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17일 최선희 외무상 명의로 한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 내용을 비판한 뒤 8일만에 탄도미사일 발사를 재개했다. 최 외무상은 지난 13일 한미일 3국 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에 담긴 확장억제 강화 공약을 비난했다.
한미일 정상 성명에는 “바이든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일본에 대해 핵을 포함해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 제공 공약을 재확인했고, 역내 안보환경이 엄중해질수록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공약은 강력해질 뿐이라는 점을 재확인한다”라고 돼있다.
이에 대해 최 외무상은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할수록, 한반도와 지역에서 도발적이며 허세적인 군사활동을 강화할수록, 그에 정비례해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며, 그것은 미국과 추종세력들에게 보다 엄중하고 현실적이며 불가피한 위협으로 다가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외무상은 이날 미국의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 및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미국과 동맹국들에 보다 큰 불안정을 불러오는 우매한 짓”이라면서 “미국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런 북한 외무상 담화가 나온 직후 북한은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1발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10시48분경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며 “비행거리 약 240㎞, 고도 약 47㎞, 속도 약 마하 4로 탐지했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전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해군 이지스구축함 각 1척과 탐지자산 등을 동원한 미사일방어훈련을 진행했다. 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미 공군의 정찰기 RC-135V ‘리벳 조인트’가 중부지방 상공에 출격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서다.
최선희 외무상이 취임 이후 낸 첫 담화를 내면서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을 비난한 것을 볼 때 앞으로도 북한은 한미의 연합군사활동에 무력도발로 대응하는 것은 물론 정상 성명 발표 등 여론조성에도 일일이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직접 지도에 따라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 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25일 전했다. 2022.3.25./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북한이 강대강, 정면승부 원칙을 다시 명확히 하면서 한미일 연합 대응에 맞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선희 외무상 담화는 한미일 3국의 군사협력 및 확장억제력 강화 합의에 대한 첫번째 공식적인 경고이자 미국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경고 메시지 발신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은 한미일 3국간 군사협력 및 확장억제력 강화 등에 대해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더욱 안보불안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맞대응하는 강대강, 정면승부 원칙을 다시 명확하게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이어 “이런 맥락에서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긴장을 일상화하는 군사도발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최선희 담화 직후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안보위기의 일상화를 통해 한미일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군사적 대응과 관련해 주도권을 절대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의 다음 도발과 관련해 임 교수는 “7차 핵실험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신뢰관계 등을 최대한 고려해서 단행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내년 초 한미, 한미일 군사훈련 동향과 수위 등에 비례적으로 맞대응하는 수단으로서 안보위기 고조를 극대화하는 수단의 하나로 핵실험 카드를 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대진 원주한라대교수는 “최선희 담화는 북한이 현재 유지 중인 강대강 기조에 대한 지속적인 북측의 명분쌓기이자 다음 대치 국면에 대한 징검다리용 담화”라며 “이번 다자정상회의 기간 중 국면전환의 출구가 제시되지 않은 가운데 한미일 협력구도에 대한 적극적인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도발 준비 움직임과 관련해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17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엔진시험대에서 대규모 공사가 시작됐다고 도보했다. 38노스는 지난 10월 24일과 11월 14일 위성사진을 비교해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3월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한 뒤 지금까지 로켓발사대 점검, 터널 건축, 발사통제소 철거, 새시설 건립, 단지 안팎에 새 도로 건설 등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