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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금리에 뭉칫돈 몰리지만…웃을 수만 없는 은행 왜?

2022-11-18 12:09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잇단 기준금리 인상에 힘입어 시중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달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도 800조원을 돌파했다. 대내외 금리인상 여파로 주식·가상자산 시장이 연일 부진을 면치 못하자, 시중 유동자금이 은행권에 쏠리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같은 은행권 자금 쏠림에 금융당국이 '과도한 자금조달 경쟁을 자제하라'고 요청하면서, 은행권을 중심으로 볼멘소리도 나온다. 당국의 지나친 개입으로 은행들이 자금조달에 애로를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잇단 기준금리 인상에 힘입어 시중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달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도 800조원을 돌파했다. 한편으로 은행권 자금쏠림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과도한 자금조달 경쟁을 자제하라'고 요청하면서, 은행권을 중심으로 볼멘소리도 나온다. /사진=김상문 기자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최근 5%대를 돌파하면서 10월 정기예금 잔액이 808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 760조 5000억원 대비 약 47조 7000억원 증가한 셈이다. 수십억, 수백억원의 뭉칫돈을 보유한 자산가들도 은행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자금용도에 따라 짧게 가입하는 고객도 많지만, 1년만 넣어도 금리가 거의 연 5%는 나오다보니 대부분 1년물을 많이 선택하고 있다"며 "정기예금 증가 폭이 과거보다 크게 증가해서 인기가 상당하다는 걸 느낀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수신(예·적금)금리 인상 요인은 복합적이다. 업계가 추정하는 금리인상 요인은 △대내외 금리인상 △기업대출 확대를 위한 자금조달 △은행채 발행 중단에 따른 자금조달 등이다. 우선 미국발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도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만큼 예금금리도 상향조정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레고랜드·한전 사태로 국내 기업들이 회사채시장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은행들은 급증한 기업대출을 수용하려면, 자금조달을 위해 예금금리를 필연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기업대출 때문 만은 아니지만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회사채 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기업들이) 아무리 고금리로 채권을 발행해도 안 되다 보니, 금리가 높아도 은행에서 빌리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당국이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해 은행권을 상대로 은행채 발행을 중단해줄 것을 권고하면서, 은행들의 자금조달은 예금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들이 채권 발행을 정상적으로 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좋지 않은 기업들보다 우수한 은행으로 자금이 쏠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당국은 회사채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은행채 발행 자제를 요청한 상태다. 이후 은행들도 채권 발행을 하지 않는 모양새다. 은행들로선 은행채 발행이 상환기간도 길고, 금리조건도 유리해 자금조달에 최적의 옵션이지만, 당국 요청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은행들로선 고객들의 예금유치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인데, 이마저도 당국이 제동을 걸고 있다.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상이 가파르면서 제2금융권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20개 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은행으로 자금이 쏠려 제2금융권 등에서 유동성 부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것이 불가피하나 은행들이 금리 상승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경제에 부담을 줄일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했다. 과도한 예·적금 금리인상을 간접적으로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뒤이어 지난 14일에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은행권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은행권에 자금조달 경쟁 자제를 당부했다. 예금금리 인상 경쟁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면, 저축은행이 대출금리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어 취약차주의 대출금리 부담으로 이어지는 까닭이다. 

당국이 은행들의 자금조달 수단을 모두 봉쇄하면서, 일각에서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당국 지도에 따라 은행들이 예대금리차 공시부터 각종 규제를 따랐을 뿐인데, 사후 발생한 부작용을 모두 은행이 짊어져야 하는 까닭이다. 

한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을 못하는 것은 기업 신용도가 안 좋아서인데, 은행 신용도가 좋은 게 잘못인가"라며 "신용도 좋은 회사의 발행을 자제하면 상대적으로 정크펀드에 투자하라는 얘기 밖에 안 되지 않느냐. 당국의 모순이 한두 개가 아니다.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논리에 맞는 가격경쟁이 아니라 정치적 논리로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금리를 올리니까 2금융권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예금금리를 올리지 마라는 이상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당국이 최소한의 가이드만 줘야 하는데, 너무 직접적으로 발언해서 문제가 됐던 것 같다. 시장에 맡겨서 자연스럽게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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