각각 증가했다. 미보유자의 연령대별 증가폭이 약 1~2% 내외인 점에 견주면 상당한 격차다.   

취약성이 두드러지는 계층은 △저소득층 △주담대 등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킨 자산보유계층 △청년층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산보유계층은 금리상승에 따른 취약 가중도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출을 통해 부동산·금융자산 등을 무리하게 매입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빚투(빚내어 투자)'족이 대표적이다. 

또 연령별로 놓고 보면 청년층의 취약성이 컸다. 평균적으로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취약도가 30대 이하보다 높은 편인데, 주담대 보유층으로 한정하면 평균소득이 낮은 청년층이 더욱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놓고 볼 때 현재의 추가 금융지원 및 상환유예 정책은 제고돼야 한다는 게 오 연구위원의 제언이다. 코로나19 위기에 정부가 한시적인 금리감면·상환유예책 등을 펼쳤지만, 오히려 이러한 정책들이 채무부담을 가중하고, 원리금상환을 미루게 되는 까닭이다. 사실상 근본적 해결방안은 아니라는 것. 

이에 차주 특성·계층별로 구분해 금융지원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저신용·저소득층의 경우 갚을 능력이 있는 차주에게 금융지원을 지속하되, 그렇지 못하는 차주에게는 신용회복지원이나 복지 프로그램을 연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주담대 보유층에 대한 정책지원은 금리등락에 따라 대출자의 상환능력이 급변하는 만큼, 지원대상을 좀 더 명확하게 선별할 수 있는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금리 시기에는 통상 주택가격이 오르고 상환부담도 덜한 만큼,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 선별·지원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층의 경우 대출을 통한 자산형성에 정책 목적이 맞춰져 있는 만큼, 중장기적 시계에서 미래소득 흐름과 경제여건 등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코로나19로 금융지원을 받았던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경우 만기연장·상환유예 방식을 고수하기 보다, 채무조정 등 부채정리 중심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리 상승기에 유예조치만 펼치면 상환부담이 커지는 까닭이다. 

나아가 오 연구위원은 부채위험을 현재처럼 양적 지원으로 끌어안기 보다, 채무 경감 및 상환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는 대출자의 실질적 상환능력에 따라 자금을 내어줘야 한다는 평가다. 

그는 "앞으로는 차주의 실질적 상환능력에 기반해 보다 선별적으로 정책자금을 공급하는 등 질적 측면의 개선에 더욱 방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현재처럼 소득과 연령 등 외견상 기준으로 지원대상을 선정하는 체계에서 구체적인 차주 정보와 상황 등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 상환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금리 상승으로 취약차주의 취약성이 가중되는 현 상황에서 정책금융 지원대상에 대한 선별 기준이 달라져야 할 필요는 없는 지 검토할 시점"이라며 "공급 대상 중심의 선별 체계에서 부실관리 중심의 선별 체계 구축을 위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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