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미국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상이 거듭되는 가운데, 금리인상 여파로 가계와 기업을 합산한 민간부문 대출이자 부담이 내년 말까지 약 34조원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가계의 이자 부담만 약 17조원 늘어나 가구당 이자부담이 연간 약 132만원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2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금리 인상에 따른 민간부채 상환 부담 분석'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될 경우, 기업·가계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부담이 늘면서 민간부문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상이 거듭되는 가운데, 금리인상 여파로 가계와 기업을 합산한 민간부문 대출이자 부담이 내년 말까지 약 34조원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가계의 이자 부담만 약 17조원 늘어나 가구당 이자부담이 연간 약 132만원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김상문 기자
우선 가계대출의 경우 연간 이자부담액이 올 연말 약 64조 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9월 말 52조 4000억원에 견주면 약 12조 5000억원 불어난 셈이다. 내년 연말에는 가계 이자부담이 약 69조 8000억원에 달해 올해 9월 말 대비 최소 약 17조 4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도 이자부담을 개별 가구 단위로 환산하면, 연간 부담액은 약 132만원 증가하게 된다.
특히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 대출자를 지칭하는 '취약차주'의 경우 같은 기간 이자부담액이 올해 9월 2조 6000억원에서 연말 5조 5000억원까지 늘어나고, 내년 연말에는 6조 6000억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평가했다. 내년 연말 취약차주 가구당 이자부담액이 올해 9월 말 대비 약 330만원 증가하게 되는 만큼, 취약계층의 생활고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한경연은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대출 이자부담 증가액을 약 17조 4000억원으로 추정하고 부채보유 가구 수 1318만가구를 나눠 산출했다. 취약차주 가구 수는 올해 9월을 108만 가구로, 내년 연말 121만 가구로 각각 가정했다. 변동금리 비중은 78.5%로 가정했다.
금리인상 여파로 가계대출 연체율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 연체율이 현 0.56%에서 1.02%까지 치솟을 것으로 평가했다. 또 금리인상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족이 한계상황에 직면하고, 가계대출 연체율도 높아져 가계는 물론 금융기관 건전성까지 악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들의 이자부담도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한경연은 한은의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내년 연말 기업대출 이자부담액이 올해 9월 대비 최소 약 16조 2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금리인상에 취약한 한계기업은 내년 연말 이자부담액이 약 9조 7000억원에 달해 올해 9월 말 5조원 대비 약 94.0% 폭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대출 연체율도 최근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현 0.27%에서 2배 이상 증가한 0.555%에 달해 한계기업의 부실 위험도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평가했다.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부담액도 같은 기간 약 5조 2000억원 증가해, 가구당 평균 이자부담액이 연간 약 94만 3000원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이자부담 증가액을 5조 2000억원, 자영업자 수를 551만 3000명으로 가정·산출했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경기둔화, 원자재가격 급등, 환율상승 등으로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까지 커지면서, 기업 재무여건이 크게 어려워질 전망"이라며 "특히 금융환경 변화에 취약한 한계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타격에 이어 이자폭탄까지 맞아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금리인상 여파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누증될 전망인 가운데, 한경연은 대내외 충격 발생 시, 취약가구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되고, 소비둔화 및 대출원리금 상환지연 등으로 전체적인 금융시스템에 부정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부동산시장 비중이 압도적인 가계부채가 자산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금융시스템 전체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계기업도 금리인상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충격이 금융시스템 전체로 파급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부연구위원은 "금리인상으로 인한 잠재 리스크의 현실화를 막기 위해서는 재무건전성과 부실위험지표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고정금리 대출비중 확대 등 부채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금성 지원과 같은 근시안적인 시혜성 정책이 아닌, 한계기업과 취약차주의 부실화에 따른 위험이 시스템리스크로 파급되는 악순환 방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한계기업에 과도한 자금이 공급되어 이들의 잠재 부실이 누적되지 않도록 여신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최근 기업신용을 빠르게 늘려온 비은행금융기관이 자체 부실대응 여력을 확충하도록 관리 감독을 선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