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르노코리아 XM3 하이브리드, 쌍용자동차 토레스, 한국지엠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등 차량들은 올해 반도체 수급문제 등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등장한 각사의 소중한 신차들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신차출시로 정체된 분위기를 바꾸고,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올해 마지막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그들의 노력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쳐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지난 25일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엿새 째인 이날까지 전국 13개 지역, 136곳에서 조합원 4300명(정부 추산)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 조합원(2만2000명)의 19.5%에 이르는 수준이다.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들./사진=미디어펜
갈수록 파업 규모가 커지면서 완성차 업계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 해소와 신차 출시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실적반등의 기회를 놓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차효과 특수를 노리기 위해서는 초반에 많은 물량이 시장에 나와야 한다. 하지만 부품조달부터 완성품 공급까지를 책임지고 있는 물류가 멈춰서며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6월에 있었던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현대차·기아 등 5개 완성차 업계는 팰리세이드와 토레스 등 신차 출시에도 불구하고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약 5720대에 이르는 물량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이 또 다시 재현될까 걱정하고 있다. 당시 화물연대 노조는 현대차와 기아 공장을 볼모로 잡고 부품 납입을 중단시켜 수천대에 이르는 생산차질이 발생했다.
나아가 공장에서 고객으로 인되는 탁송까지 막아세우며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입었다.
이번 파업에 현대차와 기아는 아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리 강판과 부품수급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뒀기 때문이다. 다만 고객에게 인도하는 탁송과정의 운전자들이 속속 파업에 참여하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의 경우 하루 2000대에 달하는 생산차를 쌓아 놓을 공간이 없어 제 3의 장소에 물량을 옮기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아르바이트생 800명을 모집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와 기아는 임직원들을 동원해 완성차를 직접 이동하는 방법도 적용하고 있다. 출고 지연에 따른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현대차와 기아 주요 공장이 울산과 아산, 광주에 있다는 것이다. 공장에서 고객에게 차량이 우송되려면 직접 운전한 차량이 고객들에게 이동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주행거리가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반면 이 방법을 선택하지 않은 고객들은 별도의 순번을 다시 기다려야 되는 불편을 추가로 겪게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피해도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지엠과 재도약을 위해 노력 중인 쌍용차도 고민이 깊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의 경우 바다가 인접하지만, 한국지엠의 부평공장과 쌍용차 평택공장은 항만 선적까지 화물차 운송이 필수다.
화물연대 파업이 이들 공장까지 번질 경우 수출 지연에 따른 납품 지연 및 수익성 하락 타격이 불가피하다. 나아가 생산기지로서의 경쟁력 하락과 향후 이에 따른 불이익도 감수해야 하는 우려도 있다.
자동차 업계는 정부와 화물연대의 교섭 결과를 계속해서 지켜보겠단 계획이다. 하지만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라는 화물연대의 입장차가 커 단기 내 교섭이 타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지난 28일 1차 협상이 진행됐지만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끝냈다. 오는 30일 2차 교섭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 화물연대와 정부 간 어떤 얘기가 오고 갈지에 따라 향후 사태 전개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기존 단호한 입장을 재확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양측의 입장조율은 쉽지 않아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생산의 경우 필요한 부품을 즉시 수급해 생산하는 적시생산방식(JIT)이 일반적이어서 일부 부품만 납품되지 않아도 전체 생산의 차질이 발생한다"며 "화물연대 파업 단순 완성차 회사를 넘어 협력업체들까지 큰 파급력이 지닌 만큼 이를 볼모로 벌이는 집단이기주의는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